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가는 의정 갈등 속에도 여전히 불안한 환자들
생각을HIT | 환자-의료진 간 신뢰 회복 위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약속 필요
최근 의대생들이 1년 5개월 간 이어온 동맹휴학 복귀를 선언하면서, 전공의 파업을 비롯한 의정 갈등이 소강 상태를 맞았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봤던 환자들에게 전하는 사과의 메시지나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정부와 의료계 모두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 나선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각 계 책임자들이 이날 자리에 함께 했지만, 의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을 전달했을 뿐, 그 동안 갈등 속에서 피해를 봐야했던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부재했다.
환자 단체들은 이번 의대생 복귀 자체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 사태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 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에게 전하는 사과의 메시지와 추후 환자를 담보로 한 의료공백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의 부재에 섭섭함을 표현했다.
내 생각도 같다. 전 정부의 급진적인 의료 개혁으로 단체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쳐도, 그로 인해 국민의 피해가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새 정부와 의료계가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 나서야 되겠지만, 선행돼야 하는 것은 환자와의 신뢰 회복이다.
많은 의료인들을 인터뷰할 때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멘트로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은 "우리를 믿고, 치료를 따라와 달라"였다. 그럼에도, 이번 의정 갈등을 겪으면서 그 말의 힘은 굉장히 약해졌다. 아마 환자들이 원하는 사과는 그렇게 장황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단지 힘들고 긴 치료를 이어감에 있어,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지 않고, 의료진을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확신을 주길 바라는 것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전공의 파업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대생 복귀를 시작으로, 이번 의정 갈등 상황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되고, 의료계와 환자 사이의 감정의 골이 메워져 더 단단한 신뢰의 지반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