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계의 대표적 피로감, 반품... 올해도 제약과 약국은 '엇박자'
"반품 가능" 조사 결과에도 실제로는 불가사례 잇따라 유통업계와도 논의 지지부진...근본적 대안 마련 필요
몇 년 전 불거졌던 제약회사와 약국 개봉반품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재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와 의약품 유통업계는 '특정 주체가 사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반품을 진행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약국들은 제약회사가 반품을 받기 싫어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제약업계, 의약품유통업계, 약국가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본격화된 대한약사회 약국 개봉 의약품(불용 재고) 반품사업을 두고 불만의 언언들이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반품을 하기로 했던 제약사의 말이 유통업체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모 제약사는 폐기비용을 더해 정산율이 60%대 초반에 머무르는 사례가 문제가 됐고, 또다른 국내 제약사는 이미 자체 반품을 올해 초 진행해 2년 뒤 반품을 하겠다는 내용을 업체에 알리기도 했다.
코프로모션 과정에서 계약을 해지한 회사는 '제품을 만든 사람의 책임'이라고 외면하며, 새 회사는 '전임 계약사의 책임'이라고 회피하며, 품목 보유사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재고폭탄 돌려막기인 셈이다. 실제 최근 대형 품목의 판권을 내어준 한 회사는 자사 제품 외 계약이 끝난 회사 물런의 반품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반품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회사도 서류 입력 기한을 매우 짧게 주고, 개봉된 의약품은 반품이 불가하다며 반품을 반기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자체 사업을 진행해 어느 정도 반품 마감을 지어놓은 상태에서 동시 개봉반품이라는 이유로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행정력을 크게 낭비하는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다국적사는 본사와 논의를 통해 주기를 정하는데다, 인력 축소로 부담이 커지는데 '일을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은 억지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약국가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이 필요한 약을 입고했는데, 정작 처방 변경 등으로 쓸모가 없어진 제약사 일정대로 처분에 맡기는 것은 제약사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반품 사업을 피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봉의약품 반품 이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자체 반품을 진행한 뒤 '우리는 할일 다 했다'며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2년전 지적 우려도 그대로
업계선 '실적'보다 파트너십 가지라 지적도
업계는 반품 문제는 '파트너십'의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약사회가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사업을 꺼내든 것은 지난 5월. 당시 약사회는 약학정보원을 통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그동안 반품사업에서 문제가 됐던 정산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품사업은 지금까지도 각 약사회장 임기 내 한 번은 해야 완료해야 하는 숙제이자 성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약국은 인근 의료기관이 내는 처방의 패턴에 맞춰 제품을 들여놓는데 정작 처방 변동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약의 수가 많아 반품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다수 제약사 출현과 CSO 영업 전환과 그에 따른 반품 회피와 정산율 인하 등이 문제로 자리잡았다. 역설적으로 반품사업과 성공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이후 8월 반품사업에 총 151개 제약사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산율을 100% 보장하는 것은 어렵지만 100%를 약속한 회사가 많았다고도 했다. 따라서 목표로 제시한 정산율은 약국이 의약품을 구매한 가격의 92% 수준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약학정보원이 운영하는 반품지원시스템에 바코드·QR 인식 기능을 넣어 약국이 직접 품목을 스캔해 반품 목록을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입력 마감 역시 지부 요청 시 9월 말까지 연장 가능하도록 유연함을 담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전 대비 반품 사업 자체는 그 전 여러 번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부드럽게 끝날 것으로 보였다. 대한약사회만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반품사업 준비과정에서 '언제, 누가와 같은 디테일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못했다.
실제 대한약사회가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에게 보낸 반품업무 협조 확인서를 보면 회사나 대표자, 반품처리 책임자, 정산율, 정산기한, 정산방법, 정산율을 낮춰서 지급해야 하는 이유 등이 적혀있다.
하지만 정작 어느 회사가 언제 제품을 수거할 것인지 등 주체와 관련된 사항은 모호하게 작성돼 있다. 2년전 시행된 반품 문제가 결국 정산 기한 문제로 1년이 지나서까지 반품 절차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사업도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불용자산의 폐기시점이 있고, 각 항목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 제품을 받고 안받고 문제를 검토해야 하지만 약국에서 '이 때 할테니 받아라' 식의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 반품을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떤 때, 무엇을, 그동안 안됐던 것은 뭔지를 다 보고 합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약업계에서 (약사회의 요청에) 답을 안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익에 상충되기 때문이다. 제약사와 약사회가 길게 협의를 하고 무리하게 반품 시점을 고정시키기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성과를 보이려 갑처럼 행동하려는 건 더 이상 제약업계에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