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주님 전 상서'... 국내 주주님도 보는 '영문 보도자료'

주간제약 | 하나둘씩 올라오는 '잉글리시 프레스 릴리즈' 해외 투자 관심 속 국내 기업 투자 향한 구애 이어지나 국내 투자 혹한 속 '활동성' 지적 주주 달래기 가능성도 힘 얻어

2024-11-30     이우진 기자

한 주의 보도자료를 가지고 업계의 상황을 풀어내는 '주간제약' 시간입니다. 이번주 한 업계 관계자분이 통화 중 이런 질문을 전하셨습니다. "이 기자는, 그 보도자료 해설하는 기사 쓰는데 얼마나 걸려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일반적인 마감보다 더 걸려요." 

처음에는 분석이라는 형태로 보도자료를 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 주 한 주, 업계 분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속내용을 제때 취재하지 못한 아쉬움과 분함도 큽니다. 그렇기에 좀 더 공을 들여서라도, 이번 주 '주간제약' 문을 열어봅니다. 이번 주 보도자료는 이것입니다.

Huons Biopharma and VERNI Aesthetics Sign 'Aesthetic Enhancement' Agreement

Huons Biopharma has made a strategic investment to expand its aesthetic lineup.

Huons Biopharma Co., Ltd. (CEO Kim Yeong-mok) announced on the 29th that it has signed a strategic investment agreement with VERNI Aesthetics at its Pangyo office on the 27th.

With this agreement, the two companies will establish a strategic partnership to increase their competitiveness in the aesthetics market. Through the investment, Huons Biopharma will acquire the commercialization and manufacturing rights to MRC101. The company aims to diversify its product lineup by acquiring new aesthetic products in addition to its current flagship product, botulinum toxin. The two companies will also collaborate on the future development of MRC101's follow-on pipeline.

“This investment is a decision to increase our presence in the market by securing a promising aesthetic lineup,” said Kim Yeong-mok, CEO of Huons Biopharma. ”We will build a close working relationship with VERNI Aesthetics and maximize synergies in R&D.”

“We will continue to advance the MRC101 pipeline together with Huons Group, actively engaging in open-innovation,” said Kang Si Ha, CEO of VERNI Aesthetics. ”We will strengthen our global competitiveness based on close collaboration.”

 

이번 주 '픽'한 자료는 바로 영문입니다. 영어를 해석해서 주는 것이 친절하지 않느냐고요? 아닙니다. 이번 주에 전할 내용은 보도자료 '그 자체' 이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휴온스바이오파마가 지난27일 베르니에스테틱스라는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휴온스바이오파마는 톡신 제제를 시작으로 에스테틱 시장에 공을 들여온 회사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휴온스그룹 내에서 영문 보도자료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내용임에도 며칠 뒤 보도자료가 영어로 다시 제공됩니다. 휴온스만 그럴까요? 현재 휴젤 등 일부 기업 역시 휴온스와 마찬가지로 영문 보도자료를 연이어 게재요청하는 형태로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주 주간제약 섹션이 보도자료가 아닌 '보도자료를 왜 영문으로 보내느냐’는 그 행위의 이유를 따져보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게도 '읽는 이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는 이는 적지만 해외에 있는 제약바이오분야 관계자를 만나면 한국을 향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가 종종 쓰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과거 대만에 집중했던 일본 회사들의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끌고 오려고 하는 분위기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됩니다. 실제 제약바이오분야의 많은 분들이 최근 1~2년 사이 일본계 회사로 옮겨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본 뿐만은 아닙니다. AI 분야 투자 특히 의료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사우디아라비아부터 각 해외 시장이 한국기업의 유치 혹은 투자 등을 위해 한국의 동향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시장 자체가 제법 흥미롭게 보였다는 뜻입니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영어 등 세계적인 소통 가능 인구가 많다는 점, 그럼에도 아직 세계의 관계자들이 한국시장을 모른다는 점 등이 반영되며 관심을 얻을 수 있겠다는 이유가 작용합니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다른 분야를 취재하면서 들었던 한 외국기업 관계자의 말과 일치합니다. "한국 시장은 관심은 있는데 정작 뭐가 뭐하는 기업인지도 모르겠고, 홈페이지에 접근해도 원하는 수준의 정보를 찾기도, 컨택 포인트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이들의 전략은 향후 '아카이브'가 쌓여갈 수록 해외 시장의 구애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 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두 번째는 투자 시장에서 한국을 알리지 않으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최근 기업 관련 여러 방향성을 밝힌 셀트리온의 경우에도 주주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해외 투자자와의 협업을 논의할 것'이라는 말이 나와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국내에게 쉽게 투자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다른 나라의 돈'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 내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부터는 IR 분야 업무대행을 맡긴 바이오텍이나 제약업체들 사이에서 이같은 영문 보도자료의 배포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국내의 '돈맥경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셈입니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업계가 다른 방향으로 보는 '삐딱한 시선'은 향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보도자료가 오히려 국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IR 혹은 PR이 입버릇처럼 달고다니는 말 중 하나가 "우리 회사에 이리 강성 주주가 많은지 몰랐다"는 말입니다.

제약바이오 분야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산업군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겁니다. 신약개발로만 따져도 투자를 하면서 이중접합 ADC가 무엇인지, 마이크로파지가 무엇인지 등을 하나하나 공부하며 투자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연스레 이야기합니다. 이런 돈을 맡고 있는 만큼 주주의 가치에 더욱 신경쓸게 많다는 IR 혹은 PR의 주장은 이 때문입니다.

비대칭성으로 인해 정보 전달이 지연되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또 하나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왜 이렇게 뉴스가 없냐' 라는 것입니다. 큐레이션이니 사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당시, 저는 제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과거 제 글을 보고, 제 개인사를 검색해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한 독자' 였지요.

그 분은 간절한 목소리로 제약사에게 좋은 내용의 글을 싫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저도 이런 일이 종종 있기에, 솔직히 그냥 평범한 항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50대 정도로 느껴지는 목소리를 가진 분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그 회사 때문에 손해본 게 한 두푼이 아니에요.(중략) 나는 1억(원)인데, 옆동의 ㅇㅇ아줌마는 남편 정년퇴직금을 투자했다 망해서 몸을 창밖으로 던졌다니까요. 사람 살려준다 생각하고 기사를 써주세요."라고요. 그 경험이 업계를 향한 시선을 바꾸는,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업계인이라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의약품 개발의 정보 격차가 크니 알음알름 식의 투자가 이어지고 회사 역시 주주들의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영문 보도자료는 결국 단순히 해외 투자자가 아니고 '이만큼 호재를 뽑아내겠다'는 바이오텍의 주주를 한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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