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이 필요한 휴젤 마운드에 '전문경영인 장두현 등판'
이우진의 PERI-SCOPE | 장두현 전 대표, 휴젤 '원톱'된 이유는? 자체 제품+수익성 강조하는 장 대표 전략, 휴젤에 보약될 듯
미국 시장의 문고리를 잡은 휴젤이 보령을 매출 1조클럽에 올려놓은 주역 중 한 명인 장두현 대표를 '원톱'으로 세웠다. 글로벌 시장이 최대 목표인 회사가 장 대표를 '구원투수'로 올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휴젤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장두현 대표집행임원(CEO)을 신규 선임하고, 기존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장두현 신임 대표는 보령 1조 진입 시점의 대표로 업계 안팎에서 유능한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다. 2014년 보령홀딩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입사한 뒤 보령제약 운영총괄 부사장 역임 후 2021년 8월 사장으로 취임해 보령의 '최연소 CEO'로 올해 2월까지 몸담았다.
대표로 재임하며 기존 브랜드를 인수해 자사 제품으로 삼는, 소위 LBA 전략을 추진했으며 HK이노엔의 대표 품목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자사의 간판제품인 '카나브' 패밀리를 맞트레이드하는 코프로모션을 이끌어내는 등 업계에서 전략가 스타일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휴젤 측은 이같은 경험과 성공 노하우가 향후 회사 측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젤 내부에서 장 대표가 선임될 것이라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사회가 장 대표 선임과 관련해 조심스레 접근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두현 신임 대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원톱' 체제라는 점이다. 기존 문형진, 박철민 대표 역시 휴젤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남겼던 CEO였기 때문이다.
문형진 전 대표는 2021년 휴젤의 공동 대표로 취임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2022년 유럽 품목허가를 이끌어냈다. 문 대표는 갈더마의 아시아태평양 의학분야 고문과 국제미용성형학회 학술교수 등을 역임했던 만큼 대표 선임 이전부터 학술 및 R&D 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학술 포럼, 전문가 네트워크인 H-GEM 등을 만들어 내며 술기 마케팅 분야에 힘을 쏟았다.
박철민 전 대표는 2018년 휴젤 합류 이후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역임했고 올해 3월 14일 운영 총괄 부문 대표로 선임됐던 박철민 전 대표는 불과 여섯 달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는데, 업계는 장두현 대표에게 온전히 힘을 쏟아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운영분야 총괄직은 그대로 수행할 예정이다.
다른 주목할 포인트는 휴젤이 개발 대신 현재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휴젤은 최근 리도카인을 함유한 액상형태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HG102'의 임상을 종료했다. 지속시간이 긴 E형 톡신 'HG401'의 개발은 유지되지만 파이프라인 자체를 줄이며 수익성 높은 사업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 내부의 이야기다.
장 대표는 2000년부터 CJ 및 CJ대한통운, CG CGV 등에서 모두 해외사업을 맡아 '글로벌'에 가치를 두던 인물이다.
휴젤도 글로벌 역량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휴젤의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해외 매출은 2022년 1502억원(톡신과 필러 등 제품, 그 외 의료기기 등 상품 합산)에서 2023년 1763억원, 2024년 225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도 121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추세라면 전년 성장세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시장이다. 2024년 3월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가 허가를 받은 뒤 그해 3분기 미국 첫 선적이 이뤄진 상황에서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장 대표의 역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휴젤과 장두현 대표의 만남은 '윈윈'으로 평가된다.
장 대표는 보령 대표를 맡아 자체 제품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로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강조하며 꾸준히 실행해왔다. 휴젤과 궁합이 맞는다. 휴젤은 그동안 시장에서 성장을 거뒀고, 2021년 두 차례 보완 요구 이후 문을 연 휴젤은 수익성 높은 자사제품 '보툴렉스'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매출 상승을 도모할 수 있는 최신형의 춘천 거두공장도 갖췄다. 휴젤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인물로 장두현 대표가 호출됐을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전문경영인 장 대표의 특징은 '목표'와 재설계라는 분석이 많다. 목표 설정과 액션 풀랜이 정교하고, 지속적이며, 명확하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전략을 구성원과 나누고 문제를 가리기 보다 해결 대책을 꾸준히 고민하는 성격이라서 휴젤의 미국 진출과 '미국 시장 점유율 10%'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장 대표 선임 관련 휴젤 보도자료에서 회사 측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휴젤의 성장 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 일환의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