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권사, 한국 바이오텍 잇단 커버리지…"위상 높아졌다"
홍콩 CLSA·스위스 UBS 등 글로벌 증권사 잇따라 국내 바이오텍 커버 알테오젠 등 시가총액 커지며 해외 기관 관심↑
최근 글로벌 증권사들이 국내 바이오텍에 대한 리포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분석이 늘어나는 흐름을 두고 한국 바이오 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투자은행 CLSA와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최근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주요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독립 투자은행인 CLSA는 지난 29일 리가켐바이오에 대해 '강력 매수'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했다. CLSA는 보고서에서 리가켐바이오를 한국 바이오텍의 '골드 스탠다드'라고 표현했다.
CLSA는 보고서에서 리가켐은 자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인 '콘쥬올(ConjuALL)'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ADC는 정밀한 표적, 강력한 효능,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 가능성, 그리고 확장성 덕분에 종양학에서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며 "리가켐의 콘쥬올은 열등한 링커나 페이로드를 보완해 빅파마의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리가켐바이오는 2019년 이후 매년 최소 1건 이상 기술이전 계약을 이어가며 현재까지 존슨앤드존슨, 오노약품 등과 총 14건, 누적 9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CLSA는 이 같은 성과를 단순 계약이 아니라 "연구개발-기술수출-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해석했다. 실제로 리가켐은 4억2400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이에 대해 "풍부한 자금과 라이선스 수익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며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CLSA는 평가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을 두고도 글로벌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을 연이어 내놨다. 다만 전망은 다소 엇갈린 모습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달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알테오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27만원으로 책정했다.
UBS는 알테오젠의 매출 구조가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체 매출의 70~80%가 효소 플랫폼 'ALT-B4'에서 나오는데, 이 기술의 특허가 2043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UBS는 알테오젠이 개발 중인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의 가치를 약 3조2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알테오젠 전체 시가총액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 비중을 약 30%로 보고 있어 UBS 추정치와 두 배 넘는 차이가 난다. UBS는 "시장에 과도한 낙관론이 반영됐다"며 주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CLSA는 같은 달 29일 알테오젠에 대해 목표주가 58만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CLSA는 ALT-B4가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으로 기술력이 입증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ALT-B4의 기술은 환자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적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설명이다. CLSA는 경쟁사 할로자임과 특허 분쟁에서도 무효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빅파마들이 블록버스터 약물의 독점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SC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글로벌 증권사들이 국내 바이오텍을 다루기 시작한 배경에는 기업 가치, 특히 시가총액의 성장세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은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작으면 매매 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데,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상승하면서 해외 기관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관심도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24조원을 넘어섰고, 리가켐바이오 역시 5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밖에도 펩트론(7조원), 에이비엘바이오(5조원) 등 다수의 바이오텍이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또 "향후 추가 기술이전이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기관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성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총 9건, 12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반기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기록으로, 2021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성과다. 하반기에도 대형 계약이 예상되면서 연간 20조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리가켐은 주요 파이프라인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알테오젠 역시 다수의 파트너십에서 단계적 마일스톤 유입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