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수입 관세 1년 내 150%, 최대 250%까지 인상"
제약 생산 미국 유치 압박… 업계 "공급망ㆍR&D 위협 우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최대 2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언급한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소규모 관세를 부과하되, 1년에서 1년 반 이내에 해당 관세율을 150%, 이후에는 250%까지 순차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자국 내 제약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의약품에 대한 '섹션 232 조사(Section 232 Investigation)'를 개시한 바 있으며, 이는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 상무부가 조사할 수 있는 법적 절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의약품이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의약품 생산 비중은 수십 년간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며, 이에 따라 일라이 릴리, 존슨앤드존슨 등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외에도 약가 인하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정책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이는 미국 내 일부 약값을 해외 주요국 가격 수준에 연동해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해당 정책은 약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행 조치는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관세 부과는 제약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의약품 비용을 증가시키고 미국 내 투자를 위축시키며, 공급망 혼란으로 환자 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약사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정책 여파를 겪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과 연구개발 투자 능력 모두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17개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오는 9월 29일까지 미국 내 약가 인하를 위한 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각 제약사가 보유한 기존 의약품 전체 포트폴리오를 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미국 내 모든 메디케이드(Medicaid)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현재 해당 서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기반한 예상 시나리오를 정리해 6일 발표했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최근 무역협정 사례를 고려해, 초기 관세율은 15%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의약품 관세율(15%)과 유사하며, 한국ㆍ일본 등도 최혜국 대우에 합의한 바 있다.
또, 최대 관세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해외 제조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센터 측은 이번에는 이를 상회한 250%까지 높아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센터는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해 향후 관세 인상 시점을 단계적으로 예상했다. 2025년과 2026년에는 최대 15% 수준에서 시작돼, 2027년에는 최대 150%, 2028년 이후에는 최대 250%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적용 대상이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브랜드약과 제네릭, 화학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등 구분 없이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EU 무역협정에서는 제네릭의약품을 일부 제외한 사례가 있어, 특정 품목에 대한 면제나 차등 적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별 차등 적용 여부 역시 명확하지 않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에 따라 수입 의약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별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품목별ㆍ국가별 적용 기준은 향후 발표될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