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반전...신약보다 '헬스케어'에 투자 쏠린다
비상장 헬스케어 투자 상반기 결산| 유연성ㆍ기술력 앞세운 72개사 20개 테마에 6000억 유입 인공지능 582억ㆍ피트니스앱 504억ㆍ빅데이터 256억 주목
이제는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기업에 상반기에만 6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작년 한해 동안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금액과 맞먹는다.
연구개발(R&D) 중심의 신약 개발 바이오텍보다 빠르게 수익을 내고 사업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한층 쉬우며 유연한 사업 전환이 가능한 게 매력포인트다. 대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를 가리지 않고 투자에 참여하는 점이나 '기술 테마' 역시 다양해진 것도 눈길을 끈다.
21일 히트뉴스가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의 자금 조달을 '테마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72개의 기업이 20개의 키워드로 투자 시장의 문턱을 넘었다. 이들을 통해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자금 총액은 5993억원이다. 이 가운데 메디테크, 즉 의료기기 업체나 초기 기업이라 명확한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곳들을 제외하고 헬스케어 기업으로 몰린 자금은 약 5108억원이다.
의료기기를 제외하고 헬스케어 섹터로 유입된 금액만 놓고 봐도 2024년 상반기 동안 전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조달액(8501억원)의 60%를 넘어선다. 작년부터 헬스케어 기업들의 조달 성과가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웃돌았는데 올해 상반기엔 이 격차가 더 커졌다.
비상장 헬스케어 섹터가 급성장한 배경으론 CMO 및 CDMO 섹터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점이 꼽힌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또 한 번 대규모 증자를 결정한 결과다. 이번엔 1500억원을 조달받았다. 단연 올해 상반기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이다. 이번 증자 건을 포함해 202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6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송도에 '메가 플랜트' 건립을 위한 그룹 차원의 승부수다.
실버케어를 앞세운 헬스케어 벤처 케어링이 단독으로 400억원을 모으며 조달 성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뒤를 이었다. 케어링은 시리즈 B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유니콘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앞뒀다. 3위는 카카오헬스와 진이어스가 각각 300억원을 모았다. 카카오헬스 역시 모기업이자 대기업인 카카오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 진이어스의 조달 성과는 역대 시리즈 A 투자 4위에 해당한다.
조달 최상위(1~5위) 가운데 동아쏘시오그룹과 일동제약그룹이 힘을 합치기로 한 아이디언스(250억원, SI)만이 신약개발 기업이고 나머지는 모두 헬스케어 기업의 차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신약개발 기업이 항상 최상위를 차지해 왔는데 불과 2년만에 시장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 기간 헬스케어 기업의 조달 성과를 '키워드'로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보인다. 전방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주(CMOㆍCDMO) 기반 기업 외에 대부분의 상위권 조달 기업들이 유연한 사업 모델을 확충하고 있단 점이다.
CMOㆍCDMO 다음의 조달 성과를 낸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기업(582억원)들은 분야를 특정하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단지 이들을 묶을 키워드가 AI일뿐 진단, 의료, 소셜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치고 있다.
건강관리와 디지털헬스케어를 연결한 피트니스앱(504억원), 빅데이터(256억원) 기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조달 성과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이들의 약진은 특정 모달리티(Modalityㆍ치료 접근법)나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기존 조달 최상위를 차지하던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조달 성과가 부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장기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신약개발 기업의 사업모델에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조금더 유연한 형태의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금 흐름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