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에서 찾은 항체기술"... 휴맵은 'K-리제네론'을 꿈꾼다

히터뷰 | 오창규 휴맵 대표 "단 4번의 치환으로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만들어" 기존 특허 우회 자신 '3세대 Tg 마우스'로 시장 공략

2024-12-28     심예슬 기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이오텍 리제네론(Regeneron)은 '신약만으로 먹고사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그 성공의 기반이 된 인간화 마우스 플랫폼(VelocImmune), 즉 인간항체 형질전환(Tg) 마우스 기술은 완전 인간 항체(Human Ab) 개발의 길을 열며, 주요 블록버스터 신약들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완전 인간 항체는 의학적·상업적 가치를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특히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에서 발굴된 인간항체는 B세포의 발생에 따라 생체내 성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항체의 물성이 매우 뛰어나며, 면역반응이 현저히 낮아 항체 치료제 개발의 임상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한 형질전환(Tg) 마우스 개발 기술은 국내 기업들에게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K-리제네론'을 꿈꿀 수 없는 것일까?

기자는 과거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개발에 직접 도전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분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최근 국내에서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을 개발 중인 휴맵(HuMab)의 오창규 대표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오 대표가 소개한 차세대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 ‘진테제(SynThese)’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 대화를 떠올리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오 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완전인간항체 형질전환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한국에서 인간항체 형질전환 플랫폼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인간 항체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Tg 마우스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전문 인력이 제한적입니다. 리제네론조차 인간화 마우스 플랫폼 완성에 약 14년이 걸렸는데, 국내 환경에서는 긴 개발 기간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세대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기술은 리제네론 등의 특허에 묶여 있습니다. 특허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있더라도 상용화 단계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큽니다."

 

Tg 마우스 기술을 세대별로 나누셨다고 했습니다. 세대별 특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기술 발전 과정에 따라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를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세대와 2세대 모두 BAC이나 YAC과 같은 미생물 유전체 벡터를 이용해 인간 유전자 조각을 절단하고 삽입된 라이브러리에서 인간 항체 유전자를 포함하는 클론을 찾은 뒤, 이를 마우스 배아줄기세포(ES 세포)에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1세대는 인간 항체 유전자의 일부만을 포함하는 BAC/YAC 클론을 마우스 세포에 랜덤하게 삽입하기 때문에 유전자 일부에서만 재조합이 발생하며, 완전 인간 항체를 얻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반면, 2세대는 마우스 항체 유전자가 위치한 정확한 지점에 인간 항체 유전자 V-(D)-J 부위 대부분을 삽입하는 타깃팅 기술을 도입해, 보다 정밀하게 인간 항체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세대는 저희가 개발한 'AiCE'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특허를 우회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기술입니다."

 

휴맵이 개발 중인 3세대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기술, AiCE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휴맵의 AiCE 기술은 ‘이종간의 특정 염색체 사이를 교체 편집’할 수 있는 대규모 유전체 편집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인간항체 유전자에 적용해보면, 먼저 사람 공여 세포에서 원하는 항체 유전자를 재조합(loxP) 서열로 표시한 후, 이 공여 세포를 미세세포(microcell) 형태로 분리합니다. 이후 분리된 미세세포를 교체하고자 하는 부위를 역시 재조합 서열로 표시된 마우스 ES 세포와 융합하여 인간 항체 유전자를 교체, 삽입할 준비를 합니다.

융합된 세포 내에서 Cre 단백질이 loxP 서열을 타깃으로 작용하여, 인간 유전자가 마우스 유전체의 특정 위치에 삽입됩니다. 또한, 유전자를 교체할 마우스에서도 동일한 위치에 loxP 서열이 표시되어 있어, 교체 삽입 과정이 보다 정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랜덤 삽입 방식 대비 유전자 삽입의 정확성을 높이고, 원하는 유전적 변화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CE 기술의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로 작용합니다.

기존 BAC 기반 기술이 약 수십회의 타깃팅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AiCE는 단 4회의 치환으로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은 10년에서 4년으로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BAC 기술과 AiCE 기술 비교 자료 / 그래픽=휴맵

이형접합(hetero-allelic) 구조로 인간항체 형질전환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하셨습니다. 기존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BAC 기반 기술로는 항체 유전자의 대립유전자는 동일한 동형접합(homo-allelic) 마우스가 생산될 수밖에 없어 항체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기존 방식으로도 이형접합(hetero-allelic) 구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처음부터 제작해야 하고, 이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합니다.

반면, 저희 AiCE 기술은 BAC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유래 공여 세포(donor cell)에서 크로모좀을 활용하는 방법이므로 서로 다은 공여세포를 연이어 사용한다면 이형접합의 유전자 편집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코카시안 유래의 섬유아세포(fibroblast cell)와 아시안 유래의 섬유아세포를 각각 공여 세포로 사용해, 서로 다른 유전자 크로모좀을 따로 교체, 삽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헤테로(hetero) 마우스를 제작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기존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항체 다양성을 가진 형질전환 마우스를 만들어냅니다."

 

완전 인간 항체 개발방법으로 한국에서는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가 주로 사용되는데, 형질전환 마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파지 디스플레이는 박테리오파지 표면에 다양한 항체 서열을 발현시킨 라이브러리에서 바이오패닝(Biopanning) 과정을 통해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선별하는 기술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후의 최적화 과정에서 결합력이나 안정성의 유지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수성, 물질간 상호작용 등의 생물리적 특성 (Biophysical Properties)에서 부족한 항체가 자주 발견됩니다.

반면,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는 생체 환경에서 항체가 자연 선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가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일반적으로 B세포가 항원에 노출되면, B세포는 성숙화(Maturation) 과정을 거치며 항체 유전자가 재조합 됩니다. 이 재조합 과정은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물성이 좋지 않거나 항원 결합력이 낮은 B세포는 자연적으로 세포 사멸(apoptosis)를 통해 제거됩니다. 결과적으로, 생존하는 B세포는 항원과 높은 결합력을 가지며 물성이 뛰어난 항체를 생산하게 됩니다.

인간항체 형질전환 마우스는 이러한 생체 내 자연 선택 과정을 통해 최상의 품질을 가진 항체를 선별할 수 있어, 파지 디스플레이보다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항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리제네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휴맵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는 스스로 리제네론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리제네론이 가지고 있는 특허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작은 벤처 기업이지만, 리제네론이 보여준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저희 휴맵은 K-리제네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웃음)"

정리하자면, 휴맵의 여정은 단순히 글로벌 선두 기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전으로 보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그 잠재력과 비전은 분명해 보입니다. 'K-리제네론'이라는 꿈이 현실로 발현될 날을 기대하며, 이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의 조각들이 어떻게 맞춰질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