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금연 지원사업, 챔픽스는 결국 한국을 떠났다
예산삭감 이후 금연희망자 및 병의원 감소 불순물 이슈 겹치며 바레니클린 제네릭까지 철수 이어져
정부의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꾸준히 축소되는 가운데 과거 캠페인을 이끌어갔던 바레니클린 제제들이 시장에서 철수해 '정부의 금연사업과 기업의 경영전략이 함께 악순환'에 빠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1일 한국화이자는 금연치료보조제인 챔픽스(바레니클린)의 국내 품목허가를 자진취하했다. 챔픽스는 바레니클린 오리지널로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뛰어난 금연성공률을 바탕으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 연간 최대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품목이었다.
바레니클린은 뇌의 쾌감중추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드는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부분적으로 결합해 담배생각을 줄여주는 기전으로 그동안의 금연성공율을 30% 이상 끌어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던 품목이다. 금연치료 과정에서 전문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다만 2022년 9월경 바레니클린 제제에서 불순물(N-Nitroso-valenicline, NNV)이 검출되면서 국내 공급이 중단된 이후 다시 도입되지 않고 2년만인 지난 21일 최종 취하됐다.
업계에서는 챔픽스가 불순물 사태 이후 공급이 중단됐지만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국내 금연치료제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바레니클린의 오리지널인 챔픽스 뿐 아니라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제네릭 역시 꾸준히 철수 중이다.
지금까지 바레니클린 제제는 30개사 60개 품목이 허가됐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17개사 34개품목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어느정도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은 제일약품과 한미약품 정도다.
업계에서 금연치료 시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금연치료지원사업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공개되는 보건복지부 기금운용계획을 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에 활용하는 예산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금연치료사업이 시작된 당시 사용된 예산은 1475억원에 달했지만 매년 꾸준히 감소되면서 2021년 1205억원, 20223년 1139억원, 올해 1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줄어든 예산은 인프라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시작할 당시 참여한 전국의 의료기관은 총 1만 4688여곳에 달했다. 이 중에서 의원급 요양기관이 1만3942개소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10여년이 2024년 현재 전국에 금연치료 의료기관은 22일 현재 7562곳에 불과하다. 50% 가까이 줄어들은 셈이다.
금연치료를 위한 홍보예산과 접근성이 줄어들면서 매년 참여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건보공단이 공개한 '연도별 금연치료 참여자'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40만8097명 이후 2018년 29만명, 2021년 17만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결국 정부의 금연치료 지원사업 관련 예산의 축소를 시작으로 참여병의원들과 금연지원자들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시장에 매력을 잃은 제약사들의 이탈도 늘어나면서 금연치료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약물치료 옵션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금연사업이 활성화될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줄어들게 되면서 한두 품목만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연치료 특성상 업체별로 다수의 진료과와 연계되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연치료에 관심이 있는 의원이 많은 게 아니다"라면서 "업체가 개별적으로 영업력을 발휘하기도 쉽지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가 작아지면 관심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