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원료 우대정책 작동 멈춰... 원료의약품 산업 지원법 필요"
2025 복지위 국정감사 | 복지부, 국산원료 신규 예산 편성에 종합대책 강구 등 답변 창고형 약국 확산, 비만약 오남용 등 국감, 현장 불안 짚었다
2일차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원료의약품 자급률 문제와 창고형 약국 확산, 한방 조제약 관리 사각지대,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의한 약물 오남용 등 현장과 보다 밀접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내년 원료의약품 관련 157억 신규 예산 편성"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률 저조와 중국·인도 의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9%, 2023년에도 25.6% 수준에 그쳤다"며 "수입의 37.1%가 중국, 12.5%가 인도에 편중돼 있어 공급망이 끊기면 필수의약품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쌍수 이니스트에스티 대표는 "국내 원료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고 연구개발 여력도 부족하다"며 "전략 품목 선정과 '원료의약품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국산원료 사용 시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한지 7개월째임에도 신청 건수가 '0건'인 것은 유인이 부족한 탓"이라며 "이제는 보여주기식 제도보다 실질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형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 트랙 신설, 연구용역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에 원료의약품 자급화 관련 예산 157억 원을 신규로 편성했다"며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을 고려해 종합 계획을 마련,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창고형 약국 확산에 약국 사막화 우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9월 기준 전국에 100평 이상 창고형 약국이 4곳 개설됐다"며 "법에 면적 제한이 없어 대형 자본이 진입하면 동네약국은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0년 사이 독립약국 38.9%가 폐업했고, 대형 체인 확산으로 약국 접근성 불균형이 심화됐다"며 "한국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경 장관은 이에 "지적하신 우려에 공감한다. 창고형 약국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의약품 유통질서와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단기 대책으로는 '최고', '최대', '특가' 등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광고 문구를 제한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외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적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부연했다.
한방 조제약 관리 사각지대...건기식 업체가 한약 판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한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한의원과 연계해 ‘조제 한약 젤리’를 비대면 진료 후 택배로 판매하고 있다"며 "조제약을 건기식 창고에서 발송하는 등 불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의약품은 허가·광고·제조 기준을 엄격히 따르지만 조제 한약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현행 제도로는 소비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장관은 "조제한약이 의료행위로 분류되면서 일반 의약품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면서 "광고, 유통, 관리기준 등 다섯 가지 영역에 대해 종합 검토 중이며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만성 · 희귀질환자 삶의질 위해 비대면 진료 필요하지 않나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산업 경쟁력 확보의 열쇠"라며 "과도한 규제는 산업 성장과 국민 편익을 동시에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보건산업진흥원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 기술 수준은 최고국 대비 80.6%, 격차는 2.2년에 불과하다"며 "머뭇거리면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제1형 당뇨병 환자단체 대표는 "비대면 진료 덕분에 출장 중에도 인슐린을 처방받을 수 있다"며 "초진 제한이 생기면 기존 환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우려했다.
희귀질환 환아를 둔 간호사도 "비대면 진료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명을 지켜주는 수단"이라며 "지방에서도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오남용 감시 강화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사회적 확산 속에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와 약물 오남용에 대한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고도비만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는 전문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허가기준을 벗어나 오남용되고 있다"며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 뿐만 아니라 처방이 금지된 임신부,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까지 처방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와관련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로 췌장 관련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한데도 비급여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별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허가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은경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해 처방 행태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식약처와 협력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부작용에 대한 시판 후 감시체계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GC녹십자의료재단, 검체 오인 및 변경사고 사과
지난해 발생한 GC녹십자의료재단의 병리검사 오류 사건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백종헌 의원은 "검체 식별 오류로 한 환자는 암으로 오진돼 수술받고, 다른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이런 중대한 사고에 대해 단 한 달 인증취소는 너무 약하다"고 비판했다.
정은경 장관은 "인증취소 기간 동안 건강보험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 실질적 제재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다만 제재기준 상향과 동일사고 가중처분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곤 GC녹십자의료재단 원장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 이행을 위해서 저희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심각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있고 100억 원 규모의 자동화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소아비만 관리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으며, 교육부·학교·가정과 연계한 국가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며, 질병청은 "2026년까지 소아청소년 비만 중재 프로토콜 개발과 당뇨병 레지스트리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