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항체? 아니, 삼중표적 융합단백질…'혜성'처럼 날아온 파노로스
단일 플라스미드로 발현 가능한 삼중표적 융합단백질 플랫폼 보유 "Best in Class 융합, 개발 리스크↓…플랫폼에 지아이 면역항암제 태운다"
① TOP3 공개 |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ㆍ레이메드ㆍ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②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③ 레이메드
④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⑤ FINAL ROUND
⑥ 외전 | 다시 돌아보는 K-바이오 투자시장
스타인테크 바이오가 돌아왔다. 쩍쩍 갈라진 바이오 투심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물지게를 지고서 걸어와, 메마른 땅을 적시고 씨앗을 심는다. 함께 물을 긷는 이들은 씨앗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꽃을 피운 '멘토'와 '선배'들이다. 그렇게 '사람이 전부'임에 뜻을 모은 더컴퍼니즈ㆍ디엘지ㆍ한국바이오협회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그어주려 붓을 잡았다. 그 붓끝에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ㆍ레이메드ㆍ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가 내려앉았다. 스타인테크 바이오 시즌 3, 톱3(TOP3) 기업들을 여기 소개한다.
신약개발 바이오텍에게 있어 '플랫폼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다.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술은 그 자체로 기업의 반영구적 수익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쉽게 빗대자면 버거킹의 와퍼 레시피가 플랫폼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오리지널 와퍼 자체가 시장에서 매력이 있으니, 이를 응용한 통새우 와퍼, 치즈 와퍼, 불고기 와퍼와 같은 베리에이션이 승승장구한다. 심지어 이런 인하우스(in-house) 베리에이션 말고도 외부 브랜드인 스리라차와 협업해 스리라차 와퍼를 개발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대표 임혜성ㆍ이하 파노로스)의 '알파-아트(α-ARTㆍAlpha Anti-angiogenesis-based Artifact Re-targeting Tri-specific)' 플랫폼이 오리지널 와퍼와 같다. 그 자체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타 바이오텍과 협업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스타인테크 바이오 시즌 III의 멘토,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이하 지아이) 회장도 이런 매력에 눈을 번득였음은 물론이다.
지아이와 파노로스는 지난 5월에 이미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스타인테크를 통해 이 둘 사이에 맺어진 멘토-멘티 관계는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인연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찾아 <히트뉴스>도 펜대를 집어들었다.
파노로스와 지아이는 이번 스타인테크를 통해 멘토십을 맺었습니다. 사업 파트너십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멘토십을 거꾸로 맺었다는 것이 재미있는데요. 협업 포인트가 어떻게 될까요?
"저희 협업의 중심에는 알파-아트 플랫폼이 있습니다. 삼중표적 융합 단백질을 만드는 뼈대라 할 수 있는데요. 파노로스가 뼈대를 제공하면 지아이가 표적물질을 제공해 살을 붙이는 방식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좀 더 쉽게 풀어보고 싶습니다. 삼중표적 융합 단백질이란, 삼중항체와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되는 걸까요?
"비슷할 수 있으나 알파-아트는 항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항체에 있는 부속들 중 필요한 것을 떼어다 다른 단백질과 합친 것이죠. 그래서 융합 단백질이라고 표현합니다."
필요한 것을 떼다가 합쳤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일반적인 항체의 구성 요소를 보면, 안정성을 담당하는 Fc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Fc를 똑 떼다가 VEGF 수용체 1번(VEGFR1)과 붙여놓은 게 지금의 알파-아트 플랫폼입니다. 이 형태가 저희 선도 파이프라인인 'PB101'이기도 해요.
이렇게 VEGF 수용체 1번과 항체 Fc를 붙인 융합 단백질이 몸 속에 들어가면, VEGF 수용체 1번 부위는 VEGF-A, VEGF-B, PlGF 라는 물질들과 결합합니다. 즉 이들이 암세포에 작용하지 못하게 막아, 암세포가 새 혈관을 끌어들이고 딱딱해지는 것을 저지해요. Fc 부위는 이 융합 단백질이 몸 속에서 오랫동안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죠."
알파-아트는 삼중표적 플랫폼이고, 이 자체로 VEGF-A/VEGF-B/PlGF를 표적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걸 표적 1이라 부른다면, 추가적인 표적 2, 표적 3을 더 넣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조작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예컨대 알파-아트 플랫폼에는 면역항암제를 붙여놓을 수 있어요. 알파-아트 플랫폼은 암에 붙어서 암주변의 안 좋은 물질들을 제거하고, 플랫폼에 붙어있는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죽일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이 콘셉트가 기본적으로 지아이와 파노로스가 가져가는 협업 포인트예요."
정리하자면, 지아이는 표적 2에 해당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해서 파노로스에 건넵니다. 파노로스는 그 면역항암제를 알파-아트 플랫폼에 붙입니다. 이렇게 이중표적 융합단백질 신약이 탄생하는 거네요.
"맞아요. 지아이와 이중표적 융합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될 거예요. 이 물질을 연구하면서 결과가 좋다면, 표적 3을 추가해서 삼중표적 융합단백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죠."
추측컨대 알파-아트 플랫폼의 장점은 '이중표적', '삼중표적'이 가능하다는 점 말고도 더 있을 듯합니다. 이미 이중항체와 삼중항체라는 개념이 시장에 존재하니까요.
"알파-아트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입니다. 그 경쟁력은 생산 공정의 단순함에서 오고요. 글로벌 바이오텍들이 만들고 있는 이중항체와 삼중항체는 생산 공정이 다소 복잡합니다.
이중항체의 기존 공정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항체의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이 서로 달라야 하기에, 각각의 부분은 서로 다른 2개의 세포주에서 생산돼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세포주를 1개만 쓰는 공정에 비해 개발 비용이 2배가 돼요. 심지어 이 2개의 세포주에서 나오는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이 원하는 조합으로 매칭되는 확률은 이론적으로는 33%죠. 즉 이렇게 만든 항체의 3분의 2를 버려야 하니,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알파-아트는 하나의 세포주에 하나의 플라스미드만 넣어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도 최대 삼중표적이 가능하고요. 그래서 생산 난이도가 낮아지고, 소모되는 비용도 적어져요."
파노로스의 입장에서도, 혹은 향후 파트너사가 될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득이군요. 더 싼 값에 약을 생산할 수 있으니 기업의 수익에 도움이 되고, 약가를 낮게 책정할 수 있으니 환자들에게도 좋네요.
"그렇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선 기왕이면 저렴하게 약을 생산하는 게 좋아요. CAR-T 치료제만 해도 한 번 맞는 데 수억 원이 들잖아요. 물론 CAR-T는 좋은 치료제지만, 비싼 약가로 인해 정부 보험재정과 환자 개인 재정에 부담이 있다는 건 사실이죠. 같은 치료를 해도 더 싸게 할 수 있다면 기업, 국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이제 파노로스의 전사적 전략을 논해보겠습니다. 파이프라인 개발에 있어 추구하는 핵심적인 방향성이 어떻게 될까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저희는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 약물들의 융합으로 개발 리스크를 줄입니다. 너무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나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 약물을 개발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미래 가치는 더 높겠지만, 개념증명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우리에게 적합한 전략은 아니죠. 그래서 이미 리얼월드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잘 검증돼 있는 약들을 저희 플랫폼에 융합시켜서, 리스크는 줄이고 시너지는 늘리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둘째로, 최근 들어 PD-1/L1 면역관문억제제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면역관문억제제들이 임상에서 실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알파-아트 플랫폼을 여기 적용해서 이런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파-아트가 표적하는 VEGF와 PlGF가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통해 종양미세환경(TME)을 항암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꿔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신규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들과 협업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바이오 투자시장에서 파노로스가 취할 헷징(Hedging) 전략이 궁금합니다. 충분한 개발 자금을 유치하기 힘든 이 시기를 헤쳐갈 나름의 방책이 있을까요?
"넉넉한 투자금을 유치해서 임상 2상까지 끌고 가는 건 지금으로선 현실적으로 어렵죠. 하지만 어렵다 해서 못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개발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필요가 있어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알파-아트 플랫폼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입니다. 개발 비용과 리스크를 양측이 나눠 부담하는 거죠. 이미 켈룬바이오텍(Kelun-Biotech)의 면역항암제를 저희 플랫폼에 융합시키는 공동개발이 진행 중인데요. 이 파이프라인이 췌장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하는 'PB203' 이중표적 융합단백질입니다. 저희가 임상시험까지 책임질 것이니 켈룬 입장에선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켈룬에게서 무상으로 면역항암제 서열에 대한 권리를 받았으니 파노로스 입장에선 신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어요.
이런 방식의 딜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켈룬도, 지아이이노베이션도 글로벌 개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죠. 그들의 역량을 활용해 개발 노하우를 공유받고, 후보물질 도출과 라이선싱 기회를 계속해서 창출해 나갈 겁니다."
"적잖은 국내 바이오텍은 공동개발 파트너를 글로벌 회사에 한정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도 충분히 예리한 협업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노로스의 플랫폼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신약이란 건 아무리 그 기술력이 좋아도 실패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실패하더라도, 협업 파트너가 신약개발에 대한 진정성이 충만하고 열정이 있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성공합니다. 한 눈 팔지 않고, 딴 마음먹지 않고 오직 신약만을 바라보는 개발진이 이상적인 파트너예요. 저는 파노로스의 임혜성 대표가 그런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파노로스가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한 플랫폼 기술이 우리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면에서 협업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공동으로 과제 선정부터 개발까지 글로벌 수준에 맞는 과제가 되도록 직접 지원할 겁니다."
"알파-아트 플랫폼은 N-말단에 위치하는 VEGF 수용체 1에 VEGF-A, VEGF-B, PIGF를 결합시켜, 혈관정상화 및 종양미세환경(TME)을 개선하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N 말단과 C 말단에 추가적인 표적 물질을 도입해, 다중표적 융합단백질을 단일 플라스미드 내에서 고수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현재 선도 파이프라인인 PB101이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 이중표적(PB203), 삼중표적(PB301) 후보물질들이 뒤이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알파-아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표적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과 활발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우수한 세포내포화(Internalization) 기능을 바탕으로 이중항체 ADC 개발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