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대통령 앞에서 주장해 K-바이오가 공감한 제도 MAH, 그게 뭔데?

이우진의 PERI-SCOPE | 우리 업계 발 동동구르게 하는 MAH 제도 품목보유 업체, 위탁 맡겨도 '품질 관리' 못한다? 식약처는 시험검사기관 등록하면 된다지만… 근본 해결일까? R&D 집중·바이오 신뢰도 높일 대책... 패러다임 전환 노력 필요

2025-09-09     이우진 수석기자

"10년 전에 직면했던 문제입니다.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어요. 가만히 놔두면 10년 후에도 업계가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5일 바이오 혁신 토론회 이후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지난 5일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이영필 알테오젠 부사장은 질의 시간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의약품 품목을 가지고 있는 이가 품질 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질문을 남겼다.

여러 기업에서 연구개발은 물론 CMC와 품질관리, 생산, 제품화를 맡으며 업계의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은 그의 토론회 첫 질문은 큰 의미와 이슈를 남긴다.

그가 말한 핵심은 의약품 품목허가권자(MAH, Marketing Authorization Holder) 제도, 개발한 사람이 자신의 제품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의 말을 되짚어 보자.

 5일 토론회 중 이영필 알테오젠 부사장 질의 내용 

"제가 규제 건의와 관련해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존 신약과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다들 제약사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제조시설을 가지고 출발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이오텍 회사의 경우에는 연구개발에서 출발을 하다보니 제조 시설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품을 개발해서 허가까지 가야 하는데, 개발사는 위탁 제조를 하게 되고 CMO는 수탁 제조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위탁 제조회사는 가질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제품의 제조나 품질 관련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CMO에게 맡겨야 되는 것이고 CMO의 역할들이 나눠져 있을 때 각자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CMO와 이슈가 발생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위탁 제조업을 하면 실질 적으로 내부 품질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평가를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중략) 회사 내 품질 시스템이 글로벌의 수준을 만족해 FDA나 EMA의 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약사법 상에 있어 제조시설이 없어서 GMP가 없으면 행위를 못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슈가 안됐으나 기존 연구개발에서 제품을 허가받고 사업화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런 이슈들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제도는 기존 제약업 범위 내에서 움직였는데, 바이오텍 회사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영향을 미치는지) 좀 살펴봤으면 합니다. 약사법을 들여다보면 제가 말씀드린 것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식약처 등을 대면하면 해석상에서 안된다는 부분이 많이 있어 이를 검토해 개선을 해 주실 수 있는지 건의 드립니다."

* 본문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되 일부 내용은 윤문함

 

 

이영필 부사장이 지난 5일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출처=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10년을 기다려도 해결되지 않은 '품질 책임'

바이오업계에 부담되는 이유

물론 이 질문 이후 오유경 식약처장은 '시험검사기관으로 등록하시면 된다'라고 이야기를 전하면서 질의응답은 끝났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사장의 제언이 그동안 업계에 막혀 있던 MAH 제도 논의를 다시 이슈화시켰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MAH 제도는 간단히 설명해 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 유통, 시판후 관리 등의 전 과정을 의약품 품목허가권자가 제조업체와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의약품을 직접 제조하는 기업만이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제조시설이 없는 바이오텍 기업이 전문적인 CMO에 생산을 맡겨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이같은 제도는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의약품의 허가신청자를 '어플리컨트'(Applicant)라고 부르며 전반적인 품질과 안전성 책임을 지도록 했다. 여기에 문제시 리콜 등의 문제는 품목허가권자인 어플리컨트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EU 내 의약품 판매를 위해 반드시 MAH가 되어야 한다. MAH는 제조공정 전반을 관리 및 감독할 의무도 있으며 부작용 보고 및 안전성 정보 관리도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MAH는 인증받은 인원(QP)을 지정해 제품 출하 전 최종적인 품질 승인을 내려 제조 위탁에도 품질 관리의 권한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들 정책의 핵심은 기술력 있는 기업은 제조 설비의 투자 부담 없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품목 자체의 효과적인 통제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현행 '약사법' 제36조와 제36조의 1,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규정을 보면 품목을 허가받은 사람이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해당 제품의 출하는 제조를 수탁해 만드는 '제조업체'의 OK 사인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한 곳은 출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알테오젠의 경우 지난 7월 28일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품목 허가에 관한 긍정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실제 공식적으로 승인이 이뤄지면 '아이럭스비' 출시를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을 넘게 된다. 한국에서도 해당 품목의 허가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자는 알테오젠이지만 여러 회사가 생산 공정을 맡고 있다는 데 있다. 해당 제품은 원료의약품(DS), 주사제로 만들어 완제화하는 과정(DP),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한 상태로 맞추는 패키징 회사가 각각 다르다는데 있다. 여기서 의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의약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다. 세 회사는 전체 공정에 참여하지 않고 일부분만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품목을 가진 회사 역시 현행 규정상 품질관리를 맡을 수 없다.

더욱이 알테오젠의 경우 품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시설 및 인원을 갖췄지만 법적 문제로 인해 곤란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해외 여러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MAH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실제 여러 업체들 역시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해당 이슈가 밝혀지면 경영에 혹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특정 회사를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동일한 문제를 겪은 바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더욱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일부 기관과 업계에서는 의견을 모아 당국과 논의를 진행했던 바 있지만 결국 해당 안건의 개선 과정이 공식적으로 이뤄진 바는, 현재까지 없다.

 

시험검사기관 등록하면 문제 해결?

출하 책임 질 수 있는 품목보유업체의 필요성

물론 지난 5일 식약처 쪽의 답변을 통해 시험검사기관으로 인정받으면 품질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나오긴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법령을 피하는 것인 만큼 이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테오젠의 사례처럼 개발사는 CMO에게 생산을 맡긴 후에도 품질 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출하 승인, 출하 전 시험 등 핵심적인 품질 관리 권한을 생산을 담당한 CMO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 미세한 차이가 결국 '책임은 지고 싶은데, 권한이 없어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앞서 나온 것처럼 개발사가 시험검사기관으로 등록하면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출하 승인' 권한의 문제다. 시험검사기관 등록은 말 그대로 '품질 검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일 뿐 최종적인 '출하 승인' 권한은 여전히 CMO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 이번 토론회 중 나온 품질 관리의 책임이 자연스럽게 MAH 제도를 고민하는 단계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연유에서 나온다.

 

'품질 관리'가 업계 책임감 높인다

제도개선·안전장치 등 마련도 필요

바이오업계에서는 실제 MAH 제도가 시행될 경우 산업계 전체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첫 이유는 품질관리에 드는 비용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구개발 자체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시설은 물론 추후 필요하긴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소모되는 자금을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시험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오텍의 기술 개발 집중도는 높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생산 네트워크 효율화다. 의약품은 원료 및 완제, 패키징의 과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수요에 따른 규모별 CMO 활용이 가능하고 CMO의 동반 성장도 가능하다. CMO 역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선결과제인 제조 기록(트랙 레코드)을 확보하는 동시에 품질관리 역량을 바이오업체와 함께 높일 수 있다. 혹여 모를 불미스러운 상황에서 책임소재를 덜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MAH가 제품의 개발, 제조, 유통, 그리고 시판 후 안전성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법적의무를 지면서 향후 제품에 따른 책임감을 더욱 높이고 전반적인 의약품 신뢰도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이오업계에서 보는 더 큰 변화는 바로 패러다임 전환이다. 토론회에서 나온 것처럼 국내 약사법에서 '제품'은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개발회사의 생산시설에서 제조'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처럼 돼 있다. 위수탁 생산이 이뤄지지만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제약사라는 공식이 성립됐던 것이 사실이다. 바이오라는 비슷하지만 사업구조가 다른 분야가 등장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제품을 만든 사람이 아닌 보유한 사람의 것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다만 실제 논의가 진행돼도 현행 약사법을 비롯해 다수의 고시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 제도 시행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문제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점 등은 과제로 남는다.

특히 품질관리가 단순히 생산까지의 과정이 아닌 상업화 이후의 품질 및 시판후 환자 조치까지 이어지는 이상 이에 따른 소비자 위험을 개선하는 점 등도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하나둘씩 상업화까지의 과정을 통해 실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등장한 이번 이슈가 토론회 이후 실제 어떤 형태의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