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첨생법 개정… '닮은 꼴' 일본·대만의 재생의료 데이터 관리
보건복지부·재생의료진흥재단, '첨단재생의료 전략포럼' 개최 최신 세포치료제 개발 동향 및 일본·대만 데이터 관리체계 소개
내년 2월로 예고된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개정안 시행일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ㆍ미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 각계의 첨단재생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산업 트렌드를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와 재생의료진흥재단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4 첨단재생의료 전략포럼'을 개최해 최신 세포치료제 개발 동향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중점적으로 알렸다.
T세포 치료 한계 해결법…림프종 역이용ㆍ신규 생산기법 도입
최재혁 문라이트바이오(Moonlight Bio) 대표는 '고형암 치료를 위한 T세포 치료 강화(Strengthening T cell therapies for solid tumors)'를 주제로 자사의 T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략을 강연했다. 문라이트바이오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신약개발 바이오텍으로, 지난 2월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T세포 림프종의 특성을 T세포 치료에 역이용하는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최 대표는 "T세포 치료, 그 중에서도 CAR-T는 혈액암에서 의미 있는 효능을 보이나 고형암에서 한계를 보인다"며 "평범한 T세포는 충분히 강력하지 못하니, 일종의 '과충전된(supercharged) T세포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T세포 림프종이 바로 이런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세포 림프종에서 관찰되는 CARD11-PIK3R3 유전자 변이를 T세포에 도입했을 때, 동물실험 상에서 종양의 크기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보였다"며 "이를 CAR-T 혹은 TCR-T세포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라이트바이오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고형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차세대 CAR-T 플랫폼(Next generation CAR-T platform for solid cancer therapeutics)'을 주제로, CAR-T 치료제의 생산시간 단축과 미세종양환경(TME) 극복을 다뤘다.
정 교수는 "T세포 치료제는 혈액암에서 드라마틱(dramatic)한 효과를 보이나 고형암에선 문제가 많고, 또 혈액암에서도 비용과 생산시간 면에서 여전히 이슈가 있다"며 "이전에 진행된 TIL(종양침윤 림프구) 임상을 진행했을 때도, 환자들이 임상 시험을 기다리다가 많이 사망했다. 이처럼 세포치료제가 환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매우 크리티컬(critical)한 요인"이라고 운을 뗐다.
정 교수 연구팀은 현재 CAR-T 치료제 생산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초고속 카티 플랫폼(Ultra Fast CAR-T Platform)을 개발 중이다. 통상 CAR-T 치료제 생산은 2-4주가량이 걸리지만, 해당 플랫폼 상에선 생산기간이 하루로 줄어든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에 더해 현존 CAR-T 치료의 임상적 한계는 생체 내에서 지속성(durability)이 떨어져 효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스템니스(Stemnessㆍ줄기세포 특성)가 높은 나이브(naïve) 혹은 센트럴 메모리 T세포(Central memory T-cell)를 얼마나 많이 환자에게 줄 수 있느냐가 해결책의 핵심"이라며 "초고속 카티 플랫폼 상에서 CAR-T의 생체 지속성, 효력, 면역학적 기억(immunological memory) 등이 모두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단히 말해, 해당 플랫폼은 타가(Allogenic) CAR-T와 자가(Autologous) CAR-T의 장점을 합쳐놓았다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첨생법에 뒤따르는 데이터 관리…일본과 대만의 사례는?
이광수 국립보건연구원 재생의료안전관리과 과장은 한국의 첨단재생의료 실시 현황과 데이터 관리 구조를 소개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첨단재생의료 안전관리기관의 주요 역할은 크게 4가지로, 재생의료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장기 추적조사, 안전성 모니터링, 임상연구 데이터에 대한 수집과 관리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안전관리 기관은 심의위원회로부터 첨단재생의료 과제 승인 건을 통보받은 후, EDC(Electronic data captureㆍ전자 데이터 캡처) 시스템을 통해 CRF(Case Report Formㆍ증례기록서)를 만들어나간다. 임상연구 진행 중 환자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안전관리기관에게 보고되는 형태"라며 "안전관리기관은 이런 EDC를 통해 연구의 진행 상황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확인하면서, 이상반응이 보고된 경우 안전관리 자문단을 통해 의학적 조치의 적절성과 해당 임상 연구와의 인과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스템은 아르미(ARMIㆍAdvanced Regenerative Medicine Information) 시스템이라 불린다. 이 과장은 "ARMI 내에선 CRF 개발을 위한 공통 코드북을 제공하는데, 그 첫번째 목적은 eCRF 개발 과정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고, 두번째 목적은 수집된 데이터를 편리하게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런 공통 코드북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저장하면, 추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는 자료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이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데이터 관리에 있어 향후 각 주체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는 그 특성 상 희귀질환 혹은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하므로, 각각의 과제는 연구대상자 규모가 상당히 적다. 따라서 개별 연구만으로는 해당 재생의료 기술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한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 청(Carol Cheng) 대만 신약개발협회 사무총장은 대만의 세포치료와 데이터 관리 현황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만은 지난 6월에 재생의료법(Regenerative Medicine Act)을 제정하면서 재생의료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청 총장은 "대만의 재생의료법은 일본이 시행 중인 이중 트랙 시스템을 모델 삼아 시행됐다"며 "재생의료와 재생의약품을 따로 나눠 심사하는데, 5년의 조건부 허가를 낸 뒤 해당 기간 안에 충분한 안전성과 효력 데이터가 모이는지 확인해 정식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10월 기준 재생의료법에 근거해 대만에서 세포치료제가 투여된 건수는 1707건이다. 이러한 수요를 예견하고, 대만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환자들이 접속할 수 있는 리소스 웹사이트를 구축했다는 게 청 총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재생의료법이 올해 제정되면서 국가 세포치료 기록 플랫폼(National Cell Therapy Registry Platform) 또한 정식 운용되기 시작해, 재생의료 실시 기관과 치료제 생산처의 환자 투약 기록과 제품 생산기록 등이 통합 관리되고 있다.
요지 사토(Yoji Sato)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 재생ㆍ의료제품부 부장은 일본 정부가 활용 중인 재생의료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소개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크게 NRMD(National Regenerative Medicine Database)와 REAP(Regenerative Medicine Evidence Accumulation Platform)으로 나뉘는데, NRMD는 비상업ㆍ상업용 임상과 시판후 임상 데이터를 관리하며 REAP은 임상의의 판단 하에 진행되는 재생의료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한다.
사토 부장은 "리얼월드(Real world) 데이터와 비상업적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제약사가 알아서 각 제품에 대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의료기관, 학계, 제약사, 정부가 합동해서 통합 관리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며 NRMD의 구성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NRMD는 다시 임상데이터를 관리하는 NRMD/CR과 시판후조사 데이터를 관리하는 NRMD/PMS로 나뉘고, 두 시스템은 다수의 제약사가 사용하고 있는 EDC인 비독(Viedoc)을 차용했다"며 "두 시스템의 데이터 퀄리티는 같기 때문에 상호 교체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AP 또한 NRMD의 상위 스트림에 적용돼 재생의약품ㆍ재생의료 개발에 일조할 수 있다. 사토 부장은 "REAP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사보험사가 첨단재생의료를 서포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리라 기대한다"며 "추후 기술이전과 제품 허가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