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등 90명 모였다… 정부 주도 'K-오가노이드' 공식 출범
13일,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 창립 총회 및 출범식 개최 컨소시엄 초대 회장에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박정태 부회장 식약처, 대체시험법 OECD 등재 및 2027년 WC14 유치 성과 동물실험 규제 강화 속 산·학·연 연계...오가노이드 생태계 강화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 규제가 강화되고 대체시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가노이드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주도의 산·학·연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은 오가노이드 기술 표준화, 산업화 기반 강화, 글로벌 규제 대응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하고 국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신약 개발, 재생의학, 동물대체시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활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하는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 창립총회 및 출범식'이 13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초대 회장으로 박정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부회장이 선임됐으며,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 최정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사를 비롯해 정부·학계·산업계 관계자 약 90명이 참석했다. 창립회원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아스템켐온,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강스템바이오텍 등 기업과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 한국줄기세포학회 등이 참여했다.
글로벌 규제 전환 속 한국도 대응 나선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지난 4월,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동물실험 폐지와 신규 접근방법(NAMs) 중심의 규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특히 NIH는 동물실험만으로 구성된 연구 제안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험법 도입을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도 2023년 동물실험 폐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며, 일본은 이미 2007년부터 3R(대체·감소·개선) 원칙을 강화해 왔다.
이날 행사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가 학술 연구를 넘어 규제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며 "FDA, 유럽, 일본 모두 동물대체시험을 규제 분야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는 2009년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설립해 오가노이드 표준화와 OECD 등재를 추진해 왔다"며 "특히 2027년에는 정부 주도로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과 대체 국제회의(WC14)'를 국내에 유치했다"고 밝혔다. WC14는 OECD 등 국제기구, 각국 규제기관, 산업계가 모여 동물 사용을 줄이고(Reduction), 개선하며(Refinement), 대체(Replacement)하는 3R 시험법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학회다.
또한 식약처가 지원한 피부 자극 대체시험법이 OECD 테스트 가이드라인에 국제 표준으로 등재되는 성과도 거뒀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이는 우리 기술이 세계 각국 규제기관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공인 시험법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다만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법은 아직 국제 표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표준 등재를 둘러싼 국제 경쟁은 물론 국내 부처 간 경쟁도 심화될 것이며, 이는 의약품 안전성 평가에서 기술 패권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박정태 초대 회장은 "오가노이드와 동물대체 실험 기술은 재생의학, 신약 개발, 독성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우수한 연구 역량과 기반을 체계적으로 결집해 국가 차원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컨소시엄이 출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연 26% 성장 전망…기술 표준화ㆍ규제 대응 지원
국내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4년 약 2조5천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로켓헬스케어가 올해 5월 코스닥에 상장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6월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론칭하며 산업계 참여가 본격화됐다.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은 오가노이드 기술의 잠재력으로 질환 특이적 반응을 재현해 동물실험 없이도 맞춤형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발굴할 수 있다는 점과,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장기 내 복합 조직 간 상호작용과 전신 반응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높은 기술 난이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이러한 기술과 산업 기반을 표준화·정책 연계·글로벌 규제 대응으로 연결해 나가야 한다"며 "컨소시엄이 그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지원+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 아시아 주도권 확보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은 총회와 이사회, 표준·정책 분과, 산업화·재생연구 분과, 정보·협력 분과로 구성된다. 표준·정책 분과는 기술 표준 개발과 정책 제안을, 산업화·재생연구 분과는 상용화 촉진과 재생의학 응용 확대를, 정보·협력 분과는 기술·시장·규제 정보 공유와 국제 협력 강화를 담당한다.
핵심 전략은 △동물대체시험 표준 개발 및 국제 연계 △기술 상용화와 시장 진입 촉진 △줄기세포 기반 조직 재생 연구 확대 △기술·시장·규제 정보 공유 △글로벌 기관과 협력 강화다. 올해 하반기에는 분과별 워킹그룹 구성, 오가노이드 기술 표준화 로드맵 수립, 제1회 오가노이드 기술 세미나 개최, 정부 정책 제안서 작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컨소시엄은 오가노이드 시험 결과가 단순 연구 자료에 머물지 않고, 신약과 의료기기 인허가 자료로 직접 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실증 데이터와 현장 수요를 제도 설계에 반영하고, 회원사 간 데이터 공유와 연구 인프라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제 협력 확대도 추진된다. 올 12월 태국 방콕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오가노이드 ATMP(첨단치료의약품) 심포지엄'을 개최해, 한국이 아시아 각국 규제기관, 산업계, 학계를 잇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최정민 이사는 "이번 출범은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글로벌 표준화 기여, 아시아 동물대체시험 허브 조성, 지속 가능한 협력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