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공직계 신입약사 잡으려면 '경험'과 '전문성' 보장해야
생각을 HIT | 전문약사제도, 산업·공직 부문 확대 필요 직무에 걸맞은 처우 개선도 따라가야
산업·공직계에 약사가 부족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경력채용 기사를 작성하면서 동일한 기업에서 관리 약사를 수개월에 걸쳐 공고하고, 공공기관에서 약사 채용 내용을 메일로 보내오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얼마 전 약학대학 학생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어 산업·공직계를 희망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를 물어봤다.
약학대학 학생은 진로 선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그 직업의 특성을 체감하고 나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약업계에서 '약대생'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했다. 약사회, 약국체인, 약대생협회, 제약사, 공공기관에서는 저마다 약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및 진로 체험, 인턴십, 캠프, 진로설명회, 강의, 봉사 등 약사 직무를 탐색할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한약사회는 식약처와 함께 약대생 진로설명회를 개최해 산업, 공직 약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공기관인 식약처는 약학대학 재학생 20명 대상 공직 체험 프로그램으로 업무소개, 인터뷰, 채용안내, 업무 현장 견학을 진행했다.
제약사들도 약대생들에게 직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나섰다. 켄뷰 약대생 앰버서더 프로그램, 한국얀센 인턴십, 바로팜 약대생 인턴십, 한독 약학대학 인턴십 등 개별 기업 단위의 직무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약학대학과 업무협약을 통한 실습 커리큘럼을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유는 산업·공직 약사 직무에 관심 있는 약대생, 정보가 부족한 약대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약학대학 1학년 재학생 A씨는 "아직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해 행사를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진로를 경험할 기회가 많을수록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약학대학 5학년 B씨도 "실제 졸업한 선배들의 대다수가 개국하거나 근무약사인 경우가 많아 다른 분야에서 약사 직무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보 부족으로 인한 일방적 진로 선택을 개선하는 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비 약사들은 산업·공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임상약사보다 전문성이 가려진다는 점, 실제 약학대학 커리큘럼에서 배우는 내용과 업무 내용이 상이하다는 점을 꼽았다. 병원약사와 지역약사 부문에서는 전문약사제도가 있지만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한 산업약사, 공직약사 부문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산업·공직계에서 필요한 지식 학습부터 약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약사제도 부문 확대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산업·공직 약사를 늘리기 위한 처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공직 분야의 약사 처우는 민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며, 보건 분야 정부 및 공공기관의 약사 수당도 5만원에서 10만원 수준에 수년째 머무른 실정이다. 산업계에 근무하는 약사들은 업무에 비해 책임이 많이 따른다고도 말한다. 충분한 경험 제공과 전문성을 키운 후에 처우 개선까지 이어진다면 더 많은 약사 인력을 유인·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산업·공직에 약사가 부족하다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 공공기관도 행동으로도 보여줘야 할 때다. 약대생에게 산업·공직 약사 정보를 알리고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직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전문약사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처우 개선을 위한 자원과 예산 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다방면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약사와 공공기관에서도 많은 약사가 활동하며 제약바이오 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