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정확한 한줄의 기사가 뿌리 깊은 신약 바이오텍 만든다"
생각을 HIT | 건전한 바이오텍 투자시장 조성에 언론 역할 커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고전역학의 창시자, 만유인력의 발견자, 미분법의 발명자였던 천재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못하는 게 딱 하나 있었다 한다. 물질세계를 관조하며 그 안의 법칙을 읽어내던 그는 주식투자에서 그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거품 주식'이란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던 남해회사(The South Sea)에 주식투자를 했다가, 뉴턴은 2만파운드(현재 기준 약 20억원)를 공중분해시켰다. 제대로 넋이 나간 그는 어떤 법칙도 규칙도 통하지 않는 주식의 세계를 두고 한탄하며 위와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가 투자했던 1720년 남해회사 주가 차트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수년간 바짝 엎드려 있던 주가가 몇 개월만에 3배, 5배, 10배 치솟고는 얼마 가지 못하고 폭락하는, 고깔모자 모양의 차트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적잖은 한국 바이오텍들이 보였던 주가 차트와 빼닮았다. 뉴턴이 그 모습을 봤다면 '300년이 지나도 인간의 광기는 여전하군'하고 혀를 끌끌 찼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인간의 광기, 즉 심리가 투자시장을 지배한다는 뉴턴의 통찰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유효하다. 다소 편향적일 수 있는 의견까지 더하자면, 한국 바이오텍 투자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심리는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 즉 본질적 가치가 인간 심리에 비하자면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참 뒤지고 있다는 추측이다.
물론 3~4년 전 고깔모자 모양의 주가차트를 양산하던 한국 바이오텍 투자시장은 예전에 비해 발전한 면모가 있다. 내실이 부족한 바이오텍을 여러 번 겪은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허풍과 진실을 가리는 눈을 길러낸 듯싶다. '임상 X상 진입', '특허 출원, 등록'이란 단어만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일이 드물어졌다는 것이 그 방증일 것이다. 신약을 개발한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바이오텍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이런 현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신약 바이오텍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어, 유입자금과 주식 거래량이 덩달아 감소하니 시장의 출렁임이 줄어든 것이란 설명도 가능하다. 이것이 맞다는 가정 하에선 한국 투자자들이 신약 바이오텍의 펀더멘털을 보는 눈이 크게 나아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도 '비만약 개발 테마주', 'ADC 개발 테마주' 등에 올라타서 기업의 외형이나 풍문에 의거한 투자 결정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신약 바이오텍이란 기업 형태 자체가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비교적 빠르게 매출을 내서 그 결과로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들과 영 다르다. 신약 바이오텍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먼 미래의 수익을 근거로, 즉 기술의 잠재력을 가지고 대부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작금의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그 무형의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각자의 방법으로 판단해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 '각자의 방법'이란 것은 참 제한적이라, 기사 몇 개와 유튜브 영상 한두 개, 그리고 감에 의존하는 데 그치게 된다.
이렇게 보면 한국 신약 바이오텍의 숙명이란 참 가혹한 것이다. 비상장 시기의 투자유치를 힘겹게 지나 상장한다 해도, 갈대 같은 투자자들의 마음에 요동치는 주가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여기서 '쉬운 길'을 택하는 일부 회사들은 근거 불충분한 보도자료를 내보내 달콤한 기사들을 양산한다. 어차피 많은 투자자들은 제한적인 정보와 '트렌드'에 의거해 주식을 산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홍보해 주가를 부양시키던 그 모습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방법은 아직까지 유효해, 진솔하게 정도를 걷는 다른 회사들마저도 갈등하게 만든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깃털 같은 심리가 주가를 움직이는 이상, 기업이 어떻게든 깃털에 후후 바람을 불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신약 바이오텍 투자시장을 교란하는 행태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기업에 있지 않다. 깃털 같은 투자심리를 가진 군중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게 맞겠다.
그러나 여기서 멈춘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의 고민은 '그래서 어떻게 깃털 같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진중하게 만들 것인가'에서 시작돼야 한다. 진지한 투자 심리가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그 토양에 깊이 뿌리내린 바이오텍들이 신약개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니 그 '진중한 투자 심리'라는 건 기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신약 바이오텍의 기업가치는 아직 상업화되지 못한 기술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기술의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때에만 올바른 양의 자본이 올바른 기업에게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더 좁혀보니 하나의 물음이 남게 된다. '어떻게 일반 투자자들이 기술을 이해하도록 만들 것인가?'
이것은 한두 개의 바이오텍 IR/PR팀이 노력한다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기업의 IR/PR팀이 자사 기술을 쉽게 풀어낸다 해도, 대중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리란 보장은 없다. 또 받아들인다 해도 수혜는 그 바이오텍 하나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전방위적인 효과를 주기엔 역부족이다.
언론의 바른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이 직접 수행하기엔 기대 효과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애널리스트나 심사역이 하기엔 기업과 이해관계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생기니 말이다. 제3자로서 관찰자 역할을 수행하는(혹은 그러리라는 믿음을 받는) 언론이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
제약ㆍ바이오 산업을 취재하는 전문 미디어는 '쉬운 기사', '해설하는 기사'를 많이 써야할지도 모른다. 일반 독자들, 일반 투자자들에겐 암호에 가까운 신약개발 소식을 해독해 주는 역할을 강화해야 하니까 말이다. 더 많은 언론사에서 더 자주 이뤄질수록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을 이해한 대중은, 풍문과 트렌드가 아닌 신약 바이오텍의 펀더멘털을 기준 삼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허들은 존재한다. 신약 기술을 해설하는 쉬운 기사를 쓰려면, 기자부터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양의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현상에 대한 취재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사이언스를 이해하는 취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얻어지는 기사는 사이언스에서 탄생하는 기술을, 기술에서 탄생하는 기업 전략을, 기업 전략에서 탄생하는 기업 가치를 자연스레 조명하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언론 환경의 구조적 변화마저 수반하게 될 것이다. 마감을 위한 기사 마감을 넘어 드라이랩(Dry Labㆍ문헌조사나 자료 분석 위주로 연구하는 랩)의 개념이 도입된 취재ㆍ보도 방식으로 진전될 것이다.
뉴턴마저 한탄하게 했던, 깃털 같은 심리가 좌우하는 투자시장의 토양은 이제 바뀔 때가 되지 않았을까? 혁신 신약을 길러낼 바이오텍은 건전한 투자심리라는 반듯한 토양 위에서 성장하며, 그 토양을 일구는 건 언론이어야만 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