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 오름테라퓨틱… 공모주 청약 앞서 꼭 알아야 할 것들
오름테라퓨틱,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서 기업 소개 진행 "2026년 흑자전환 및 예상 매출 930억"…라이선싱 계획도
오름테라퓨틱은 연내 진행될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핵심 기술 소개와 연구개발(R&D) 현황ㆍ계획을 위주로 진행했으며, 상장 후 계획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2026년 매출 930억원'.
간담회에서 정인태 오름테라퓨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언급한 예상 매출 규모다. 기존에 체결됐던 신약 후보물질 양도 계약과 기술이전 계약의 마일스톤이 600억원가량 반영됐고, 나머지는 신규 계약분이 반영됐다는 게 정 CFO의 설명이다.
신약개발만으로 상장 2년차에 예상 매출치 900억원대를 상회하는 바이오텍은 매우 드물다. 그만큼 오름테라퓨틱은 대내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아쉽게도 타사 대비 대외 노출도가 적은 편이라, 받는 관심에 비해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다음달 5일과 6일에 진행될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있는 일반투자자들은 정보 수집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히트뉴스>가 준비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매출을 견인 중인 2건의 '빅 딜'은 어떻게 체결됐는지, 상장 후 플랜은 무엇인지, 공모주 청약 전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오직 신약만이 살 길' 정신 계승한 이승주 대표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바이오텍을 하나 꼽자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를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체결된 17억달러(약 2조2400억원) 규모 신약 기술이전 건을 포함, 10건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곳으로, '오직 신약만이 살 길이다'를 모토로 삼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약만 파겠다'는 정신에 있어 리가켐과 오름테라퓨틱은 닮은 면모가 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를 신약개발의 길로 입문시킨 주인공이 김용주 리가켐 대표여서일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스탠퍼드대 화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던 당시, LG생명과학 연구소장이었던 김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날아가 그를 스카우트했다.
김용주 대표가 보여줬던 '나는 신약 개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집념을 보고, 이런 연구소장을 둔 LG생명과학은 대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서 입사했다는 게 이승주 대표의 소회다. 신약개발에 골몰하는 커리어를 밟게 된 것도, '김 대표의 마인드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승주 대표는 5년간 LG생명과학에서 일한 후, 사노피(Sanofi)로 옮겨가 아시아태평양 연구 담당 소장직을 역임했다. 그 후 2016년에 오름테라퓨틱을 창업하며 독자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명인 '오름'은 험한 산을 정복하는 과정을 닮은 신약개발을 떠올리면서, '테라퓨틱'은 오직 신약만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못박고자 지었다고 한다.
오름테라퓨틱을 상장으로 이끈 '빅 딜' – BMS 기술양도 계약
오름테라퓨틱은 비상장 단계에서 수천억ㆍ1조원대 기술양도ㆍ기술이전 계약을 2건 체결해내는 독특한 성과를 냈다. 이번 상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주요 동력원이다.
이런 계약들이 체결될 수 있었던 배경은 회사의 모토에 드러나 있다. '투약 불가 타깃에 의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없는 세상(A world where no patients suffer from diseases caused by undruggable targets)'이다. 이런 정신에 입각해 '빅 딜'을 이끈 오름테라퓨틱의 기술이 바로 분해제 항체 접합체(Degrader Antibody ConjugateㆍDAC) 신약이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려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라는 글로벌 제약사가 고민하던 주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9년 당시 BMS는 'CC-90009'라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암세포 안에 있는 GSPT1이란 단백질을 분해해서 암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약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 약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멀쩡한 세포도 죽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GSPT1은 정상 세포에도 나타나는 단백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CC-90009의 임상 1상에서부터 저혈압과 전신염증반응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런 문제로 인해 GSPT1은 한동안 투약 불가 타깃(Undruggable target) 취급을 받았다.
만약 BMS의 신약이 정상 세포는 피해서 암세포의 GSPT1만 분해할 수 있었다면, 아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오름테라퓨틱이 찌르고 들어갔던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BMS의 CC-90009가 임상 1상에서 비틀거렸던 해, DAC라는 개념이 학계에 첫 등장한 해였던 2019년에, 오름테라퓨틱은 암세포의 GSPT1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DAC인 'ORM-6151'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DAC는 그 말마따나 분해제(Degrader)와 항체(Antibody)가 결합(Conjugate)된 구조의 약물을 말한다. 분해제는 목표물을 산산조각 내는 역할을, 항체는 이 분해제를 정확한 위치까지 데려다 주는 유도센서 역할을 한다. 개념적으로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ㆍADC)의 응용이기도 하다.
오름테라퓨틱의 DAC 신약인 ORM-6151은 GSPT1 분해제와 CD33 타깃 항체가 결합된 구조다. 여기서 CD33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ㆍAML) 암세포에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단백질인이다. 이런 CD33에만 찰싹 붙는 항체를 GSPT1 분해제에 결합시킴으로써, 정상세포를 피해 암세포만 죽일 수 있도록 디자인된 DAC가 ORM-6151이다.
이런 신약에 눈독을 들인 제약사는 어디였을까? 당연히도 BMS였다. 2023년 11월, BMS는 오름테라퓨틱으로부터 ORM-6151(BMS 개발코드명 BMS-986497)을 완전히 건네받는 기술 양도 계약을 체결했고, 더 나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김에 골칫거리였던 CC-90009의 개발 중단까지 선언해 버린다. 이 계약으로 오름테라퓨틱은 계약금으로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수령했고, 추가 마일스톤으로 8000만달러(약 1000억원)을 약속받았다.
오름테라퓨틱을 상장으로 이끈 '빅 딜' – 버텍스 플랫폼 라이선싱 계약
앞서 보았듯, '투약 불가한 타깃을 투약 가능하게 만든다'는 DAC의 특징은 그 구조에서 온다. 유도센서 역할을 하는 항체를 통해 정밀타격 효과를 1차적으로 주고, 특정한 단백질만 갈아버리는 분해제를 통해 2차적인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오름테라퓨틱이 자사 DAC 플랫폼을 TPD2(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ㆍ이중 정밀 타깃 단백질 분해)라 이름 붙인 이유가 이것이다.
그래서 TPD2 플랫폼은 매우 정밀하게 조준해야 하는 타깃에 투약할 때 두루 쓰일 잠재력이 있다. 즉 항암 분야에 쓰임새가 한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BMS 향 기술 양도 계약이 이뤄지고 나서, 1년도 지나지 않아 체결된 버텍스 파마슈티컬즈(Vertex Pharmaceuticalsㆍ이하 버텍스) 향 TPD2 플랫폼 라이선싱 계약이 그 범용성을 보여줬다.
버텍스는 지난해 최초의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반 겸상적혈구병 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를 출시했다. 겸상적혈구병은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찌그러지는 병으로, 모세혈관 혈류를 막고 산소 공급을 감소시켜 장기를 손상시키는데, 카스게비는 골수에서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유전자 편집을 가해서, 산소 공급 효율이 높은 적혈구가 대신 생산되도록 한다.
카스게비를 투약하려면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뽑아내서 유전자 편집을 가하고 도로 집어넣어야 한다. 다만 도로 집어넣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유전자가 교정된 조혈모세포가 돌아갈 공간을 골수에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까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를 상당 부분 죽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버텍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지금으로선 부설판(Busulfan)이란 화학요법으로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졌듯 화학요법은 평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그런 세포에는 조혈모세포, 모낭세포, 점막세포 등이 다 포함되는 것이라, 부설판을 투여받게 되면 부작용이 상당하다.
이런 부설판 대신 조혈모세포만 가려서 죽일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면, 카스게비를 투여받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즉 버텍스는 매우 정밀하게 타깃을 가릴 수 있는 신약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다. 기존 항체, ADC, 단백질분해제보다 정밀해야 하니, 결국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 오름테라퓨틱의 DAC 플랫폼인 TPD2였던 것이다.
그래서 버텍스는 TPD2를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권리를 받고자 지난 7월에 오름테라퓨틱과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라이선스ㆍ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오름테라퓨틱은 1500만달러(약 200억원)의 계약금을 수령했고, 최대 3개 DAC에 대해 각각 최대 3억1000만달러(약 4300억원)의 추가 옵션 및 마일스톤을 약속받았다.
상장 후 오름테라퓨틱은 무엇을 할 계획일까?
희망 공모가 상단인 3만6000원 기준, 오름테라퓨틱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7714억원이다. 5000억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기술특례상장되는 바이오텍이 근 2년간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규모다.
일반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11월 5일~6일 동안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 분량까지 합쳐 300만주가 공모될 예정이고, 총 모집 자금은 희망 공모가 하단인 3만원 기준 900억원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오는 2026년까지 900억원 중 약 571억원을 연구개발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이 중 대부분은 임상 1상 단계 유방암 치료제 'ORM-5029', 전임상 단계 소세포폐암 치료제 'ORM-1023', 전임상 단계 혈액암 치료제 'ORM-1153'에 투입된다. 모두 GSPT1을 분해하는 DAC 신약들이다.
회사가 예측하는 바로 2년 후인 2026년에 흑자전환이 가능해진다. BMS 및 버텍스와 체결했던 계약들이 순항한다는 가정 하에, 두 계약의 마일스톤이 해당 년도에 대거 수령될 예정이라서 그렇다.
매출 예상치를 자세히 보면, 각 파이프라인에 대한 회사의 계획을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상장으로 모이는 자금이 투입될 ORM-5029, ORM-1023, OR-1153은 모두 2026년에 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기재돼 있다. 금액 규모로 미루어 보건대 각각 임상 1상 종료 직후, 임상 1상 진입 직후, 임상 1상 진입 직전에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ㆍL/O)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TPD2 등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발생할 매출도 예측돼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표 안에서 'Deal #2'로 표기된 부분이다. 다른 에셋들과 달리 당장 내년인 2025년에 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쓰여 있다. 현재 잠재적인 파트너사와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중이라, 매출 발생 시기가 앞당겨져 있다고 추측할 수도 있겠다.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정인태 오름테라퓨틱 CFO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잠재적인 파트너사에 대한 정보는 비밀유지 의무로 인해 밝히기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