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예측적 사후평가...신약 도입저해 보장성 역행 초래"

도입 시 근거생산 조건부 약제 등에 한정해야

2019-03-08     최은택

[hit-연재] 제약계가 리뷰한 '등재후 사후평가 연구'④
 (終) 기타 우려점과 제안들


'리뷰어'들은 건보공단 협상단계 사후재평가 관련 계약이나 1인당 청구비용이 높은 약제 사후관리 등 등재의약품 사후평가 세부 설계내용과 절차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건보공단 의뢰로 연구를 진행한 항암요법연구회는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가능하면 가격협상 기간동안 사후관리 연구 설계를 병행하고, 제약사 의견개진 기회도 부여한다고 했다.

사후관리 항목을 계약조건에 포함한다는 의미다. 또 사후관리 약제 선정 때 질병의 특성, 재정적인 영향, 사회적 요구도가 모두 총족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4대 중증질환이면서 기대여명 2년 이내 질환, 조건부 임상과 위험분담계약 체결 약제, 전체 인구 소요재정과 환자 1인당 소요재정(1인당 연간 투약비용 3천만원 초과),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초기부터 간담회와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수용성있는 제도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비예측적 사후관리 보장성 역행 우려

이에 대해 '리뷰어' A는 "계약 당시 사전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나 퇴출 가능성이 있는 사후평가 계약을 적용하는 건 신약 도입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가치기반의 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약제일수록 계약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이러한 역선택이 지속되면 가치가 충분한 신약마저도 국내 발매를 늦추게 될 여지가 있다. 제도 도입 목적인 보장성 강화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WD 사후관리, 근거생산 조건부 약제 한정필요

'리뷰어' B는 "RWD(진료현장자료, Real world data) 연구 수행과 평가에 상당한 인력과 재원 등 사회적 부담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사후관리 대상 약제 수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등재 당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약제는 RWD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재정분담형 RSA 약제들 중 상당수는 등재 당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약제이고, ICER 3000만원을 초과해 탄력 적용한 경우는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혁신성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또 식약처 주관의 시판후조사/위해관리계획을 통한 사후 평가, 복지부 주관의 다양한 사후 보험 재정 관리기전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RSA  약제라고 해서 무조건 RWD 사후관리 대상으로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요구도는 높으나 임상적 유용성에 불확실성이 있어 조건부 근거생산을 조건으로 계약된 약제, 경제성평가를 사후에 하기로 계약된 약제 등 조건부 선등재 약제가 RWD 사후관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뷰어' C는 "약제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1인당 청구비용만을 계산하는 건 한계가 있다. 약제특성에 따라 투여기간이 제한적인 경우 1인당 청구비용이 아닌 'life year(수명)' 청구비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질환의 특정 약제는 단기간 투여로 끝나므로 약제비를 'life year'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뷰어' D는 "RWD 기반 재평가는 메디컬 푸어를 막기위한 약가 인하라는 명제에서 벗어나 조건부 허가, 위험분담제와 같이 등재 시 기대했던 효과의 재검증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 활용론에서는 급여기준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약사 재평가 검토 등 참여기전 보장돼야

'리뷰어' E는 "연구에 대한 공정성, 객관성, 정확성, 결과 수용성 등을 위해서는 연구설계부터 분석결과까지 해당 제약회사와 논의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일방적인 밀실연구가 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재평가 자료의 부실 또는 불확실성이 클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리뷰어' F 역시 "RWD 데이터에 대해 객관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집된 데이터에 대해 당사자가 검증하고 수용하는 절차를 반드시 운용해야 한다. 또 RWD 기반 재평가 결과가 환자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되지 않던 약제가 새롭게 등재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크므로 제약업계와 공단, 의학계가 참여하는 중립적 기구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RWD 기반 재평가 최초 결과에 대해서는 관련 이해당사자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재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건보공단이 역할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

'리뷰어' F는 "보고서는 등재 이후 재평가를 건보공단이 담당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연구설계와 연구결과의 해석, 비용효과성 평가는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해당 분야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보공단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등재 당시의 평가 기관/위원회와 사후 평가 기관/위원회가 다를 경우 평가간 충돌과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리뷰어'들은 "새로운 사후관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등재제도를 감안해 포괄적인 검토와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보공단 협상기간 연장과 불필요한 사후관리로 인해 환자접근성 악화, 자원낭비, 불합리한 중복적인 약가인하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도시행 과정에서 의료인들과 마찰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리뷰어'는 "e-CRF에 결과를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할 경우 의사의 진료시간 증가로 인한 진료수가 인상 요구 압력 가능성, 자료 입력 오류에 대한 의료인의 책임, 오류의 입증 책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대책 등이 쟁점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리뷰어'는 "보고서는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한 차례 간담회와 (중간) 결과발표 공청회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또 반영됐는 지 고려해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제약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