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으로 바라본 신약 급여의 새 시선

생각을HIT | 희귀ㆍ난치 위주의 신약 급여 심사 …'만성질환' 신약 가치도 조명돼야

2025-09-08     황재선 기자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가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만성질환ㆍ대사성질환과 같은 광범위한 질환에 쓸 것인지, 혹은 암·희귀난치성 질환처럼 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에 투입할 것인지의 문제다.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비만에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면, 장기적으로 전체 의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비만 성인은 비(非)비만 성인에 비해 △고혈압 1.9배 △당뇨병 2.1배 △대사증후군 3.1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5.2배 등 각종 합병증 위험이 높다. 다시 말해 비만 관리에 보험이 투입된다면, 이와 연결된 수많은 만성질환 환자 수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의료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문제는 만성질환 신약의 급여 논쟁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반대 측은 "이미 치료 옵션이 충분하고, 본인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성질환보다, 치료 수단이 제한된 중증 희귀질환에 우선적으로 재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만성질환은 생명을 즉각 위협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유발해 결국 고가 신약 사용으로 이어지므로 초기 개입을 보장해야 전체 재정이 절감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쟁점은 급여 평가 체계가 이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의 경제성평가 기준, 즉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는 약제의 고유 가치와 미래 비용 절감 효과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항암신약의 경우 환자 치료가 곧 사회 복귀와 생산성 회복으로 이어지는만큼, '사회복귀 가치'를 ICER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비만이나 만성질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치료비 절감을 넘어 합병증 예방, 삶의 질 향상과 같은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제약사와 학계의 몫이다. 

보험 당국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아니므로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식의 단선적 논리로 접근한다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혁신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적용 질환군이 넓어지는 현실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선택과 집중'은 더욱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 치료 사례처럼 하나를 내어주고 열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결국 건보 재정의 건전성과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학계와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며 평가 체계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는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