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포커스] 코로나19 영웅, 모더나는 왜 어려움에 빠졌나
'팬데믹 특수' 이후 드러나는 mRNA기술 난제들 파이프라인 분산 실패와 정책 위협 속 생존 전략 모색 중 조류독감 백신 긴급사용승인으로 반등 기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2020년 세계 각국은 방역과 진단 역량을 강화했지만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의료 체계도 한계를 맞았다. mRNA 기술로 만든 백신을 들고 등장한 모더나는 구세주였다. 덕분에 주가는 1500%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500억달러(한화 약 175조원)를 돌파했다.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 자본 시장에서 모더나의 이름은 뜨겁지 않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백신 수요는 급감했고, 후속 파이프라인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오랜기간 무명의 세월을 보내다 팬데믹 시즌의 '반짝 스타'로 떠오른 모더다는 또다시 무명의 세월로 돌아가는 것일까? 백신개발 이후 지난 4년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긴급사용승인까지 단 1년...모더나의 질주
팬데믹 이전 모더나는 ‘기술력은 있지만 상업화에 실패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다. 2010년 설립 이후 mRNA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했지만, 팬데믹 이전까지 허가받은 제품은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고, 이는 모더나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항원을 배양하고 정제하는 과정 없이 유전자 서열만 확보되면 수일 내 설계와 생산이 가능하다. 모더나는 코로나19의 유전자 서열이 공개된 지 이틀 만인 2020년 1월 13일,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VRC)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유전자 서열을 최종 확정하고 임상용 물질 생산에 착수했다.
자체 cGMP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던 모더나는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통합 관리하며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mRNA를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 포뮬레이션도 독자 기술로 확보하고 있었다. 안정성 및 세포 내 전달 효율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가졌다. BioNTech가 화이자와 협업을 통해 생산 인프라를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협력과 'Operation Warp Speed'의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임상 개발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2020년 12월, 모더나는 화이자보다 일주일 늦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곧바로 전 세계 국가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한 해에만 184억 달러의 백신 매출을 기록했다. 주가는 1년 만에 1500%이상 상승해 2021년 9월 주당 467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시가총액도 1500억달러를 넘었다.
'팬데믹 특수' 끝나자 드러난 한계
팬데믹 특수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2년 이후 백신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4년 부스터샷 접종률은 18%로 팬데믹 당시 65%에서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갔다.
당연히 모더나 실적도 큰폭으로 줄었다. 통계 플랫폼 '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192억6300만달러였던 연 매출은 2023년 64% 하락해 68억4800만달러에 그쳤다.
2024년 매출은 직전년도 대비 약 53% 하락한 32억3600만달러였다. 2023년 9월 모더나가 매출 전망치를 25억~35억달러에서 15억~25억달러로 10억달러 하향 조정해 발표했을 때 주가는 하루 만에 24% 폭락하기도 했다. 한때 467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2025년 4월 현재 28달러까지 떨어져 기업 가치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코로나 백신에 의존하던 모더나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mRNA 기술의 한계...RSV 백신도 고전
팬데믹 특수 이후 모더나는 하나의 mRNA 플랫폼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개발 단계에서 각 질환에 따라 설계, 전달 방식, 단백질 발현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어려움을 맞았다. mRNA 기술은 감염병 백신처럼 단기 면역 유도에는 효과적이지만, 지속적인 단백질 발현이 필요한 치료제 영역에서 분해 속도가 빠른 특성이 한계로 작용한다.
또한 LNP 기반의 전달체는 일부 조직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단백질 발현량이나 지속 시간 조절도 어렵다. 과도한 면역반응이 발생할 경우 자가면역 등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미국심장학회(ACC)가 2022년 11월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87만 회 이상의 모더나 백신(mRNA-1273)을 접종한 결과, 2차 접종 후 21일 이내에 심근염 사례 31건, 심막염 사례 2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Nature에 게재된 리뷰 논문에서도 30세 미만 남성에서 2차 접종 후 모더나 백신의 심근염 초과 발생률이 인구 1만 명당 1.3~1.9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Grade 1-2) 수준으로 평균 2~3일 이내에 소실되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중대한 이상사례 신고율은 접종 10만건 당 0.5건으로 확인됐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는 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을 여전히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mRNA 백신의 안정성 개선 과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모더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4년 3월, 'mRNA-1345'는 FDA 승인을 받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24년 전체 매출은 약 2500만달러에 그쳐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억2300만 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파이프라인 분산 실패와 정책변수의 이중 부담
모더나는 팬데믹 당시 확보한 대규모 현금을 바탕으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개발해 살 길을 모색했지만 수익성보다 불확실성이 큰 과제에 자원이 분산되면서 R&D 효율은 현저히 저하됐다. 결국 2024년 9월 R&D 예산을 11억달러 감축하고 단독 독감 백신을 포함한 5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책 환경 변화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5년 4월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 피터 마크스(Peter Marks) 박사가 전격 사임한 것이다. 그는 사임서를 통해 '백신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신 안전성에 대해 허위 정보와 거짓말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과학적 투명성과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크스 박사의 퇴진 이후, 모더나가 개발 중인 노로바이러스 백신의 승인 일정은 최소 18개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모더나의 생존 전략은 신약 임상과 재무 구조 개편
모더나는 현재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머크(MSD)와 공동 개발 중인 흑색종 맞춤형 백신 'mRNA-4157(V940)'다. 2025년 임상2상 결과에서 키트루다와 병용 시, 재발 및 사망 위험은 44%,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은 65% 감소효과를 입증했다. 이 조합은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지정을 받았고, 현재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조류독감 백신 후보 'mRNA-1018'도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임상1/2상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확보한 뒤, 2025년 미국 보건복지부(HHS)로부터 5억90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미국 내 첫 H5N1 사망자 발생 이후, 긴급사용승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무 구조 개편도 병행 중이다. 2024년 말 기준 현금 및 유동자산은 108억달러에 달하며, 2027년까지 현금 소진을 막기 위해 전체 인력의 15% 감축하고 생산시설 3곳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연간 20억 달러의 고정비를 절감해 2028년 흑자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모더나의 기술 실증성과 정책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파이프라인 전략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는 2025년 2분기 조류독감 백신의 긴급사용승인(EUA) 획득 여부가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4년 H5N1 사망자 발생 이후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1.65% 상승해 47.53달러에 마감된 바 있다. 이는 ‘mRNA-1018’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장기적으로는 2027년을 목표로 하는 암 치료제 상용화를 통해 치료제 중심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모더나는 올해 1월 진행된 JP모건 컨퍼런스에서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의 규모와 상업화 도전 과제를 감안해, R&D 투자 속도를 조정하고 상업적 역량 구축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10개의 제품 승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팬데믹 신화를 넘어 치료제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증명할 수 있을지, 모더나는 위기와 기회의 교차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