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바이오클러스터 입주 부지, 매수자 요구 맞춰 공장지어주고 팔아 '시세차익'
고발ㆍ취소한다지만 버젓이 기업간 매매 의심사례
잡초 무성한 '바이오' 특화 오송클러스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추진됐던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생명과학 클러스터에서 잡음이 들려온다. 특화 단지 개발 30년이 됐지만 정작 입주를 포기하거나, 불하 받은 땅을 놀리거나, 떠나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다. 2030년 K-바이오 스퀘어로 도약하겠다는 오송바이오클러스터에 <끝까지Hit>가 출동했다.
① 개발 계획 30년 됐지만 곳곳에 공터
② 고발·취소한다지만 버젓이 기업간 매매 의심사례
③ 오송 클러스터를 위한 고언(苦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이 땅은 양도 및 양수가 불가능해요. 원래는 입주를 취소하는 게 맞지만 이득을 볼 수 있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평당 70만원이었다가 지금은 100만원 이렇게 받을 수 있는데요."
국내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노리고 있는 오송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짓지 않는 자와 짓고 싶은 자들이 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지자체 및 정부가 방치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왜, 그들은 오송과 헤어지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것일까.
애매한 관리규정 기업간 매매시도 횡행
공단 "적발되면 입주 취소" 실제사례는 없어
국내 C사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오송의 부지를 팔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충청북도는 '기업 간 양도 양수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한다.
"양도 및 양수는 처분 신고와 처분 신청으로 나뉩니다. 5년 이상 제조업을 한 경 우는 처분 신고에 해당돼 임의대로 공장을 매각할 수 있어 거래가 가능하지만 건물이 없거나 가동 5년 미만은 양도 대상 자나 가격 등을 지자체에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기업 관계자들은 땅 장사 가능성을 언급한다. 소부장 A사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이 커 버티다 웃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발생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고, B사 관계자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실제 입주가 어려워지자 부동산을 통해 매매를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D사의 오송 토지 매매를 진행한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 받았지만 사정상 입주할 수 없다면 지자체가 환수하는게 원칙인데 그러면 분양가 적용을 받는다. 그러니 매수자 의향 대로 건물을 지어준 뒤 전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거래한다"고 털어놨다.
애당초 편법 및 불법 가능성이 있는 이런 거래가 오송에서 가능하다면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애매한 규정도 한몫 한다.
공단 측은 C사가 땅을 매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건축물을 지어 주고 인수하는 방법으로 매매를 진행하면 제조업 등의 기본 조건에 부합한다는 가정 하에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6년 '오송연구단지 관련 연구용지 5차 분양' 공고에는 '산업용지의 처분제한' 관련 규정이 있는데 골자는 아래와 같다.
현행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 받은 산업용지는 공장설립완료(사업개시) 신고 후 5년 동안 타인에게 처분할 수 없고 기한내 처분하는 경우 관리기관에 처분신청을 해야 한다. 관리기관은 공급 가격에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이자 및 비용을 계산해 매입하거나 분양 공고를 통해 제3자에게 양도 가능하다. 명의변경 금지 조건은 산업용지 및 연구시설, 물류시설 용지에만 해당된다.
부동산 관계자의 말처럼 거래가 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 간 거래의 경우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 산업집적법 제52조 제2항 내에는 '제38조' 즉 산단에서 제 조업을 하거나 하려는 자는 산업통상자원 부령으로 정하는 관리기관과 그 입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관리기관은 산단공단을 가리키는데 기업간 계약은 산단과 계약이 아니어서 법 위반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단공단 등 관리주체의 눈을 피해 발생하는 양수양도 의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오픈 빅데이터 내 오송생명과학단지지원센터 생산시설 입주 현황을 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국내 바이오업체 한 곳이 사업을 개시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 시점은 2018년 9월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난 2024년 1월 국내 유명 거리 지도앱에는 해당 위치에 전혀 다른 회사, 다른 대표 명의의 화장품 기업이 입주해 있다.
심지어 해당 건물은 스티로폼 컨테이너 구조로 지어졌는데 이런 곳에서 의약학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5년 규정을 넘기자 마자 양수양도가 이루어졌는데 산단공단이 제대로 관리 했다고 볼 수 없다. 업계는 이런 거래가 암암리에 일어나지만 쉬쉬한다고 증언한다.
물론 신약개발에 따른 비용,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토지 매매를 통해 벤처기업 들이 시세차익이라도 봐야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도 있다. 또 토지 분양은 막상 받았지만 오송의 정주여건이 신속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탈(脫) 오송'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지만 클러스터를 불법과 편법의 경계 사이에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단공단 관계자는 "분양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입주 계약 승인을 하게 되는데 이게 공장 설립 승인"이라며 "원래 제출했던 사업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장 설립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해당 사항이 적발된 경우 고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수시로 실사를 나가거나 공문도 띄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1단지에서 승인 취소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오송 클러스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산단 공단의 관리 시스템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