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관 위드팜 회장 "건보공단 무리한 행정, 이건 아니다"
2009년 이어 두번째 면허대여 혐의 조사 받아... 결국 무혐의 "조사 과정서 건보공단 절차 무시하고 해명절차도 주지 않아" 박 회장과 피해 입은 위드팜 회원약국 30곳, 공익감사 요청
2009년 약국 프랜차이즈 위드팜의 약사면허대여 의혹 행정조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정관 위드팜 회장이 16년만에 다시 같은 사안으로 곤혹을 치렀다. 1년여간 조사와 경찰 수사 끝에 회원 약국 30여곳의 '혐의 없음'을 받아내긴 했지만, 박 회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사실상 절차를 무시한 행정으로 피해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관 회장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건보공단의 권한 남용과 복지부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선량한 약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위드팜 회원약국 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동안이다. 여러 번에 걸쳐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7명의 건보공단 측 관계자가 위드팜 소속 체인 약국 가운데 31곳을 방문해 월요일 아침 9시 조사를 시작했다. 현행 약사법상 금지된 '약사 면허 대여'를 이용한 편법약국 혐의였다.
건보공단이 요구한 서류는 총 21개. 이들 중에는 총 4만6000쪽이 넘는 서류를 제출한 약국도 있었다. 개업 이후 10~15년치 자료는 물론 약사 개인 통장 내역까지 제출해야 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 과정에서 실제 약사들이 의견을 펼 기회조차 없었다고 분노했다. 그는 "회원 약사들이 의심되는 부분을 알려주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건보공단은 어떤 설명이나 해명 절차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정처분에서도 보장되는 청문이나 답변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위드팜 측은 조사 기간 동안 건보공단과 복지부를 총 4차례 방문해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며 소명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 모두 회신을 주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2월 26일 건보공단은 해당 내용을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회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건보공단의 의혹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그 안에는 그가 만든 '내손안의 약국'이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었다. 약물관리를 위해 만든, 모든 약사가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앱이었지만 이를 회원약국에 강제로 가입시키고 수수료를 취득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여기에 약사 파견을 통해 약국 운영에 관여한 혐의, 온라인 전용 구매카드, 일부 약사가 사업자용 통장에서 개인통장으로 이체한 내역 등도 면대 혐의의 근거로 포함됐다.
박 회장은 "이 앱은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었다"며 "인력 파견 역시 (약국 근무 약사가 없을 경우) 본사 약사를 시간제로 유료 지원하는 서비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위드팜이 구매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마음대로 결제하고 마일리지까지 갈취했다는 혐의에는 "약국에 납품한 약값만 약사 승인 후 받는 것으로, 통장 내역만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문제가 없는) 내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원약국 약사의 이체에는 실제 사업자용 통장과 생활비 통장이 나눠져 있지 않아 약사 자신의 생활비를 보낸 것인데 이를 위드팜이 관리했다는 식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올해 9월 30일 박정관 회장을 비롯한 회원약사 30인을 '입건 전 종결'했다.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해결됐다고 해도 이미 약국들이 영업에 큰 방해를 받았으며 약국이 원하는 조치없이 급속하게 이뤄진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 박 회장의 말이다.
박 회장은 건보공단 행정조사 전 과정을 감사원이 즉시 감사하고, 복지부가 감독 소홀을 해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회원 약사 30명과 함께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제보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민원을 접수한 상황이다.
그는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추측 내용을 조사하고 수사 의뢰한 이유와 배경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경찰에서도 이 수사 의뢰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면대약국 논란이 이번에만 불거져서는 아니다. 2009년에도 이같은 논란이 있었고 그때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면허대여약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드팜에 가입한 모 약국에서 혐의가 나오면서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정 수준의 가맹비를 받고 경영 컨설팅이나 공동구매 시스템을 제공하는 형태를 택한다. 그러나 당시 위드팜의 경우 약사가 약국을 운영하는 데 좀 더 깊이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형태를 취했다.
2009년 당시 위드팜은 약국 자리를 임차하고 설비를 구비한 뒤 약사에게 재임대했는데 이 초기자본 투입이 사실상 면허대허 약국이 흔히 쓰는 '자본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요양급여비 입출금 통장 명의가 박 회장으로 돼있다는 사실이 나오며 기업형 면대약국 혐의를 받았었다. 이 때문에 대한약사회까지 나서 그해 4월 위드팜을 검찰에 진정 형식으로 고발했다. 이로 인해 위드팜 본사와 면대의심 약국 등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건은 소명이 이뤄지면서 박 회장 등은 '혐의 없음' 결론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16년만에 유사한 논리의,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고, 혐의가 없다는 같은 결론까지 나온 만큼 위드팜이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