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제약회사 GMP 약사감시 콘셉트'를 바꿔볼 의향 없나

칼럼 | 식약처 앞에서 업체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말들

2024-09-25     조광연 기자

바이넥스 발 임의제조 파동 후 3년이 지났지만 GMP 규정 위반과 행정처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 반복되고 있다. 가위를 들어 어디를 자르면 굴곡이 펴질까? ①첨가제를 변경허가 받지 않고 임의 사용하고 ②제조기록서를 거짓 이중 작성했다는 원인은 의구한데 처분은 GMP 적격 승인 취소로 어마어마해 졌다. 회사를 문닫게도 할만한 징벌적 처분이다. 내부고발과 GMP 대단위제형 취소 사태는 관행처럼 되었다.

근래 20년 이상 제약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 요소가 불법 리베이트였다면, 최근 리스크 요소는 단언컨대 GMP 위반일 것이다. 제약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장의 생산 및 품질관리에 적용되는 GMP를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때 공동개발에 의한 품목허가로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으로 판매만 하는 손쉬운 영업도 가능했으나 당국은 1+3 규제를 시행하면서 제조 본연의 업무에 더 중점을 두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파란선을 따라가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처럼 말이다.

GMP의 규제 또한 PIC/s와 ICH 가입으로 인해 한층 강화됐고 새로운 GMP를 운영하는 식약처의 레벨 또한 단기간 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공장들의 현실은 어떤가. 1980~1990년대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공장이 향남제약 공단에 있었다면 이제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공장들이 향남과 시화에 있으며 대부분 공장들은 충청, 강원, 호남 지역으로 옮겨갔다.

변화에는 그늘도 있는 법이다. 지방으로 옮겨 감으로써 우수인력의 채용이 적잖게 힘들어졌고 그나마 채용 후 교육, 훈련으로 육성을 해 나가려하면 중도에 이직을 하는 사원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결혼할 때 한번 옮기고, 자녀를 나으면 교육 때문에 옮긴다고 할까.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제약회사 뿐만이 아니라 오송으로 이전한 식약처에서도 동시에 일어난 것이니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니 조직의 운영과 품질관리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주52시간 근무 또한 종래의 잔업 및 2교대 근무에 의해 운영하던 제약공장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증원을 하지 않으면 품절을 예방하지 못하는데 적기에 적절한 인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지방 공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중국제 원료의 공급이 막혀 다른회사 원료를 사용하려 해도 강화된 GMP로 인해 완제품까지 밸리데이션(valdation)을 실시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기까지 9~10개월이 소요된다. 결국 품절이다.

즉 예전 DMF 등록 2~3개사 원료 메이커를 관리를 해왔다면 GMP가 강화되고 나서는 완제품의 밸리데이션(Vallidation) 데이터를 확보 후 식약처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밸리데이션 실시는 제조라인의 점유로 인해 판매품의 생산가동률에도 영향을 끼쳐 많은 제약사들에게 품절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미 중국, 인도산 원료가 8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원료공급처의 수시 확보는 공장의 또다른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강화된 GMP와 CTD 도입에 따라 허가서류에 필요한 CMC 데이터 생성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하게 됐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생산인원보다 QC, QA인원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가 될 정도가 됐고, 생산성을 고려하면 자동화에 의한 인원관리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이 태반인 제약산업에서 투자에 대한 여력이 아쉬운 현실이다.

대형제약 위주 아닌 중소제약사 대변하는 GMP 창구 어떤가
공장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내부고발 양성 시스템 지양돼야
질문과 답변이 책임관리약사가 아닌 현장 실무자위주는 문제
원스트라이크 아웃, 품질에 중대 영향 미치는 위반이 아니라면...

대략 3년 반 전 바이넥스공장의 GMP위반 사례이후 많은 제약공장들은 수시, 정기약사감시와 내부고발에 의한 약사감시 등으로 털리고 있다. 그 결과 적발 당하고 행정처분 및 대단위제형의 취소처분까지 받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 몇가지 근원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①PIC/s가입에 의한 식약처의 급격한 GMP 레벨향상 ②강화된 GMP를 따라가기 힘든 중소제약사 ③제약사와 식약처 간 소통부재 등이다. 많은 업체 관계자들은 대형제약사 위주가 아니라 중소제약사를 포함한 제약사 전체를 대변하는 GMP창구가 마련돼 식약처와 애로사항, 해결방안 등에 대해 소통하는 기구를 활성화하고 정기 미팅을 통해 정책이 현장에 반영되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교육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교통법이 있지만 무단횡단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록을 제때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며, 심한 경우 지시사항을 위반하기도 한다. 크든 작든 규정위반은 규정위반이다. 그러나 품질에 직접적 영향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경중은 가려져야 한다. 모든 위반은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광범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 식약처는 품질과 무관한 위반들이 행정처분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회사는 GMP 교육을 통해 규정 준수를 강조지만 실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 일반적으로 GMP관리에 허술한 점이 발견되면 공장 내 제안을 통해서나 상사에게 보고해 개선하는 것이 일반적 업무 절차다. 그런데 개인적 감정 등으로 이러한 절차없이 고발하게 되면 회사는 소명할 기회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회사가 이익만 내세워 GMP 규정 위반을 알면서도 강압적으로 지시해 내부 고발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부고발의 경우 고발 내용이 전자인지 후자인지 감안돼야 할 것이다.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GMP 약사감시에서는 그 회사의 GMP에 대한 철학, 경영진부터 현장 작업자에 이르기까지 품질에 대한 마인드가 일관되게 정착, 운용되고 있는가 등 여러 평가요소가 있다. 현장에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사감시는 적발에는 용이하겠지만, 더디더라도 그 회사의 GMP운영 전반에 대한 잘하고 있는 점과 문제있는 점 등은 관리책임 약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식약처의 정책 및 지침들에 대해 현장에서 애로점이 무엇인지도 들어볼 필요성도 존재한다.

약사감시 결과 적발한 업체나 지적건수, 행정처분 건수가 많아야 GMP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반대로 건수가 적어야 GMP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식약처의 인식이 궁금해 진다. 식약처는 분기별로 회사명은 밝히지 않더라도 약사감시에서 지적받은 내용들을 항목별로 정리해 제약업계에 공유를 해 줘야 한다. 정보공유가 편업을 만든다는 소극적 자세를 넘어설 때 예방행정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스피드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면 차량 스피드를 낮추게 된다. 그러면 됐지, 과속을 못잡아 원통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GMP 위반 한번으로 기업 퇴출을 명령하는 제도는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제도인데 정책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할때다. 해당품목이 아닌 다른 품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 품목별 GMP 관리를 하는 식약처의 관리방침에도 위배된다. 모순이다. 모든 법과 정책은 '선한 의지로 출발'하지만 그 수용력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정책은 시행되고 보완되고, 다시 시행되고 보완돼 완결성을 갖춰가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지만 GMP 기본정신, 즉 의약품의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반이 아니라면 개선돼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반복되는 위반'인 경우다. 구체적으로 몇 회가 반복의 기준이 되는지 누구도 말하지 못한다. 근래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이 모두 인용이 되는 것을 보면 법 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연이은 승인등으로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의 제약사업이 GMP 위반으로 인해 전반적인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있는 현실에서 관리기관인 식약처의 방침과 정책기조에 제약사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자 고발을 상시하고, 그에 의존하는 약사감시는 벗어나야 한다. 식약처 입장에서 거두는 효과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회사와 직원간 신뢰파괴를 유발한다. 또 품질과 연관없는 경미한 제조 및 시험 절차상의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과 연계하지 않는 등 적발 및 처벌위주의 약사감시에서 계도 및 개선을 통해 정해진 기간내 이행하고 보고하도록 선순환의 약사감시로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식약처의 GMP 레벨(Level)은 2024년 현재 대다수 제약사 수준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 특히 해외 GMP 실사를 다수 경험한 제약사 경우는 별도로 하더라도 일반 중소제약사의 경우 해외실사 경험도 없고 컨설팅(consulting) 회사에 의한 GMP audit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국내 현실에서 오직 식약처 약사감시로 GMP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무한 관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계도하고 경고를 했는데도 개선이 없고, 개선의 의지도 없는 공장은 상응하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 신약 등 의약품 허가, 생산, 유통까지 전주기 관리감독 기관인 식약처가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아우르는 비전아래  종합적인 리더십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