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UBS, 알테오젠 '고평가' 경고… 이유는?

알테오젠·증권가 "가치 산정 과도하게 보수적, 특허·SC 전환 가능성 외면"

2025-08-14     김선경 기자
알테오젠 전경. 사진= 알테오젠.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알테오젠은 즉각 반박에 나서며 UBS의 분석을 '근거 없는 추정'이라고 일축했다.

UBS(Union Bank of Switzerland)는 13일(현지 시각) 알테오젠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했다. UBS는 보고서에서 △단일 플랫폼 의존 △과도한 밸류에이션 △특허 만료 리스크를 근거로 투자의견을 '매도', 목표주가를 27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13일 종가 44만9000원 대비 약 40% 낮은 수준이다.

UBS가 매도 의견을 낸 핵심 이유는 알테오젠 주가의 주요 성장 모멘텀으로 평가받는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의 가치를 시장 대비 절반 이하로 보수적으로 산정한 점이다. UBS는 자사 NPV(순현재가치) 분석에서 키트루다 SC의 가치를 3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알테오젠 전체 시가총액의 약 13%에 불과하다. 반면 시장 컨센서스는 이 비중을 30% 수준으로 보고 있어 UBS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다. UBS는 이 격차를 시장의 과도한 낙관 사례로 지적했다.

또한 UBS는 알테오젠이 주력으로 보유한 SC 플랫폼 '하이브로자임(ALT-B4, 히알루로니다제)' 외에는 뚜렷한 장기 성장 계획이 없으며, 이 기술 역시 특허 만료 시점이 2043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알테오젠의 실제 매출 구조를 보면 ALT-B4 관련 수익이 2023년 833억원 중 86.3%, 2024년 757억원 중 73.6%, 2025년 상반기 813억원 중 79.5%를 차지하는 등 매출 대부분이 단일 기술에 편중돼 있다. UBS는 이러한 구조가 향후 성장 모멘텀의 지속성에 의문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서는 추가적으로 2024년 초 이후 약 450% 급등한 주가가 파이프라인 가치 대비 과열됐다고 분석하며, 특히 올해 4분기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하방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관세 부과 시 영업이익이 매년 수십억~100억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엔허투 SC 제형 변환 성공 확률을 60%, 키트루다 SC 성공 확률을 40%로 가정하는 등 보수적인 추정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문을 게재하고 강하게 반박했다.

알테오젠은 현재 MSD와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가 막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MSD는 IR자료에서 출시 2년 내 키트루다 정맥주사(IV) 사용 환자의 30~40%를 SC 제품으로 전환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존슨앤드존슨(J&J)의 혈액암 치료제 다잘렉스가 SC 전환 후 불과 2년 만에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 사례를 들어 UBS의 보수적인 가치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특히 MSD의 SC 제형 전환 성공 확률을 40%로 가정한 것은 근거 없는 추정이라며, 지금까지 제형 변환 실패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엔허투 SC 전환 성공 확률 60% 가정에 대해서도 파트너사 다이이찌산쿄가 계약 전 충분한 시험을 통해 전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미국 관세 영향 추정치,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운영비용(OPEX) 반영 등도 당사와 사전 협의 없이 작성된 비현실적 가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알테오젠과 의견을 같이했다. UBS가 지적한 특허 만료 리스크와 달리, 경쟁사 할로자임의 Enhanze 특허가 2027~2029년 만료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은 2043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정 타깃 독점 계약을 회피해 다수의 제약사와 계약할 수 있는 구조도 장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대응 차원에서 SC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만큼, 향후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와 소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시장과 인식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강화가 향후 신뢰 회복과 주가 안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알테오젠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ALT-B4의 생산·공급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ALT-B4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한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며, 해외 위탁생산(CMO)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맥주사(IV)로만 투여되던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 중임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ADC를 SC로 전환해도 효능은 유지되고, 오히려 부작용은 줄어드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며 "이 데이터는 올 가을 학회에서 공개하고 국제특허(PCT)도 출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