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2분기 실적 부진에도 하반기 임상 모멘텀 뚜렷"
비만·근육량 치료제 병용 전략에 관심 집중 하반기 주요 임상 결과 발표 예정
한미약품이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는 비만 치료제 신약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 회복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보고서를 통해 한미약품의 안정적 국내 처방약 기반과 더불어, 비만·근육량 병용 치료제 등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성과를 주목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2분기 한미약품의 연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0.9% 줄어든 3746억원, 영업이익은 2.9% 감소한 565억원으로 추정했다. 대신증권 역시 2분기 매출을 3652억원, 영업이익을 551억원으로 전망했다. 두 증권사는 모두 북경한미의 부진과 원료의약품(API) 수출 감소를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북경한미의 매출액은 928억원으로, 유통 재고 조정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년 대비 6.0% 줄어든 것으로 예상됐다. 별도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2786억원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고마진 ETC(전문의약품) 사업부의 견조한 성장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본격화로 수익성은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됐다. 로수젯(고지혈증 치료제)과 아모잘탄(고혈압 치료제)의 국내 처방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도 전년 대비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R&D 성과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GLP-1 계열 약물 사용 시 나타나는 근육량 감소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병용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비만 치료제 HM15275(GLP-1/GIP/GCG 삼중작용제)와 근육량 보존 약물 HM17321(UCN2 유사체) 병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비만 마우스 모델에서 두 약물을 병용 투여한 결과, 유의미한 제지방(lean mass) 보존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HM17321은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차별화된 작용 기전으로 인해 초기 임상 결과만으로도 글로벌 제약사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의 HM15275는 임상 1상 고용량군에서 4주간 위약 대비 평균 4.81%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 일라이릴리(Eli Lilly)의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계열)의 국내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회사는 이 약물을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할 계획이며, 출시 4년 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설비를 직접 보유한 만큼 가격 경쟁력도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하반기에는 HM15275의 임상 2상 진입, HM17321의 임상 1상 개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항암 파이프라인인 EZH1/2 및 PD-L1/4-1BB 이중항체의 임상 중간 결과도 올해 안에 공개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 모두 한미약품을 제약 업종 최선호주(Top Pick)로 유지하며, 목표주가는 각각 36만원, 38만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7월 9일 기준 28만1500원)는 목표주가 대비 28~34%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신증권 리포트는 "2분기 실적이 저점으로 보이며, 하반기부터 실적과 R&D 모멘텀 모두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도 "로수젯, 아모잘탄 등 개량 신약의 안정적 실적과 북경한미의 재고 소진 효과, 비만·근육량 병용 치료제 파이프라인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 투자 가치가 높다"고 진단했다.
두 증권사는 한미약품의 올해 연간 연결 매출액을 각각 1조5947억원, 1조6014억원으로 전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각각 2442억원, 2426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률은 15% 내외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으로도 한미약품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순차입금은 올해 말 200억원대 수준으로 줄어들고, 내년부터는 순현금 전환이 예상된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올해 15%대에서 내년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안타증권은 "한미약품은 안정적 실적 기반 위에 비만·근육량 동반 치료제 등 혁신 파이프라인의 임상 모멘텀을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닌 종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