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타그리소 병용, 부분급여 됐지만…현장에선 "무슨 소용"

처방 제한 풀렸지만, 비급여 병용약제 환자 부담 장벽

2025-08-04     황재선 기자
출처 = OpenAI ChatGPT 생성형 이미지

항암제 병용요법의 부분급여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약제 비용 문제로 정체돼 있던 EGFR 변이 1차 치료 병용요법의 실처방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건수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는 비급여 항암 병용요법 내에 동일 적응증에 대한 급여 약제가 포함돼 있는 경우, 이들은 급여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월 29일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공고 개정(안)'을 공고하고, 6월 5일부터 15개 암종에서 총 35개 병용요법의 급여 기준이 신설한 바 있다. 

당시 EGFR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는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페메트렉시드+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 포함되면서, 최대 수혜 요법으로 떠올랐다.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급여를 유지한 채 해당 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병용요법 부분급여가 시행된 지 약 두 달, 비급여로 사용에 제한을 받던 이들 요법의 처방 비율은 과거 대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는 "병용요법 부분급여 시행 이후 이들 요법들의 처방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본원을 기준으로 약 10~20% 가까이 처방 건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분급여가 적용된다 해도 리브리반트 자체 약가 부담이 큰 만큼 사용을 주저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임상시험에 참여해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면서 "아직 병용요법에 대한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로 의료진들이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 단일 요법만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처방이 급증하지 않는 이유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즉, 두 병용요법 중 렉라자 병용의 경우 렉라자에 급여가 적용된다 해도 리브리반트 자체의 약가 부담이 높은 만큼 당초 예상만큼 활발한 처방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공개하고 있는 각 약제 별 연간 약제비를 살펴보면(비급여), 리브리반트는 1억6697만856원, 페메트렉시드+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은 1498만6931원이다.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비슷한 약제비인 점을 감안하면, 두 요법간 대략 10배 이상 본인부담이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신교 교수는 "부분급여 형태로 사용은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환자 기준,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처방은 10건 이내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렉라자 병용요법의 경우 환자가 월 천 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은 더욱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존재로, 당장 병용요법의 사용 제한으로 인한 임상 현장의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결국 의료계에서는 표준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입증한 두 병용요법의 본격적인 사용을 위해선 부분 급여가 아닌 완전 급여까지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선민 교수는 "해당 병용요법들의 본격적인 처방 확대를 위해선 전체 요법에 대한 완전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렉라자 단독·병용, 타그리소 단독·병용 등 4가지 치료 옵션을 환자 상태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신교 교수는 부분급여 제도로 인한 환자 혜택에 찬성하면서, 이번 제도 시행 과정에도 발생했던 행정적 혼란에 대해서는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부분급여 시행으로 환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럼에도, 부분급여 적용 초기 행정적 혼선과 실무적 준비 부족으로 인해 현장에서 겪은 혼란이 적지 않았다. 향후에는 이러한 변화가 시행되기 전에 임상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준비가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군에 대한 급여 적용 논의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그동안 각 요법의 주요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 연장을 입증한 약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뿐이었다. 올해 3월 개최된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렉라자 병용 주요 임상인 'MARIPOSA' 연구진은 최종 OS 분석 결과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최소 12개월 이상 연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OS 중앙값 50개월에 도달하는 치료요법이 등장을 예고하는 분석이었다.

그러던 중 비슷한 시기 진행해오던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주요 임상 'FLAURA-2'의 최종 OS 분석 결과가 최근 전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타그리소 단독요법군 대비 주요 2차 유효성평가변수인 OS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기존에 연구에서 입증한 1차 유효성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FS) 연장 또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FLAURA-2의 최종 OS 분석 결과는 오는 9월 유럽폐암학회(WCLC) 또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며, 해당 결과가 향후 렉라자와 타그리소 병용요법 간 처방 경쟁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