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속도전 돌입한 MASH 신약… 국내외 경쟁도 격화
로슈ㆍGSK, 수억 달러 투자하며 'FGF21' 선점 경쟁 한미약품ㆍ디앤디파마텍은 'GLP-1/GCG' 겨냥 올릭스ㆍ동아에스티도 독자 기술로 경쟁 합류
MASH(대사 관련 지방간염)를 비롯한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잇단 대규모 인수·투자로 핵심 파이프라인을 선점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 역시 GLP-1, RNAi, 저분자 화합물 등 다양한 기전을 앞세워 속속 도전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FGF21' 유사체 경쟁
글로벌 제약사들은 FGF21 유사체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FGF21(섬유아세포성장인자 21)은 간과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과 지질 대사, 염증을 조절하고 섬유화를 억제한다. 간과 지방 조직 수용체에 결합해 지방 분해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며, 섬유화와 염증을 조절한다.
로슈는 지난 18일 미국 바이오텍 89bio를 인수해 FGF21 유사체(analog)인 ‘페고자퍼민’을 확보했다. 최대 35억달러(약 4조9000억원) 규모로, 선급금 24억달러(약 3조3000억원)와 조건부 권리(CVR)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포함한다.
페고자퍼민은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임상 2b상에서 간 지방 축적 감소, 섬유화 개선, 혈중 지질 개선 등이 확인됐다. 위약군 대비 섬유화 1단계 이상 개선율은 19%p, 조직학적 증상 해소율은 21%p 높았다.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2027년 상반기 주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상용화는 2030년 1분기 이전으로 전망된다.
GSK도 지난 5월 미국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로부터 FGF21 유사체 ‘에피모스퍼민 알파’를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12억달러(약 1조6800억원)에 최대 8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더해 총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에피모스퍼민 알파는 월 1회 피하 투여 제형으로 개발 중이며, 임상 2상에서 24주차 기준 섬유화 개선 효과가 위약 대비 최대 24%p 높게 나타났으며, 간 섬유화의 역전, 진행 억제, 중성지방 감소와 혈당 개선 등 대사적 효과도 확인됐다.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출시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아케로 테라퓨틱스도 FGF21 유사체 ‘에프룩시퍼민’을 개발 중이다. 주 1회 투여로 진행된 임상 2상 96주 장기 투약에서 위약 대비 최대 30%p 높은 섬유화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간 섬유화 악화 없이 MASH 해소, 간 지방률 감소, 대사 지표 개선까지 확인됐으며 현재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GLP1-1/GCG 이중작용제 노리는 디앤디파마텍, 한미약품
국내 기업들도 M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섬유화 개선 효과가 강점인 FGF21 계열 대신, 체중 감량과 지방간 개선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GLP-1 계열을 중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파마텍은 GLP-1/GCG 이중작용제 ‘DD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한 24주차 중간 결과에 따르면, 섬유화 지표인 ELF Score가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고(p<0.02), 콜라겐 생성 지표인 PRO-C3도 개선 경향을 보였다(p=0.06). 전체 환자군에서는 PRO-C3가 통계적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중등도~중증 환자군으로 범위를 좁힌 하위 그룹 분석에서는 두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p<0.05).
체중 관련 지표에서는 환자의 51.5%가 체중 5% 이상을 감량했고, 전체 평균 체중 감소율은 6.4%였다. HbA1c도 유의하게 감소해 간질환 치료와 동시에 비만·당뇨 관리 효과가 나타났다. 회사는 연내 48주 투여를 마치고, 2026년 상반기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GLP-1/GCG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MSD에 기술이전해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a상에서는 24주차 간내 지방 함량이 평균 72.7% 감소해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약 30%포인트 높았고, 지방 70% 이상 감소 환자 비율은 70.8%로 대조군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체중 감소가 큰 환자일수록 간 지방 개선 효과가 뚜렷해, 대사질환 전반을 겨냥한 기전적 장점이 확인됐다.
부작용은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다소 높았다. 연말 2b상 결과에 따라 2026년 초 3상 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올릭스·동아에스티, 차별화된 기전으로 진입 준비
올릭스는 RNA 간섭(RNAi) 기술을 활용해 M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릭스의 후보물질 ‘OLX75016’은 RNA 간섭(RNAi) 기술을 적용해 간 내 MARC1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다. MARC1은 간 섬유화를 낮추는 보호 유전자로, 변이가 있을 경우 대사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OLX75016은 이를 통해 간 섬유화와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이 특징이다. 현재 호주에서 1상이 진행 중이며, 이번 임상은 12월 종료 예정이다.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함과 동시에 예비 효능도 확인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는 GPR119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MASH 치료제 후보 ‘DA-1241’을 개발하고 있다. GPR119는 췌장과 장내에 존재해 인슐린과 인크레틴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낮추며, 간 지방 대사에도 관여하는 수용체다. DA-1241은 이 경로를 활용해 간질환과 당뇨를 동시에 겨냥하는 기전을 가진다.
임상 2상에서 100mg 투여군은 ALT 수치가 4주차와 8주차에 유의하게 낮아졌고(p=0.0159, p=0.0342), 16주차에도 개선 경향을 보였다. 간내 지방량(CAP)과 섬유화 지표(FAST)도 위약 대비 개선됐으며, 혈당 지표인 HbA1c 역시 단독군과 병용군 모두에서 감소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서로 다른 무기를 앞세워 경쟁하는 가운데, MASH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 최근 FDA가 비침습적 바이오마커(VCTE)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임상 개발과 허가 과정이 빨라지고 시장 진입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