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자·알림타 자사생산 완료? 보령 예산캠퍼스에 해답이 있다

주간제약 Vol. 44 | 생산 공장과 제약사 성장 전략의 상관 관계 척추형 구조로 만들어낸 확장성, 항암제 주사 자체생산 결과로 "일부러 여유 둬야 뭐든 할 수 있어"

2025-07-13     이우진 수석기자

이번 주에도 찾아온 <히트뉴스>의 보도자료 분석 코너 '주간제약' 마흔 네 번째 시작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조금 더 가볍게 볼 수 있을 만한 가볍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습니다. 

보령, LBA 전 품목 자사생산 전환 완료

보령(대표 김정균)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의 자사 생산 전환을 완료했다고 9일 밝혔다. 보령은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통해 인수한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 3개를 자체 생산해 제조경쟁력과 수익성 모두를 강화하게 됐다.

보령은 LBA 전략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로부터 2020년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 2021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 2022년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 등 오리지널 품목의 국내 권리를 순차적으로 인수하며 내재화하는데 집중해왔다.

LBA 전략은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모든 권리를 인수 후 해당 제품의 제조 및 공급을 국내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처방 연속성과 생산 공급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약품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보령은 글로벌 기술이전과 품질 동등성 확보 절차로 2022년 젬자, 2024년 자이프렉사, 올 2분기 알림타의 자사 생산 전환을 완료했다. 세 품목 모두 자사 생산단지인 예산캠퍼스(충남 예산 소재)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인수 이후 지속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젬자는 2020년 인수 당시 143억원이던 연간 처방액이 지난해 29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자이프렉사는 2021년 인수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 16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알림타는 2022년 210억원에서 2024년 269억원으로 28% 성장했다.

보령은 인수 품목을 자사 생산 체계로 전환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예산캠퍼스내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시설은 2023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EU-GMP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보령은 이 같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경쟁력을 바탕으로 2024년 대만 제약사 로터스(Lotus)와 CDMO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 항암제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보령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형을 개선해 상품성과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LBA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달 출시한 '알림타 액상주'다. 분말 형태의 동결건조 제형이었던 기존 알림타를, 보령의 제형개선 연구개발 역량을 통해 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액상 제형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에는 투약 직전 희석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액상주 형태로 전환되며 조제 시간 단축과 안전성 확보라는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보령은 앞서 2023년에도 항암제 젬자를 액상 제형으로 전환한 바 있으며,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젬자 판매의 약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내 빠르게 안착했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의 LBA 전략은 단순 기술이전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인수 품목에 자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 가치가 있는 개량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령은 이처럼 인수-내재화-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LBA 전략을 진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임상적 가치와 브랜드 신뢰도를 갖춘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국내 공급 안정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보령의 LBA 전략은 단순한 품목 인수를 넘어, 제조 인프라와 R&D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오리지널 품목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자사화 및 글로벌 공급을 통해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는 미션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이야기할 내용은 보령의 'LBA 전략 그 뒷이야기'입니다.  보령의 레거시 브랜드 인수는 이미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으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LBA 전략을 통해 시장 내 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일반적인 전략은 이미 수십 혹은 수백건의 기사로 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제 방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보령은 글로벌 기술이전과 품질 동등성 확보 절차로 2022년 젬자, 2024년 자이프렉사, 올 2분기 알림타의 자사 생산 전환을 완료했다. 세 품목 모두 자사 생산단지인 예산캠퍼스(충남 예산 소재)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문장을 자세히 보시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령은 자사의 공장을 새로 지은 바가 없습니다. 자이프렉사야 입을 통해 복용하는 제품이니 기존 생산라인이 사용 가능하지요. 그런데 주사제 형태의 항암제 '젬자'와 '알림타'를 어떻게 이렇게 연달아, 빨리 만들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제품의 처방액은 두 배 이상 늘었는데 말입니다. 해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2019년 당시 보령제약이 언급하고 있는 신공장 예산캠퍼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예산캠퍼스를 가보면 보령이 이 공장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보령이 예산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설정한 것은 2014년의 일입니다. 보령은 당시 제조능력 확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백신을 만들던 진천 공장과 고형제를 만드는 안산 공장이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와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시간 남짓의 시간에 본사인 서울과 각 제조거점을 연결하는 지역 내 새 공장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보령은 145만제곱미터 규모 약 4만3000평가량의 부지를 구매한 뒤 신공장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당시 보령메디앙스, 보령바이오파마, 보령컨슈머의 물류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중 메디앙스의 공장이 2019년 3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보령의 cGMP급 공장은 2019년 본격 가동 전 방문했을 당시 회사의 매출규모 대비 '과하게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실제 '이렇게 큰 사이즈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물어봤을 정도로 덩치가 컸습니다. 더욱이 생산시설은 그 당시 보령이 보여줄 수 있는 최첨단을 구축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긴 복도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척추형 구조'라고 불리는 생산 흐름에 맞추기 위한 것이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속공정에 필요한 '하향식' 즉 최상층에서 시작해 약을 만들고 최하층에 물류를 저장하는 형태의 제조시설을 일정 부분 구축한 것은 물론 긴 복도를 기점으로 각 생산시설이 필요할 때마다 가변형으로 공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생산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보령 예산공장 전경. 2019년에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시설을 준공한  EU-GMP 인증 첨단 제조 시설로, 연간 최소 600만 바이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사진=보령.

현재 보령 예산캠퍼스에는 1층에 물류, 2층에 유지보수를 위한 물적자원, 3층의 근무인원이 있습니다. 여기에 1층에 물류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레이저 센서 기반의 자동이동물류차(로봇)를 도입했습니다. 생산 규모의 자유로운 확장과 이를 뒷받침할 운송 수단을 이미 마련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부지내 시설의 동선을 일직선화하면서 이동거리와 속도조절을 할 수 있도록 세팅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같은 척추형 구조는 생산 능력의 유연성을 만들어냅니다. 실제 준공 당시 고형제의 생산 능력은 연간 8억5000만정 수준이었으나 3교대까지 돌리면 최대 생산량은 20억정으로 늘어납니다. 2.5배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만약 라인을 새로 연결해 추가하면 무려 6배에 가까운 50억정까지 늘어나지요. 당시 제약사의 평균치인 시간당 5만에서 10만정 규모를 30만정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관능검사 등 불량약 판단 감지시스템을 시간당 20만정 가능 수준까지 늘리기도 했습니다.

주사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사제는 최대 600만 바이알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를 1500만 바이알까지 2.5배 늘릴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구축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생산하기 위한 '라인'은 모듈화를 거칩니다. 이미 새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됐다면 불과 몇 분만에 세팅이 완료돼 타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집니다.

그 외 자체 통신 기능을 통해 장비 자동화-데이터-인터페이스 구축-공정 시각화-데이터 분석-예측 및 메인터넌스 구축이라는 전방위적인 관리 체계를 모두 자동화했습니다. 각 라인의 가동 상태와 기계의 구동 속도까지 모두 한 방에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외 대용량-소용량 포장 라인의 편리한 전환 등 당시 제약업계에서 구축 가능한 기술을 다수 구현한 말 그대로 '신공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BR2002 등을 비롯해 면역세포 치료제 등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세팅됐고 이미 PV 생산을 진행한 후 경구제는 물론 항암제 등의 생산 허가까지의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즉 보령의 젬자 및 알림타 전략은 단순히 제품을 가져온 것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 수 있는 '세팅'이 된 상태에서 이어진 큰 그림이었던 셈입니다.
 

후일 도모하려면

생산시설은 '크고 아름다워야' 좋다?

실제 국내 제약사의 경우 공장을 한 번 고치겠다 혹은 신설비를 들여놓을 준비를 하면 가급적이면 좋은 시설을 쓰려고 합니다. 생산역량 증가는 물론 향후 규제에 대비해 높은 수준의 질을 관리하기 위함입니다. 보령의 경우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프로젝트였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 역시 생산을 퀀텀점프의 기회로 삼으려는 계획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비용적 문제에도 생산시설을 더욱 '크고 아름답게' 만드려는 시도가 이어집니다. 그 이유는 앞서 나온 것처럼 향후 어떤 전략에도, 어떤 생산증가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를 두고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야기 합니다. "사이즈가 커야하는 것이 맞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여유가 있어야만 나중에 어떤 전략이라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위수탁으로 묶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생산 측에서는 최대한 생산능력(캐파)을 크게 가는 쪽이 좋다"고 말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아직 보령의 LBA전략과 관련해서는 기사로 다루지 않은 또다른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향후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혹여 보령 예산 캠퍼스에 가신다면 1층에 만들어놓은 보령 역사관과 함께 공장에 불어넣은 회사의 레거시를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관리동 진입 계단을 안산공장에서 뜯어와 달아놓은 이야기부터 보령타워의 붉은 대리석을 공장에도 적용한 것, 생산동과 관리지원동을 잇는 다리가 김승호 보령 창업주가 설립한 보령약국의 창업연도 1957년에 맞춘 57m라는 점 등 '깨알같은 재미'가 많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