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메틱스, 재발·전이 경험 20% 환자에 새로운 치료옵션"

히터뷰 |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적극 치료 가능한 질환...관심 가지고 지속적 추적관찰 필요"

2025-01-02     방혜림 기자

국소 질환 완치 후 암의 재발·전이를 경험하거나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 핵종 치료(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ㆍPRRT)'가 불가능한 신경내분비종양(NET) 환자의 새로운 치료제로 입센코리아의 '카보메틱스(성분 카보잔티닙)'가 언급됐다.

NET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계 세포에 생긴 종양으로,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5명으로 알려진 희귀암이다. 위, 소장 등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폐, 췌장 등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

종양이 자라거나 암이 전이되는 속도가 느려 생존율이 높은 암이지만, 환자 수가 적고 공급되는 치료제가 적기 때문에 약의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히트뉴스는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NET의 전체적인 특성과 최신 치료법을 들어봤다.

김진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NET은 어떤 질환이며,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위암, 대장암 같은 암종에 비해서는 드문 암종이지만, 일상에서 아주 못 볼 정도의 암종은 아니다. 신경내분비계 세포는 장기 전체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위장관계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가 50% 이상이고, 폐나 췌장 그리고 소화기계인 장과 직장에 많이 생기는 암이다.

암 자체에서 호르몬을 분비해서 설사를 하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무증상으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내시경,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하다가 종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고 있나.

"일부 환자들은 다발성 내분비종양(Multiple Endocrine NeoplasiaㆍMEN)이라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데 이는 극히 일부 환자들이고, 이런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진단과 완치 판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질환이라던데 설명 부탁한다.

"종양 크기가 빠르게 커지지 않아서 진단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다른 암은 1년에 2배~3배로 커지는데, NET 종양은 성장 속도가 느려서 처음 내시경으로 발견했을 땐 1년 동안 관찰한다. 그러다 1년 후에 봤을 때 종양이 커지면 수술을 하게 된다.

또한 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이 없어지거나 수술이 없어도 크기가 자라지 않을 경우 완치 판정을 받는데, NET은 치료하지 않아도 1년 반 정도 병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치료 기간이 길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느리게 커지는 종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일부 환자들은 전이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 종양이 생겼는데, 크기가 커지지 않아서 추적관찰만 지속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중 일부는 직장의 종양이 간으로 전이가 돼서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NET 자체의 전이로 돌아가시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하다."

환자 수가 적어서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라고 알고 있다.

 전반적인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처음 발견했을 때 수술이 가능하면 바로 수술을 하고, 전이가 된 분 중 수술이 불가능하면 약물로 치료한다. NET의 특수한 마커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 마커를 억제하는 표적 항암제를 사용해서 암 전이가 진행되지 못하게 막는 게 치료의 목표다.

다른 암과 다르게 치료하지 않아도 생존율은 높다. 근데 약을 사용하면 진행이 완전 느려지기 때문에 약을 약 3년 정도 복용한다. NET에는 소마토스타틴 리셉터가 많이 발현되는데, 소마토스타틴 유도체가 이 리셉터에 결합해 종양의 성장과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성분은 '란레오타이드'다. 'CLARINET' 연구에서 란레오타이드를 안 쓴 환자는 종양이 일정 수준까지 커지기까지 약 18개월이 걸리는데, 약을 사용하면 무진행 생존 중앙값(mPFS)이 32.8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적인 항암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란레오타이드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

한 달에 한 번씩 주사제를 맞고,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다고 하는 환자들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ESMO에서 카보메틱스와 위약군 비교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최신 연구 동향이나 치료법이 있나.

"최근에는 카보메틱스 처럼 새로운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ㆍTKI)를 사용하거나, 베버시주맙 같은 혈관 신생 억제제와 TKI를 병합하기도 한다.

또한 PRRT라고 NET의 소마토스타틴 리셉터를 거의 모두 발현하는 치료법이 있다. 리셉터 발현으로, CT를 찍고 '도타톡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리셉터에 빛나는 방사성 물질을 붙여서 보내면 NET 종양에서만 빛이 난다.

PRRT는 진단 목적에서 더 나아가 치료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같이 넣어주면 NET 종양에만 방사성 치료를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PRRT도 모든 환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치료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에 카보메틱스 같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아 쓸 수는 없지만, 약 사용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이나 쓸 수 있는 약이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긴 것이다. 4기 환자가 되기 전에 국소 질환을 완치한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거나, 처음부터 전이성으로 발견되는 20%가량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다."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치료 환경이 좋아졌지만 끝내는 재발하고 병이 진행된다. PRRT도 완치 상태로 만들어주진 않고 병을 축소시킨 다음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때문에 병이 다시 진행되면 쓸 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란레오타이드 등 피하주사는 주사 부위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2년~3년 동안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TKI 계열 약물은 란레오타이드에 비해 부작용이 심할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이나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나.

"NET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종양이 있어도 빨리 안 커지니까 치료를 해야되나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이 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있으니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검사를 해야 한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나 초음파 검사도 질환의 유무를 빨리 알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

그동안 진단 기준이 애매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지만, 최근에 관심이 많이 생기고 진단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빠르게 발견하면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새로운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지속적인 치료에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NET은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드물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고, 약물 치료를 하면 무진행 생존 기간(PFS)을 늘릴 수 있다. 예전에는 치료제에 급여 적용도 안 됐는데, 요즘은 좋은 약들이 나오면서 보험도 되고 생존율도 증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종양이 발견됐을 때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