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의 '덱실란트' 한·일 합동작전, 덩치 키우기 본격화
주간제약 Vol. 38 | 제일약품서 가져온 400억, 동화가 품은 블록버스터 약한 소화기 라인업+저마진 가능성에도 공동 판매 수년간 이어진 중견제약사 비대화 연장선 높여있다?
본가에 옷 한벌이 있습니다. 짙은 녹색 헤링본 자켓인데, 정작 10년동안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불이 났을 때 가까스로 건진 옷 중 하나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드라이크리닝을 몇차례 해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 입을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버리지 않는 것은 그 때를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도 짙은 자켓같은 마음의 아픔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픔니다. 3주만에 <주간제약> 시작합니다.
동화약품은 한국다케다제약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덱실란트 디알캡슐30밀리그램', '덱실란트디알캡슐60밀리그램’, '란스톤엘에프디티정15밀리그램', '란스톤엘에프디티정30밀리그램' (LANSTON LFDT, 이하‘란스톤 LFDT’, 성분명: 란소프라졸)’의 국내 독점 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계약 이후 동화약품은 두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과 원활한 유통을 전담한다.
덱실란트는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 계열 치료제와 유사한 약리학적 기전을 가지면서도 보다 긴 작용 시간을 제공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이중 지연 방출 기술(DDR: Dual Delayed Release)이 적용되어2번에 걸쳐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1일 1회 복용만으로도 24시간 지속적인 효과를 제공하며,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란스톤LFDT는 위산 관련 질환에 대한 폭넓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적응증의 경우 1세 이상의 소아환자부터 처방이 가능하다. 특수 제형을 적용해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으며, 딸기 맛이 첨가되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였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한국다케다제약과의 이번 독점 판매 유통 계약을 통해 덱실란트와 란스톤 LFDT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성공적인 영업 전략 추진을 위한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며, “동화약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공정 거래 및 윤리경영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의료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국내 소화기 치료제 시장에 기여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한국다케다제약은 환자의 건강 증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이념과 ‘성실(Integrity)’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동화약품과 모범 협업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늘 주간제약은 최근 제일약품 코프로모션 해지와 함께 일어난 일들을 모은 취재 후일담 혹은 연쇄작용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먼저 등장하는 덱실란트 품목 코프로모션 이야기에 앞서 제일약품 이야기를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동화약품과 계약을 맺은 한국다케다제약의 '덱실란트DR캡슐'과 '란스톤LFDT정'은 2024년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약 442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습니다. 함께 제일과 코프로모션을 종료한 비아트리스 주요 품목 매출이 1436억원으로 높아서일 뿐 다케다 두 품목의 매출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특허만료와 처방이환이 쉬운 소화기질환 치료제인데도 '견조한 매출'을 보여준 제품들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과연 이 품목을 어느 회사가 가져갈 것인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대상으로 오르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결이 같습니다. 소화기 분야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은 회사라는 점입니다.
동화약품 홈페이지 기준 소화기용제 전문의약품은 15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요 캐시카우 중 하나인 소화기와 순환기 분야에서 한 쪽이 약한 셈입니다. 더욱이 덱실란트DR이 속해 있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에서 동화약품이 가지고 있는 품목은 하나 뿐입니다. 란스톤과 동일한 성분 제제가 있지만 이건 주사제이니 '별건'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소화기 분야 매출을 끌어올릴 만한 제품으로 PPI 오리지널인 다케다 품목이 눈길을 끌었으리라 자연스레 추정됩니다.
업계가 가진 궁금증은 하나 더 있습니다. 마진이 낮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다케다 품목을 왜 가져왔냐는 것입니다. 이는 동화약품의 최근 성장세가 매출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동화약품의 2024년 사업보고서 내 개별 기준 매출은 3800억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여기에 다케다의 두 품목이 지난해와 같은 추세로만 판매된다고 가정해도 4000억원 돌파는 확정된 셈입니다.
이같은 추이는 전통제약사(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표현)의 비대화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일단 매출 규모가 커야 활용 가능한 자원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향후 수익성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움직임은 최근 여러 회사의 경향성 입니다. 당장 비아트리스코리아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며 매출을 1500억원 이상 잠정적으로 늘린 SK케미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면 종근당이 1조 클럽을 위해 빠르게 도전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규모로 시장을 움직이겠다는 셈입니다. 최근 들어 이같은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들이 중견제약사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다케다의 품목이 이미 오랜 기간동안 판매된 만큼 '다국적사 마진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처음 코프로모션을 맺은 이후 국내 제약사가 매출과 별개로 마진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제약사들이 제일약품보다 낮은 마진으로 공동판매 계약을 맺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 품목의 경우 란스톤이 2000년, 덱실란트가 2012년부터 제일과 연을 맺어왔습니다. 실제 마진이 낮다고 가정하면 동화약품의 움직임은 매출을 우선 키우면서 판을 벌려놓기 위한 '베팅'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불이 떨어진 제일약품은 일단은 판권을 사들이고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 잰걸음을 걷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우황청심원인 셈입니다. 업계 안에서는 여러 품목의 코프로모션을 이어가는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약 6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자큐보'의 성장만으로 빠진 매출을 단기간 회복시키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1800억원에서 각각 1400억원과 400억원대의 매출을 끌어당긴 SK케미칼과 동화약품, 그리고 이를 메꿔야 하는 제일약품의 행보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던 코프로모션의 늪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주머니를 키웠지만 넣을 동전은 많지 않다는 지적은 10년 전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빅파마로 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