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가능한 수준' 항암제 이상반응? 환자 입장 고려됐나

생각을HIT | 의료진과 환자가 바라보는 '최적의 치료 옵션', 같은 방향을 향해야

2025-03-27     황재선 기자

기자가 항암제 관련 취재를 하며 의료진을 만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약제는 이상반응(Adverse Event)이 심하다고 하는데, 임상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요?"

돌아오는 답변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문구는 바로 '관리 가능한 수준(Manageable)'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해당 약제의 용량을 감량하거나, 발생한 이상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증요법을 통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상태로 환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과거 탈모, 구역·구토, 설사, 구내염, 식욕감소, 피로감 등으로 대표되던 항암제 이상반응은 최근 새로운 작용기전 및 모달리티의 혁신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피부 발진, 손발톱 주위 염증, 면역매개 이상반응, 말초신경병증, 간질성폐질환 등 다양화되고 있다.

인터넷에 '항암'과 '부작용'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다. '손과 발이 저리고, 뭔가가 닿는 것조차 괴롭다', '먹는 것도 없는데, 하루에 10번 이상 설사를 쏟아낸다', '구내염이 심해 밥을 먹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힘들다', '갑작스러운 전신 피부 발진으로 가려움과 염증에 고통받고 있다' 등 각자 특정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의 이상반응들을 공유하고 있다.

임상시험 연구에서 이들의 정도를 나타내는 건 4단계의 등급(Grade)과 발생 빈도뿐이다. 이상반응의 정도가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심해질수록 4등급, 경미할수록 1등급이며, 몇 %의 환자들에서 나타났는지 통계화 된다.

최근에는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ㆍQoL)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 또는 환자보고결과(Patient Reported OutcomesㆍPRO)등이 주요 평가변수로 포함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가 환자들이 약제를 원만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대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험군과 대조군 두 약을 모두 사용해보지 않은 환자의 평가가 객관성을 띄고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직접 취재를 통해 만나본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 경과가 좋은 환자들이었다. 그럼에도 이상반응이 견딜만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항암제를 투약했고, 약제 이상반응이 발생해 조치를 취해주면 그저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항암제 외에도 점차 투여해야 하는 약제가 늘어나 이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취재 기자로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지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임상 측면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과 환자가 '견딜만하다'라는 말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며, 환자마다 큰 편차가 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도 의료진이 제시하는 치료 옵션 중 본인에 맞는 약제를 선택할 권리가 있을테니 말이다. 

결국 환자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의료진이 그들의 상황에 더 귀 기울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목소리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와 언론에 전달될 수 있도록 대변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생존기간'이 더 길어진다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환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작년 9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처음으로 환자단체가 초청되고, 이들을 위한 세션이 마련됐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진정 환자들이 바라는 치료의 범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얘기를 나눴으며, 이를 향후 임상 및 치료 환경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전공의 파업 등 인력 부족으로 현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이런 논의를 이어 가기 힘들다는 말이 많다. 그럼에도 환자들과 그 가족이 의지할 곳은 결국 의료진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최적의 결과로 나아가는 의료 현장의 모습을 취재할 기회가 점차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