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지적한 국회는 '내로남불', 정쟁 멈추고 정책 살펴야
데스크 칼럼 | 22대 첫 국정감사 곳곳서 충돌...정치 리스크에 정책 감사 퇴색
올해 국정감사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로 기대를 모았다. 여야 모두 '민생정당'을 자처하면서 '생산적인 국감', '책임있는 국감'을 약속하고 나섰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진짜 민생정당이 무엇인지, 진심을 보여주겠다"며 생산적인 국감을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국정 난맥을 명확하게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국민의 막힌 속을 뚫고 희망을 주는 국정감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전례 없던 의료 대란과 정국 혼란 가운데 열려 우려를 샀다. 여야가 '민생'을 내세운 이면에서 '김건희 끝장 국감'과 '이재명 방탄 국감'으로 맞서는 긴장감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17개 상임위가 802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감 첫날(7일)과 이튿날(8일)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한 10개 상임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왔다. 보건복지, 외교통상, 법제사업, 과학기술 등 감사 대상과 현안은 각기 달랐지만 복수 상임위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막말, 갈등, 파행이 연출됐다.
복지위는 이번 국감을 통해 의료대란 최대 난제를 풀어야 하지만, '이재명 대표 응급헬기 특혜' 등 정치적 공방 끝에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하지 못했다. 여당이 해당 사안을 권력층 의료이용 특혜로 간주해 복지부 매뉴얼 개선을 요구하자 야당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에 면죄부를 준 정부를 비판하며 정쟁으로 치달았다.
어렵사리 재개된 의료현안 질의에서도 공직자의 사퇴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썼다. 의료공백이 9개월째 계속되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요원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대통령실은 전공의를, 정치권은 공직자를, 의료계는 정부를 불신하는 소통의 난맥 속에 결국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남 탓' 공방이 반복됐다.
'일방소통'으로 국감 취지를 훼손하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도 아쉬움을 남겼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무대에서 참신한 정책 제안과 귀에 박히는 언변으로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얻는다. 초선 의원들이 치르는 첫 국정감사는 '스타 의원'을 배출하는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의원들에게는 질의 순서당 5분 내지 7분의 제한시간이 주어진다. 이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인지도 경쟁에 나서다 보니 질문은 하되 답변은 듣지 않는 '일방소통'이 반복되기 일쑤다.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해 바람직한 개선을 끌어내는 것이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피감기관 관계자를 몰아세운 뒤 "대답은 나중에 듣겠다", "내 말부터 들으라"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감사 현안에 대한 정부 개선 의지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것은 미친 짓이다." 복지위 한 감사위원은 정부의 '불통'을 지적하면서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감사장 스크린에 띄웠다. 남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도 일방통행식 정쟁을 멈추고 정책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