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없는 실험, 제도화는 '진행 중'...활용까지 갈 길 멀어

식약처·국회 제도 기반 확대...공인 시험법 자리잡기까지는 시간 필요

2025-07-04     김선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가노이드 등 동물대체시험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계가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식약처에 따르면 동물대체시험법은 2023년 개정된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따라 의약품 허가 심사 과정에서 일부 안전성약리시험(중추신경계, 심혈관계, 호흡기계)에 한해 세포기반시험, 미세생리시스템, 바이오프린팅, 컴퓨터모델링 등 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자료로 대체 제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효능 평가까지 아우르는 공인 시험법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특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식약처가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등재한 시험법조차 활용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산업계 활용을 위한 식약처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식약처가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시험법은 작년 4월 열린 OECD 국가시험지침프로그램조정자작업반회의(WNT)에서 표준작업제안서(SPSF)로 채택됐다. 현재 OECD 사무국과 함께 상세검토보고서(DRP) 작성이 진행 중으로 이후 국제공동연구와 전문 평가 등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국제공인 시험법으로 등재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3월 발표한 '동물대체시험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 로드맵을 통해 기존 동물시험 중심의 신약 안전성 평가 체계를 NAM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 인체칩(Organ-Chip), 인공지능(AI), 컴퓨터 모델링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험법의 조기 도입 방안과 심사 가이드라인 개선 방향이 포함됐으며, FDA는 이를 신약 심사 과정에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FDA는 혁신 기술을 신약 심사에 반영하기 위한 별도 프로그램인 ISTAND(Innovative Science and Technology Approaches for New Drugs)도 운영 중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에뮬레이트(Emulate)가 개발한 인체 간세포 기반 Liver-Chip은 지난해 ISTAND 프로그램의 'Letter of Intent(LOI)' 수용 대상으로 선정됐고, 현재 Qualification Plan 단계에 진입했다. 이 기술은 향후 신약 심사 과정에서 공식 시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에서도 동물대체시험법을 기반으로 한 효능 평가로서 공인 시험법의 확보 여부가 향후 실질적인 활용도를 좌우할 주요 쟁점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 추진 속도, 국내 제도 정비, 산업계 수요 반영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추진의 속도와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