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퍼스트제네릭을 엔진삼는 광동제약... 'R&D 새 비전도 뚜렷'
2년새 9개 품목 도입, GSK백신 판매, 항암제 후발제제까지 '아무나 못내는' 제품으로 안정적 매출 쌓는 비즈니스 펼쳐
광동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퍼스트제네릭 도입을 통해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제품 범위를 크게 늘리기보다 희귀질환과 항암제 등 '나만의 파이'를 확보할 수 있는 특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꾸준히 '항암제 퍼스트제네릭'도 준비
광동은 최근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전문 기업 키에시에서 4개 품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①말단비대증 경구용 치료제 '마이캅사' ②동형접합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적스타피드' ③수포성 표비박리증 치료제 '필수베즈' ④지방이영양증 치료제 '마이알렙트'다. 지난해 이미 키에시에서 △락손(Raxone) △엘파브리오(Elfabrio) △람제데(Lamzede) 등 3종의 희귀의약품을 도입하기로 했었다.
광동제약 품목 도입은 완제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3년 3월 홍콩 자오커에서 소아 청소년 근시를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 'NVK002'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 1월 노안 치료제 후보물질 '브리모콜' 도입 소식을 알렸다. 브리모콜의 경우 3상 임상 시험이 끝나고 2025년 허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자오커 측은 설명했다.
광동제약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기재된 7품목(7월 키에시 제품 도입으로 11개 품목으로 확대) 가운데 여성 성욕감퇴 치료제인 바일리시와 진통제 ATB-346 이후 회사의 도입품목은 지난해와 올해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광동제약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도입 품목의 급증은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광동제약이 자체 개발 중이던 파이프라인은 총 3가지다. 이 중 미국에서 들여온 바일리시를 제외하면 비만치료제인 'KD101'과 치매 치료제 'KD501'이 있었지만 KD101은 개발 정지, KD501은 보류 상태다.
다른 하나는 퍼스트 제네릭 강화다. 광동제약은 항암제 분야에서 퍼스트제네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는데, 대표적으로 2016년 국내서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레블리미드' 특허 회피에 나서 처음으로 성공한 바 있다.
여기에 2019년 노바티스의 유방암 치료제 '아피니토'의 특허 문제를 회피하면서 2020년 3월 퍼스트 제네릭을 확보한 바 있다. 2024년 다시 특허심판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보령과 함께 다발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에도 첫 특허 회피사로 이름을 올렸다.
2023년 화이자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의 퍼스트제네릭을 위한 첫 단계인 최초허가신청에 도전하면서 다시 한 번 퍼스트제네릭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 항암제 제네릭은 매출 여부를 떠나 '후발대의 후발대'가 가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질환의 무거움 만큼 오리지널 선호 경향이 뚜렷한 탓도 있지만 제네릭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레벨이 매우 높은 데다가, 치료가 급한 환자들에게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어렵게 개발이 성공해도 전문적인 항암제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도 만만하지 않다. 특화된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개발이 어렵다는 뜻이다.
도입품목을 들여와도 매출이 없으면 결국 손해가 되는데도 그동안 꾸준히 진행한 항암제 퍼스트 제네릭은 그 자체로 광동제약의 특화 기술력으로 축적됐다.
경쟁자 없는 품목 확충해 '안정 성장' 추구
연구개발비도 작년부터 성큼 자라나는 중
광동제약의 '도입+퍼스트제네릭 전략'은 당장의 신약 개발 등에서 비롯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비즈니스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단계적 방법론으로 풀이된다.
비만치료제였던 KD101는 개발 당시 기존 비만 약물 대비 새 작용 기전의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았으나, 2020년 임상 2상 이후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외에는 4년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회사안에서 판매 중인 콘트라브가 있어 다른 비만 치료제의 개발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GLP-1 저해제 계열의 신약이 시장을 끌어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해 no-go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광동제약이 지난 3년간 허가받은 제네릭은 총 16건인데 의료기관에서 쓰는 주사제나 긴급피임약 등 경쟁자 숫자가 많지 않은 제품 허가가 눈에 띈다. 16건에는 업체들이 '필수템'으로 가지고 있는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시타글립틴 등 주요 경쟁 품목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국내에는 유사 작용기전이 없거나 제네릭 개발이 어려운 도입 품목은 특허 만료 이후에도 안정적 품목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난 해 공급 계약을 맺은 GSK의 '로타릭스', '부스트릭스', '싱그릭스', '멘비오'가 그같은 품목들이다.
백신 분야는 경쟁자가 적고 시즌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의 판매가 유지되기에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니치버스터로 꼽힌다.
광동은 이런 가운데 최근 연구비를 크게 올리며 개발역량을 올리고 있다. 2023년 개별 기준 광동제약의 연구비는 152억원(연결재무재표 동일)으로 2021년 83억원에 비하면 76억원 즉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 연결 기준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고작 100억원대 지출이냐 비판하는 의견도 있으나, 해당 연구비가 의약품 등 '제약부문'에만 쓰이는 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광동제약의 의약품 부문 비중은 2023년 전체 매출의 37.3% 수준이다. 개별 기준으로 환산하면 3420억원이다. 물론 매출 대비 연구비율로 계산하면 2023년에도 4.5% 수준으로 업계에서 높은 것으로 일컫는 '매출의 10% 이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일각에서 1조원 기준으로 주장하던 수치와 다소 차이가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두 해 동안 두 배 가까운 연구비를 늘린 것에서 'R&D에 대한 경영진의 새로운 비전'이 읽힌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연구역량을 늘려가며 안정적인 도입 품목과 퍼스트 제네릭으로 의약품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광동제약의 '제약 역량' 확충이 어떤 전략으로 움직일 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