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허가 0건' 개정 앞둔 4년차 첨단재생바이오법
박찬하의 CLUE | 환자도 첨단재생의료산업 지원 '한 목소리'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2월 21일부터 시행된다는 뉴스에 희귀‧난치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 및 그 가족들의 기대가 커졌다. 최수진 의원(국민의힘)과 첨단재생의료 관련 국회 토론회를 11월 21일 공동 개최한 히트뉴스의 관련 기사 댓글에는 당장 일본까지 가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를 맞을 수 있는 거냐, 기다리는 중이다, 기대된다 등 반응들이 연이어 달릴 정도로 뜨거웠다.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는 사전 임상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재생의료기술을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첨단재생바이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대‧희귀‧난치 질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희귀‧난치 질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진일보 했지만, 댓글의 반응처럼 당장 첨단재생의료 치료의 기회가 무한 제공되거나 이런 기술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거쳐 상업용 치료제로 근시일 내 허가‧시판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안타깝다. 여전히 개선‧보완되어야 할 제도 및 환경 변화의 과제들이 환자와 연구자, 산업계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첨단재생의료 기술을 활용한 세포치료제는 2001년 1월 30일 셀론텍의 '콘드론(무릎연골결손)'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2019년 4월 24일 바이오솔루션의 '카티라이프(무릎연골결손)'까지 총 15개 품목이 허가됐다. 세포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관련 산업이 일찌감치 기지개를 켰지만 첨단재생의료 기술 발전과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된 2020년 이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롭게 허가된 품목이 전무했다. 당연히 국내 첨단재생의료 관련 시장은 2022년 기준 1081억, 기업당 평균 54억 수준에 그쳤다.
반면 미국(21세기 치유법), 유럽(ATMP 대상 병원면제제도), 일본(재생의료법) 등 해외 주요국들은 첨단재생의료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합성의약품과 구분되는 별도의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가 2023년 12월 내놓은 '국내 첨단재생의료 시장 및 산업현황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승인되는 세포‧유전자치료제가 2026년까지 약 50개, 2031년까지 90개 이상으로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 규모도 유전자‧유전자변형세포 등으로의 기술 발전을 통해 2030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한 29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토론회에서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한 조인호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장은 "첨단재생의료가 부진한 데에는 돈의 문제도 있겠지만, 규제기관이 풀어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단장의 말처럼 토론회에서는 △첨단재생의료 시행 질환군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고 △첨단재생의료 신청시 근거자료를 임상연구로 한정해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 결과가 치료로 연계되는 경로가 차단됐고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수행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 규제 측면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집중 언급됐다.
다른 패널인 윤채옥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도 "첨단재생바이오법이 마련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너무 달랐다"며 공격적 규제개선을 주문했다. 다행히 정부 토론 패널로 참석한 복지부 정순길 재생의료정책과장과 식약처 권대근 첨단바이오의약품TF 팀장은 임상연구-임상시험 연계 방안 마련을 통한 신속한 제품화 지원 등에 공감했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희귀난치안과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은 외과적 수술과 추적 관찰을 하며 유일한 치료방법인 세포‧유전자치료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관리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첨단재생의료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원천기술이 뒤처지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바이오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방청한 한 기업 관계자도 히트뉴스에 "규제 당국자들의 적극적인 정책 수행 의지"를 꼬집었다. 연구자와 산업계, 그리고 치료의 당사자인 환자들마저 공격적 규제 개선을 통한 첨단재생의료 및 관련 산업 지원을 한 목소리로 언급했다.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 시행 세부기준을 담은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은 현재 입법예고 중이며 복지부는 12월 9일까지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행 4년 만에 개정되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제품 허가 0건의 오명을 벗고 환자와 산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전기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