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신약 비중 24% 불과 …보장 범위 재정비 필요"
KRPIA,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 권용진 교수 "재정 추가만이 답 아냐, 보장 범위 사회적 합의 과정 필요" 환자단체 "환자 기본권 보장 취약, 혁신 신약 가치 알릴 수 있도록 협력"
우리나라 건강보험 약제비 중 신약에 의한 지출은 약 24%에 불과해, 혁신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보장 체계의 개편과 이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채빛섬에서 창립 25주년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환자단체 관계자들과 다국적 제약사들 임직원들을 초청해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환자 중심의 생태계 구축과 신약 접근성 개선 노력 속에서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을 조망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패널 토론이 마련됐다.
패널 토론 좌장을 맡은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존의보장 체계를 유지하면서 전국민의 건강보험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전체 지출 및 약제비는 OECD 평균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신약에 의한 지출은 24% 정도에 불과하다. 그 말은 제네릭 또는 기존 약제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료를 늘려서 이를 충당하려 했지만, 이미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넘어섰다. 특정 보장을 늘리려면, 어딘가의 보장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정부간의 협상만으로 해결하려고 할 일이 아니라, 이제 일반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환자들이 전액 본인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주의적인 건강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그들도 추후 중증, 난치 질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어떤 것부터 보장해 나가면 좋을 지 논의하고 합의해 가야한다"며 "정부, 제약사, 환자 등이 함께 신뢰를 쌓고 사회 연대의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KRPIA가 주축으로 이를 위한 연구와 협력을 진행해 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들도 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해선 정부를 포함한 일반 대중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는 "정부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기, 지원제도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는 듯하다. 최근 의정사태 이후 의료인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환자들을 위한 보상이나 지원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혁신 신약을 조기에 사용했을 시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급여 등재에 난항을 겪는 건 순전히 재정 문제 때문일 텐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기 치료 개입으로 환자들의 질병 재발, 부작용 감소 등으로 추가 재정소모를 막을 수 있다. 협회 차원에서 이 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제약사도 허가·급여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입장에서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새 정부가 들어설 당시 희귀질환 관련 공약을 강조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바 없다. 희귀질환은 질환 당 환자 수가 적어 국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삶이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KRPIA가 제약사만이 아닌, 환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KRPIA는 산업계를 대변해 환자들이 신약 접근성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 활동 및 정부와의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KRPIA 최인화 전무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어느 나라보다 잘 확립돼 있으나,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많다. 약제비로 연간 25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으나, 이 돈이 정말 잘 쓰여 지고 있는가에 대해 들여 봐야한다"며 "고령화와 환경 변화로 암, 희귀질환 환자 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혁신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한국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점점 더 지연되고 있다. 약제는 환자들에게 사용됐을 때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KRPIA는 건강보험 약제비가 잘 쓰일 수 있도록, 환자들의 다양한 지적에 귀 기울이겠다. 그 목소리가 정부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