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있는 신입사원' 찾는 일본... 어쨌든 경쟁력 뿜뿜한 한국기업들
바이오재팬 2024 | 현장 2일차 미·중 생물보안법은 부스 방문자마저 갈랐다 한국 향한 해외 투자업계 시선, 더욱 뜨거워졌다 수요와 공급의 이견, 한국 기업이 일본 뚫을 방법은?
[일본 가나가와=이우진 기자] 9일부터 퍼시피코 요코하마에서 시작된 일본 바이오재팬 2024의 2일차가 밝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몸이 풀려서일까요? 이 행사는 본격 파트너링과 미팅이 첫 날보다 둘째 날 더 많이 진행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밀라노에서 열린 CPHI 월드와이드에서 관계자들이 일부 돌아왔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현장은 북적거렸습니다.
사흘 일정 속 이틀동안 들었던 내용은 상투적이지만 들어맞는 '가깝지만 먼 일본'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눈을 어떻게 '우리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히트뉴스>는 이번 행사에서 조금씩 캐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 전합니다.
미중 갈등 속 분위기 탄 일본 CDMO?
생물보안법, 더 큰 한일전 예고했다
지난해 바이오재팬과 유사하게 소재를 비롯해 CDMO 등이 강세를 보이는 전시회입니다만 <히트뉴스>를 맞는 느낌은 지난해와 다소 다릅니다. 바이오재팬 2일차 여러 상황과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봅니다.
올해도 단일 기업으로 가장 '목 좋은 자리'에 부스를 배치한 것은 후지필름과 후지필름 다이오신스입니다. 바로 앞자리는 아니지만 부스 두 개를 동시에 꾸리면서 참가자들을 맞았습니다. 이 날 후지필름 측은 자사의 신약개발 지원 CRO 서비스와 CDMO 서비스를 홍보하는 분자설계부터 신약 합성, 약물동태와 약리 기전에 따른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동시에 이를 통한 생산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상 CRDMO의 기능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맞은편 바로 앞에는 또다른 일본 CDMO 강자인 AGC바이오로직스가 위치했습니다. AGC바이오로직스는 다양한 제조공장의 위치를 알리며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동물세포와 미생물을 그리고 세포치료를 비롯해 pDNA와 mRNA의 제조 역량 등을 알렸습니다. 생산 규모 역시 적지 않아 제조를 위탁한 회사들에게 충분한 양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적시에 필요한 시험용 제품 혹은 시판용 의약품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일본만의 일은 아닙니다.
이들 부스에는 해외 참가자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이는 생물보안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 세계 시장에서 생물보안법 제정으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로 나오는 곳이 바로 후지필름과 AGC바이오로직스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발의된 미국 연방법안으로 중국에 기반을 둔 기업을 통해 미국 국민 유전자 데이터를 넘기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 행정기관이 중국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인 BGI와 CRO인 우시앱텍 등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법안의 유예 기간은 2032년 1월까지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 내 CMO 그리고 CDMO의 세부적 취재를 요청하자 '난처함'을 표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히트뉴스>는 사업의 발전을 위한 계획 등 세부적인 내용을 질문하기 위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번에는 인터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중한 말투로 '따로 요청을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지난해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느낌, <히트뉴스> 취재진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해에도 바이오재팬에 방문했던 한 한국 제약사 관계자는 "홍보 부스에서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보다 유럽권 등의 회사에 조금 더 집중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다양한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우시앱텍 쪽 부스는 방문자가 이틀동안 조금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바이오사이토젠 등 중국 CMO 및 CDMO 회사 역시 방문자는 이어졌지만 예년만큼 반응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 일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법안 유예기간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방문자들이 중국기업에는 관심이 덜한 듯한 분위기였다"며 "그 이유를 명확하게는 알 수 없어도 생물보안법의 영향이 없다고는 못할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연구활동과 임상시험 수행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타국 입장에서 중국 기업으로 방문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쉽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 인도 등의 CMO, CDMO, CRO 등이 그 빈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서 누가 더 큰 과실을 차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국내 기업은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이 날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도쿄에 사무소를 차린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은 이 움직임 속에서 상대를 면밀히 읽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더욱이 국내 CRO는 더 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비관론마저 나옵니다.
'돈'은 일본에서 '한국'을 찾았다
국내 기업 찾는, 더 뜨거워진 해외 투자업계 시선
흥미로운 점도 있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투자업계가 한국 바이오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이번 행사뿐만이 아니라 투자업계가 한국의 헬스케어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난해보다 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일본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분야는 지난해보다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 날 만난 바이오 분야 관계자 다수의 분석입니다. IPO를 통한 상장이 우리보다 어려운 일본을 비롯해 대만,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한국 공동부스와 국내 기업 부스를 찾은 이들의 수가 많았는데 이는 전반적인 세계 바이오 분야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바이오텍 부스가 생각보다 덜했다는 점, 국내 기업이 좀 더 다양한 신규 기전(모달리티)을 통한 신약 및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 일본에서도 이른바 학교발 벤처 우리말로는 스핀오프성 교수창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투자자들의 입맛을 당기고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 한국의 기업을 찾는 계기로 여겨집니다.
한국 기업 역시 이들의 방문이 조금은 간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직 차가운 국내 바이오분야의 자금조달 문제가 겹치면서 해외 투자처를 찾아 자사 사업성과 함께 연구자금을 확보하려는 복안입니다.
이를 두고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갈립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의 자금을 통해 사업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외국의 투자 자금이 결과적으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열매의 크기를 줄인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업계가 국내 기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국은 그 자금에 종속돼 국내 투자업계에서보다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해외 자금이 국내 기업에게는 나쁜 물을 들일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 기업이 장점만을 현명하게 취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을 가진 기업이 해외의 자금을 발판삼아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데서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반문합니다. 특히 내년부터 국내외 '돈맥’이 좀 더 국내 기업에게 흐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업계의 기대 혹은 우려가 이번 바이오재팬에서 느껴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업계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으로 작용할 듯 보입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은 없었다는 일본
'경력있는 신입사원' 찾는 회사 뚫을 방법은?
바이오재팬에서 느껴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국내 기업을 향한 해외 여러 기업의 관심은 높지만 그 관심이 바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한 소재 제조 기업 관계자는 "실제 미팅 건수는 매우 많고, 우리 역시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알리는데 중점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이 관심이 깊이있는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행사 중 만난 한 바이오기업의 사업개발 담당자는 "생각보다 파트너링이 중간에 취소되거나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현재까지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참가한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이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합니다. 일본의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우리를 향한 수요가) 적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이번에 미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이 라이선스 인을 이렇게 하고 싶었나 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일본 제약사 관계자 역시 "팍하고 꽂히는 제약사가 없을 뿐이다. 오히려 한국 기업이 사업 논의를 하기에는 임상 등을 통한 근거(에비던스)가 크지 않은데 다소 무리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왜 벌어지는 것인가를 두고,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파이프라인을 보는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합니다. 한국 기업이 느끼는 일본 기업의 경우 파이프라인을 쉽게 놓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 굴지의 제약사들은 10개 중 1개를 성공하는 것에 비해 하나를 제대로 잡아 야구처럼 '타율'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인데, 신약으로 예를 들면 라이선스 인까지 허들을 높게 설정한 뒤 이를 자사의 파이프라인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택한다는 말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길고, 약가 등의 영향으로 적정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기업의 특징도 있겠지만,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다양한 적응증과 플랫폼 등을 통해 최적화 등 깊이있는 작업을 거치는 등 소위 '드롭’보다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일본 제약사들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1상을 완료해 문제없음을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최소 2a상 등을 진행해 검증 과정을 거친 제품을 좀 더 높은 가격에 라이선스 인하는 것이기도 한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이들의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약품뿐만 아니라 CMC나 소재 등에도 적용됩니다. 레코드와 치료근거 확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같은 벽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사업성에 색안경이 된다고 반론을 폅니다. '경력 많은 신입사원' 같은 느낌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자금 경색과 3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임상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근거를 그렇게까지 확보한다면 자체 신약을 노리거나 영미권의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날 행사 중 터진 리가켐바이오와 일본 오노약품의 ADC 기술이전 계약처럼 예외도 터져나오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뿐 오히려 일본 기업을 향한 벽만 높인다는 부연설명이 따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내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를 찍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우리가 가진 파이프라인을 여러 회사를 위해 소개하기 보다 협상을 할 대상을 명확하게 짚어내는 과정이 일본이라는 다소 특이한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