[HIT 포커스] 글로벌 제약사처럼 삼성바이오도 '중국'에 베팅

중국 바이오 파이프라인 가치 급등 속,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중국 'Pick' 상반기 글로벌 제약사-중국 바이오텍 거래 60건 넘어

2025-10-24     김선경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바이오 기술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중국 기술 협력에 합류했다. 중국이 신약 개발의 핵심 공급원으로 부상하면서, 이번 계약은 단순 협력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전략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1일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와 항체약물접합체(AD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EGFR과 HER3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표적·이중페이로드 ADC 신약 2종의 공동개발 권리를 확보했으며, 별도로 페이로드 1건에 대한 독점 사용권도 확보했다. 금액은 비공개다. 이번 계약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기술을 전략적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협력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론트라인은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중국 바이오텍으로, 주요 파이프라인 ‘TJ108’은 토포이소머라제-1 억제제와 튜불린 억제제를 결합한 이중 페이로드 구조를 갖는다. 두 타깃을 동시에 공략하는 EGFR·HER3 이중항체 기반 구조로, 기존 ADC보다 선택성과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후보물질 발굴까지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중국 바이오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며 "프론트라인의 파이프라인이 삼성의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자체의 규모 확대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중국 기업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기술을 중심으로 한 대형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QV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 기술이전 규모는 485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448억달러)를 넘어섰다. 거래 건수는 61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10억달러 이상 대형 계약만 16건이 포함됐다. 지난 7월 이후에도 10건이 넘는 계약이 체결됐으며, 대부분이 1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대표 사례로 화이자는 중국 3SBio로부터 이중항체 기술을 약 60억달러에 도입했고, GSK는 항서제약의 호흡기질환 후보물질 12종을 120억달러에 확보했다. 길리어드의 자회사 카이트파마는 프리진과 16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CAR-T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사노피는 RNAi 치료제 개발사 비시르나 테라퓨틱스로부터 RNAi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4억달러에 사들였다. 이처럼 주요 글로벌 제약사 대부분이 중국 바이오텍을 핵심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이 같은 거래 흐름은 최근 들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초기 단계 물질을 해외 신생 바이오텍에 기술이전하고, 해당 바이오텍이 글로벌 임상과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뉴코(New Co)’ 협력 모델이 확산 중이다.

미국의 엑스칼리포인트는 중국 레푸 바이오파마로부터 T세포 인게이저 항체 2종을 9억달러에 도입했고, 익스페디션 테라퓨틱스는 포순파마의 DPP-1 저해제를 6억달러에 확보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자본과 중국 기술력이 결합한 새로운 협력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벤처자본 유입, 해외 연구자 귀환 등으로 기술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중국은 더 이상 부차적 선택지가 아닌 글로벌 신약개발의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번 행보는 중국 바이오 기업과 처음으로 협력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 도입뿐 아니라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형태의 중국 협력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