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에서 본 새로운 과학의 물결… AI, 오가노이드, 그리고 NAMs"

특별기고 | 최정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사 

2025-09-10     히트뉴스

제13차 세계동물실험대체과학대회(WC13, World Congress on Alternatives and Animal Use in the Life Sciences)가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3Rs Integrating 3 Worlds – Human, Animal, Environmental Health"로 인류, 동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행사장에서는 학문적 연구 성과를 넘어, 정책·산업·윤리까지 연결된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포스터 발표에 몰린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 규제기관 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토론, 기업들의 기술 전시는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과학은 이제 동물실험 중심의 시대를 넘어, 인간과 환경을 아우르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다."

AI와 새로운 과학의 흐름

이번 학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키워드는 'AI'였다. Thomas Hartung 교수는 2억 6000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 화학물질 4000여 속성을 90%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 향상을 넘어,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되었다.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Closing Keynote 연사, Nicole Kleinstreuer 박사는 논문·이미지 자동 분석, 통합 데이터 플랫폼 등 AI의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하며 "AI는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는 증강지능으로서 과학과 규제를 동시에 바꾸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AI는 더 이상 특정 분야의 보조 기술이 아니라, 생명과학 전체를 재구성하는 핵심 축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Thomas Hartung 교수(존스홉킨스대학교), Nicole Kleinstreuer 박사(NIH), Danilo Tagle 박사(NIH)

인간 중심의 전환 – NAMs와 오가노이드

Danilo Tagle 박사가 발표한 'COMPLEMENT 프로그램'은 NAMs(New Approach Methodologies)의 개발, 검증, 규제 채택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5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프로젝트다. 특히 FDA와의 협력으로 전임상 단계에서 동물모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선언은 연구와 규제 모두에 커다란 전환점을 예고했다. 

자폐증 연구에서 동물모델을 전면 배제하고 인간 기반 뇌 오가노이드만을 활용하겠다는 NIH의 결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단순히 독성시험이 아니라, 신약개발·신경과학·임상 전반에서 인간 중심 접근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한국의 역할 – 세션 운영과 차기 개최지 발표

이번 WC13에서 한국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세션 7 'Current research initiatives on NAMs in Korea and global cooperation for regulatory application'에서는 한국 연구진의 NAMs 연구 성과와 글로벌 협력 전략이 공유됐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운영한 이 세션은 국제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역량과 비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차기 개최지 발표에서 WC14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공식화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협회는 현장에서 이를 직접 발표하며, 2027년 서울 대회를 향한 전 세계적 기대감을 높였다. 이는 단순한 학회 참여를 넘어, 한국이 NAMs·오가노이드·AI 기반 연구와 규제과학의 국제 허브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왼쪽 위부터 김주환 연구관(KoCVAM), 손명진 박사(KRIBB), 송명화 박사(고려대학교), 김세중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동우 교수(가천대학교), Q&A 진행

현장에서 인상과 시사점

리우 현장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메시지는 동물 대체시험이 더 이상 특정 기술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명과학 전체를 재편하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논문 해석, 데이터 분석, 독성 예측, 규제 적용까지 포괄하는 과학혁신의 촉매제가 되었고, NAMs와 오가노이드 기술은 독성시험의 대체를 넘어 임상, 공중보건, 뇌과학 등 인간 중심 연구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규제 수용성, 윤리, 교육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WC14 개최지, 서울

한국은 이번 WC13에서 세션 운영과 차기 개최지 발표를 통해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과제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릴 WC14를 준비하며, 국내 연구와 제도를 국제 스탠다드와 연결하는 것이다.

리우에서 경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는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글로벌 과학혁신의 무대를 직접 이끌어갈 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