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기구 재처리 5단계 지키는 병원 14%뿐…"표준화·전문화 시급"
4일 심평원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 제도 도입' 심포지엄 인력·수가 부재로 일회용 치료재료 사용 증가…경제적·환경적 문제 유발
의료 폐기물 증가로 인한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일회용 카테터의 비공식 재사용을 줄이기 위해 '치료재로 재처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일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 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대한병원협회·대한수술감염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자로 나선 노연호 병원수술간호사회 학술이사에 따르면 치료재료 세척은 △예비 세척 △사전 침적 △손 세척 및 헹굼 △초음파 세척, 헹굼 및 건조 △기계 세척 등 5단계로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3단계 손 세척 이후 바로 기계 세척 단계로 넘어가는 의료기관이 33%로 가장 많았다. 예비 세척 이후 기계 세척으로 넘어가는 의료기관이 29%였으며, 5단계를 모두 거치는 의료기관은 14%에 불과했다.
수술 기구를 세척하는 장소 비율은 수술실(61%), 수술실과 중앙공급실 병행(27%), 중앙공급실(10%) 순서로 높게 나타났으며, 자동세척기 미보유 기관이 20%, 초음파 세척기 미보유 기간이 61%, 카트세척기 미보유 기관이 69%에 해당했다.
노연호 학술이사는 "이같은 결과는 기구 재처리 과정의 표준화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재처리 과정의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세척 및 소독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처리 시간이 확보돼야 하고, 특히 최소침습수술(MIS) 기구의 형태로 인해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인데, 국내 의료기관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파견직과 비정규직의 포함으로 역량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송 통로 △보관 공간 △자동화 시설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작업대 △기구 추적관리 체계 구축률 미흡 등 시설 및 공간의 부족함으로 인해 재처리 중앙화가 제한된다. 이에 더해 감염관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수술부위감염예방 △지혈·봉합 △절삭기류 등에 사용되는 일회용 치료재료 비율이 52.6%를 달성했다.
노 학술이사는 "일회용 사용이 증가하면서 의료폐기물이 증가하는데, 대부분 플라스틱 합성수지 제품으로 이뤄져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료비 상승으로 의료비도 상승하고, 펜데믹 등 물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처리 수가를 신설해 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재사용 가능한 기구로 전환하고,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 기관을 설립해 일회용 기구의 재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의료기관 평가 시 소독과 멸균에 관한 감시 체계는 있지만 지원이나 보상은 부족하다. MIS 수술 시 재원일수가 단축되며 의료비가 감소하고, 수술부위감염(SSI)으로 인한 재원 예방을 위해 고위험 기구인 수술 기구의 재처리 수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은 '치료재료 재처리 제도 도입 전략'을 발표했다. 박진식 위원장은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 과정에 철저한 관리가 없으면 환자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일회용 치료재료 재사용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임상 상황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보상체계로 인해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때문에 △환자 안전성 우려 △정보 부족 △제도 도입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박 위원장은 제도 도입을 위한 단계별 핵심 전략으로 △일회용 치료재료 재사용 금지 규정에 맞는 보상체계 구축 △환자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재처리 관리제도 구축 △의료기관·제조사·환자단체 등 이해 당사자의 참여 촉진 등 3가지를 언급했다.
① 인센티브 및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② 치료재료 등급 재분류 및 허가/신고 등 법적 및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③ 보관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폐기물 분류 체계를 보완하며, ④ 윤리적 정당성을 근거로 의료인 선택에 관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시범사업 시행 및 평가를 진행하고, 제도 확대를 정식으로 시행하면서 제도 고도화 및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