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전이' 넘어 '조기'까지 HER2 양성 유방암 표준치료제 부상

케싸일라 대비 침습적 질병 및 사망 발생 위험 약 53% 감소 뇌전이 무진행 기간 유의미하게 개선 …뇌전이 발생 위험 36% 감소

2025-10-19     황재선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는 HER2 양성 발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엔허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 'Destiny-breast05'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사진=황재선 기자

[베를린(독일)=황재선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가 전이 단계를 넘어 조기 단계 HER2 양성 유방암으로 치료 영역을 넓힌다.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는 수술 전 보조요법(탁산 기반 항암화학요법 또는 HER2 타깃 치료) 및 수술을 받은 HER2 양성 원발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엔허투(성분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T-DXd)와 케싸일라(성분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T-DM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 'Destiny-breast05' 연구 결과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됐다.

HER2 양성 원발성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전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잔존하는 병변으로 인한 재발 위험이 높다. 수술 후 추가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타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이번 연구에는 수술 전 보조요법을 받은 이후에도 유방 또는 겨드랑이 림프절에 침윤성 병변이 남아 재발 위험이 높은 HER2 양성 원발성 유방암 환자 1635명(엔허투군 818명, 케싸일라군 817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재발 고위험' 환자를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또는 선행항암화학요법 이후 병리학적으로 림프절 전이 양성(node-positive)인 경우로 정의했다. 

환자들은 엔허투 또는 케싸일라를 3주 간격으로 총 14주기 동안 투여됐으며, 1차 유효성평가변수는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 2차 유효성평가변수로는 무병 생존율(DFS), 전체 생존율(OS), 무재발 기간(DRFI), 뇌전이 무진행 기간(BMFI) 및 안전성 프로파일 등이 평가됐다.

연구 결과(데이터 컷오프 2025년 7월 2일, 중앙추적기간 엔허투 29.9개월, 케싸일라 29.7개월), 엔허투군의 침습적 질병 및 사망 발생 비율은 6.2%(51명)로, 케싸일라군 12.5%(102명) 대비 유의미한 하게 적었다. 이는 엔허투가 케싸일라 대비 침습적 질병 및 사망 발생 위험을 약 53% 줄인 결과다(HR=0.47, 95% CI : 0.34-0.66, p<0.0001).

더불어 원격 재발 또는 사망 발생 환자는 각 6.3%(52명), 12.6%(103명)로 보고됐다(HR=0.75, 95% CI : 0.66-0.84, p<0.0001).

미국 피츠버그 대학 찰스 E. 게이어 교수

발표를 맡은 미국 피츠버그 대학 힐만 암센터 '찰스 E. 게이어(Charles E. Geyer)' 교수는 "엔허투는 케싸일라 대비 IDFS와 DFS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게 개선시켰다"며 "이는 수술 전 보조요법 후 잔존병변이 있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하며,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임상에서 엔허투군은 뇌전이 무진행 기간(BMFI)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엔허투군은 대조군 대비 뇌전이 발생 위험을 36% 낮췄다(HR, 0.64; 95% CI, 0.35–1.17). 

발표 후 토론자로 나선 벨기에 브뤼셀의 쥘 보르데 연구소의 에반드로 드 아잠부자 (Evandro de Azambuja) 교수는 "수술 전 보조요법 후 잔류 침습성 질환이 있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병리학적 완전관해(pCR)를 달성하기 위한 치료법이 필요했다"면서 "특히 뇌 전이는 부정적인 예후와 관련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엔허투가 케싸일라 대비 뇌에서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번 데이터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케싸일라의 치료 효과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하위그룹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진단 시점에서의 수술 가능 여부, 호르몬 수용체 상태, 림프절 전이 여부, HER2 표적치료 병용 여부 등 모든 하위군에서 케싸일라 대비 개선을 보였다.

3등급 이상 반응은 엔허투군 50.6%, 케싸일라군 51.9%로 유사했다. 다만, 약물 관련 간질성 폐질환(ILD) 발생은 각 9.6%, 1.6%로 엔허투군이 5배 이상 높았으며, 이로 인한 2건의 사망도 보고됐다. 총 치료 관련 사망 사건 발생은 엔허투군이 3명(0.4%), 케싸일라군이 5명(0.6%)이었다. 

이에 대해 에반드로 드 아잠부자 교수는 "이 경향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도 발견되는 경향이다. 조기 유방암에서 엔허투를 사용할 시 정기적인 영상 진단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엔허투군에서 일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효과가 확인된 만큼, HER2 양성이면서 수술 후 침윤성 병변이 남아있는 환자들에게 케싸일라를 대체하는 새로운 표준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엔허투 수술 후 보조요법은 아직 전세계에서 어디에도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이다.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허가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표준치료가 케싸일라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엔허투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