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그린 품질 '독보적으로 앞서가자'→ 의약외품 GMP 인증 결실

색다른 공장| 구중청량제·치약제 GMP 1호 동아제약 이천공장

2025-07-08     최선재 기자

GMP(Good Manufactruring Practice, 우수제조관리기준)는 '우수한 의약품의 제조, 출하 등 품질관리 전반에 걸쳐 지켜야 할 것을 규정한 기준'이다. 미국이 1963년 GMP를 도입했고 독일은 1978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77년 보건사회부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KGMP(우수제조관리기준)를 제정했다. 동아제약은 1985년 4월 경기도 안양에 현대식 공장을 준공해 업계 최초로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KGMP) 국내 1호로 지정됐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 동아제약이 다시 한번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동아제약 이천공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내 최초로 구중청량제와 치약제 품목에 대해 의약외품 GMP 인증을 받은 것이다. <끝까지 HIT>는 6월 12일 동아제약 이천공장 구중청량제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강보성 동아제약 생산본부장을 만나 이번 GMP 인증의 배경과 향후 비전을 들었다.

동아제약 이천 공장 전경. 사진=최선재 기자 

12일 3층 회의실에서 만난 강보성 생산본부장은 "80여명 공장 직원들이 불철주야로 노력한 결과 국내 최초로 가그린 등 구중청량제와 치약제 품목의 GMP 인증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GMP 추진을 위해서는 제조 방법과 품질규격을 설정하고, 제조과정 중 오염 등을 비롯한 제조전반의 위험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시설, 장비, 인원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한다"며 "생산성과 원가를 고려하면 시도할 수 없지만 '품질은 동아제약이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GMP를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강 본부장을 만난 뒤 이천공장 2층 가그린 생산현장으로 향했다. GMP 인증에 성공한 시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다. 2층 가그린 생산라인은 자제투입실, 가그린 충전실, 포장실, 부품보관실로 구성됐다. 작업복으로 환복하고 생산라인에 들어간 순간 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가그린 병의 클리닝 공정이 보였다.

동아제약 이천공장 가그린 생산라인 가그린액 충전 공정 

공장 투어를 안내한 동아제약 제조팀 권혁태 책임은 "기계가 돌면서 강한 바람을 쏘아서 만약 있을지 모르는 먼지 등의 이물을 날리는 세척 작업을 해준다. 세척을 마친 병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한 뒤 내용액을 충전한다"고 설명했다. 충전을 마친 병들은 약 2m 높이의 원통 주변에 모였다. 병마다 가글액이 충전되면 아래 사각형 모양의 저울이 무게 값을 측정했다. 내용액 충전과 무게 측정을 마치면 가글린 병들은 캡을 씌우는 공정으로 이동한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가그린 병들이 줄지어 옮겨져 충전실 옆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컨베이어 옆에서는 직원이 줄지어 지나는 가그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권 책임은 "이물 검사는 두 번 시행된다. 직원이 육안으로 확인한 뒤 기계에 달린 전용 카메라가 깜박거리면서 빛을 쏘아주는 작업을 거친다. 완벽히 검사가 끝난 제품은 전면과 후면에 라벨을 붙인다"고 말했다.

작업자의 육안 검사 모습

가그린 병들은 차례로 거대한 원통 모양으로 들어갔다. 라벨 스티커가 연속으로 붙여진 종이가 자동으로 병의 앞면과 뒷면에 붙여졌다. 앞면은 가그린 라벨, 후면엔 사용기한 제조번호 스티커가 붙여졌다.

가그린병 라벨 장착 생산라인 모습 

컨베이어 벨트 위 계단을 올라 반대편으로 넘어간 순간 뚜껑에 필름을 씌우는 공정이 보였다. 권 책임은 "기계가 필름을 씌워주고 열터널을 지나면 수축을 해서 눌러준다"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마지막 공정이다. 캡이 제대로 씌워지지 않거나 라벨이 다르게 붙여질 가능성을 대비해 불량 선별 검사도 거친다"고 밝혔다.

가그린 에어캡을 씌우는 공정의 생산라인 모습

포장실로 이동하니 로봇팔이 가그린병 16개를 집어 박스에 담고 있었다. 가그린액 충전부터 최종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로 진행된다. 강보성 본부장은 GMP 인증의 후일담 을 전했다.

그는 "GMP 인증 준비를 위해 충전기 두 대를 교체하는데 억대 비용이 들었다"며 "충전실 안쪽의 공조시설과 차압시설 교체도 추진했다.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GMP에서는 특히 불량 선별 과정이 중요하다"며 "내용물, 병, 캡은 물론 충전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에서 기계를 대상으로 정상품인지 불량품인지를 인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봇팔이 가그린 완제품을 옮기는 모습. 

그는 또 "생산장비가 제품이 정상이면 통과시키고, 불량이면 스스로 제거하도록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유지하게 하는 것이 GMP의 주요 핵심"이라며 "생산라인뿐 아니라 불량품의 정의는 무엇인지, 불량품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SOP를 전체적으로 재정비했다"고 부연했다.

동아제약 강보성 생산본부장

자율인데…동아제약은 왜 GMP를 했을까
KGMP 인증 1등 자부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3년 9월 의약외품을 대상으로 GMP 자율 도입을 권고했다. 의무사항이 아니었는데도 동아제약은 약 1년 만에 GMP 적합판정을 받아냈다. 강보성 본부장은 "2023년부터 가그린의 품질을 더욱 독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시작됐다"며 "의약품 KGMP인증 1등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GMP를 통한 품질 혁신 영역에서 어느 제약사보다도 앞서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의약외품 최초로 GMP를 획득한다면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업주부터 강조해온
품질 우선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다.

이어 "무엇보다 창업주부터 강조해온 품질 우선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다"며 "품질 우선을 위해서라면 당장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쌓이는 것은 물론 임직원들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보성 본부장 설명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GMP 인증 준비 과정은 때때로 위기가 찾아왔다. 새로 도입된 의약외품 GMP 규정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고시 내용을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간극이 있었다.

특히 설비 보강, 제조 현장의 구조 변경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이슈도 발생했다. 실제 제조 현장과 문서로규정된 GMP 실사 리스트 간의 차이를 좁히는 과정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동아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머리를 맞대고 숙고를 거듭했다.

강 본부장은 "저희는 식약처 본청의 담당 주무관을 찾아가서 실제 생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소통했다"며 "무엇보다도 식약처가 주도한 의약외품 품질관리 민간협의체 활동을 통해 가이드라인과 다른 업체들의 노하우를 접했던 점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동아제약이 첫 GMP 사례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었지만, 우리 회사에서 첫 테이프를 끊고 나면 여러 후속 업체들의 선례가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식약처에 의견을 개진했다"며 "식약처도 수시로 상담과 컨설팅으로 우리를 도왔다.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티뷰를 통해 수고해준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심사 과정 중 생산라인을 정비하고 수백개의 문서 작업에서 수정과 재수정을 반복했다. GMP 실사 과정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이천공장의 모든 팀이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했다. '의약외품 GMP 1호' 타이틀은 임직원들의 단합과 헌신 덕분"이라고 전했다.

동아제약 이천공장 2층 평면도. 사진= 동아제약 제공

동아제약 이천공장, 변화수용성 높은 제품 생산
작년 매출 7000억 중 1100억 담당

동아제약 생산본부는 이천, 천안, 당진 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천안공장은 박카스디액, 판피린큐액, 베나치오액 등을 생산하고 당진공장은 박카스에프액, 박카스디카페액 등 액제 의약품 제조를 맡고 있다.

동아제약 이천공장은 일반의약품 챔프 시리즈, 맥스콘드로이틴, 노스카나겔, D-판테놀 연고, 터비뉴겔 등을 생산 중이다. 의약외품은 가그린, 검가드, 스킨가드 의료기기는 클리덴트를 제조하고 있다. 파티온, 비겐류 등 화장품 생산도 담당한다. 강보성 생산본부장은 천안공장과 당진공장은 동아제약 박카스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천안공장 3억병, 당진공장 2억병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며 "시장에 신속하게 출시, 적용되어야 하는 제품들은 생산라인 특성상 변화 수용성이 높은 이천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매출 증가액도 이천공장이 제일 높다. 작년 동아제약 전체 매출 중 1100억원을 담당했다. 성장률도 높고 인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천공장의 전체 인원은 82명이다. 제조팀 34명, 품질관리팀 21명, 설비관리팀 9명, 생산지원팀 8명, 이천 품질보증팀 10명으로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천공장 규모는 대지 3만6634㎡ 건축면적 1만258㎡으로 1985년 준공됐다. 동아제약이 라미화장품의 생산 부문을 인수했고 2008년 상갈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이천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강 본부장은 "라미화장품은 동아제약의 그룹사였다. 라미화장품 생산라인이 이천공장에 있었는데 동아제약 상갈공장에 있던 가그린 생산라인이 이천공장으로 이전됐다"며 "가그린 생산라인은 상갈공장에서 시작돼 이천공장으로 이어질 만큼 오랜역사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제약은 1982년 국내 최초로 가그린을 출시했다. 초기에는 '입을 헹군다'는 개념이 생소해 판매량이 적었지만 1990년대 인기를 끌면서 동아제약의 대표적인 의약외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천공장은 17년째 가그린 생산을 전담해온 산실이다. 강 본부장은 "헬스케어 산업 내에서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동아제약의 방향성"이라며 "'좋은 의약품을 생산하여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창업 정신이 담긴 곳이 바로 다양한 형태의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천공장이라 할 수 있다. 상갈공장이 폐쇄된 이후 이천공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구중청량제 생산을 이어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