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은 혁신의 대상"... 국내 최대 '토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된 지오영

적극적 투자 유치와 물류센터 등 본질적 요소에 남다른 선택과 집중

2024-07-11     조광연 기자

 INNOVATION  성과로 입증한 바이오헬스 혁신 3대장
개인이든, 기업이든 나름의 성공 방식이 존재하고, 이를 답습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고색창연해진 성공방식은 실패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다. 해서 혁신은 창조적 파괴라 명명된다. 혁신에 걸맞는 두 기업과 한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① 원조 R&D 파워 입증 종근당
② 보툴리눔 톡신 열풍 잇는 스킨부스터
③ K의약품 유통의 상징 지오영

미국과 유럽, 일본의 의약품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소수 절대 강자들이 과점체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4600 여개 업체가 경쟁 중인 한국 의약품 유통업계의 경우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업체 만 80여개로 글로벌 상황과 다른 양상을 띠지만 선진 외국처럼 과점체제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2002년 창립해 연결 자회사 21개, 연결 매출 4조4000억원을 기록 하고 있는 지오영은 남다른 선택과 집중, 개척자 정신으로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업계의 새 장을 열어 젖히고 있다. 경쟁자들에 앞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남들은 시기상조라는 자동화 물류센터를 짓고, 일일 2~3회 배송체제를 구축해 급성장하자 탄력을 받아 계속해 새로운 길을 내왔다. 

'모든 관행을 혁신의 대상'으로 삼는 조선혜 회장은 경쟁자들이 금기시하는 재고현황을 공개하는가 하면 물류직원이 영업도 했던 녹슬고 오래된 틀을 깨부수고 별도의 영업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바이오 의약품 비중이 높아지면 콜드체인 물류센터가 필요할 것이라는 미래 예측에 따라 물류센터를 완공함으로써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 유통 협업을 이끌어 냈다. 전국을 커버하는 물류센터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희귀의약품 배송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 지오영 만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병원과 약국을 둘러싼 모든 과정에서 크고 작은 혁신 이뤄

물류선진화 = 지오영을 상징하는 말은 '물류선진화'다. 2007년 업계 최초로 인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의약품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연면적 1만㎡ 규모의 선진 자동화 물류 센터를 350억원 들여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과잉투자'라며 우려했었다.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도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을 만큼, 위험 부담이 컸던 의사 결정이었다.

자동화 물류센터는 일일 2~3회 전국 배송체계를 구축하는데 핵심이 되었고, 지오영 급성장에 '신의 한수'가 됐다. 특히 의약분업 환경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공급확대로 취급 의약품 수와 양이 이전과 견줘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대의 의약품 취급이 가능하도록 선제적으로 완공된 지오영 인천물류센터는 그야말로, 국내 의약품 물류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인천의료원 재직 시절부터 지역 의약품 유통의 생리를 확실히 꿰고 있던 조 회장은 제네릭이 확대되면 인천으로 입항하는 다국적회사들의 의약품에 대한 도매 유통과 3자물류(3PL: 운송, 보관, 유 통가공) 물량이 급속히 증가될 것으로 확신하고 인천에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 및 국내 유망 헬스바이오 회사와 3PL, 4PL(운송, 보관, 유통가공, 물류 컨설팅 등 4자 물류) 제휴를 강화하고 있으며, 천안에 콜드체인설비를 완비한 연면적 약 3만㎡(약 9000평)규모의 신규 허브물류센터를 2021년 4월 준공했다 

영업선진화 = 지오영은 영업과 물류를 분리하는 소위 '영업선진화' 정책을 2009년 업계 최초로 시행했다. 사업초기 영업직원이 주문접수 및 배송을 겸하던 관행을 벗어나 영업은 영업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배송은 물류센터에서 진행하게 해 고객만족도 제고와 함께 영업력 또한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로 다른 두 기능을 굳이 같은 담당자가 실 행할 필요가 없고 각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 효율적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 모든 경쟁사들이 비용 효율성 만을 따져 생각할 때, 지오영은 업무효율성을 기반으로 고객만족과 영업력을 향상시키는 의사결정을 과감히 실행했던 것이다. 지오영이 처음 실행했던 영업과 물류의 분리운영은 이후 대부분의 경쟁사들도 뒤따라 도입해 현재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IT 선진화 = 국내 업계 최초로 '의약품 전산주문시스템'을 보급하고 실행하게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과거 전화나 팩스로 의약품을 주문하던 관행을 한번에 바꾸기란 힘든 법이다. 심지어 회사 내 영업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영업하기도 바쁜 데, 무슨 시스템을 제공하고 교육까지 하라는 거냐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의약품 물류에도 IT 기술을 접목한 업그레이드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구성원들에게 설파하며 당장의 영업 매출실적 보다 고객 시스템 확장을 더 독려했다. 이런 '시스템 선진화'를 통해, 약국경영에 필수적인 일반의약품 재고관리, 판매관리, 매출분석 시스템인 '캣포스(CATPOS)'를 전국 약국 대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캣포스'와 의약품 온라인몰인 '팜페이몰'의 연동 기능인 간편주문 기능을 통해 약국의 업무 소요시간을 대폭 감소시켰다.

그 결과 현재 전국의 거의 모든 약국은 약국전산화가 보편화됐고 실시간 재고파악과 주문이 가능하게 되어 회사뿐 아니라, 약국의 업무 효율성도 그 이전과 다르게 증가하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POS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언제나 한 발 빠른 전략과 남 다른 차별화를 통해 업계 전체를 선도하고 있다.

유통 선진화 = 2005년 거래처들이 온라인상에서 의약품을 주문할 수 있는 웹 주문 시스템 '지오웹'을 자체 개발해 오픈하면서 차별화된 온라인 유통경쟁력을 확보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는 의약품 유통업체에서는 보기 드물 게 별도 IT부서를 두고 평소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의 전산 자동화에 역량을 집중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웹사이트에 의약품 재고 현황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의약품 유통 투명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통기업이 재고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일반적인 관행은 아니다. 재고나 단가 노출 등 대외비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오영은 자료 공개를 통한 '유통선진화'라는 대의 확산과 함께, 만연하던 의약품 사재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약국의 재고를 해결하는 등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경쟁자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국내외 투자 유치... 단숨에 점프 업

오늘 날 지오영의 성장에는 국내외 투자 자본 유치와 적극적 M&A 노력도 주효했다. 설립 첫 해인 2002년 7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케어베스트를 인수해 물류서비스를 강화했다.

지오영은 2009년 글로벌 투자사인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 '골드만 삭스PIA'에서 지분을 내어주고 투자를 유치하면서 회사의 외형 성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지속적인 사업확장전략을 펼쳐 나가 강원 영남 대전지역 등에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들의 인수요청을 받아들여 사세를 확장했다. 호남지역은 자체적으로 설립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전국 네트워크를 거느린 의약품유통물류 기업의 토대를 완성했다.

멈추지 않았다. 2013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지오영 지분 투자를 이어받았고 2019년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지분을 매입했다. 2024년 MBK파트너스가 블랙스톤의 지분을 약 2조원에 매입하는 등 이러한 일련의 글로벌 투자유치 과정에서 시장지배력과 성장성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철저한 검증과 호평을 받았다.

 

성장의 배경엔 강력한 리더십

조선혜 회장은 깊은 통찰과 남다른 비즈니스 감삭, 일에 대한 열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업계에 새 길을 내고 있다.

지오영은 인천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성창약품 조선혜 회장과 동부약품 이희구 회장이 2002년 공동 설립했다.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한 인천 출신의 조선혜 회장은 인천의료원 약제과장 재직 당시부터 확실한 업무 장악력으로 유명했던 인물이었다. 당시 원내 약품 사입과 구매업무를 약제과에서 관장하며 약품 구매 프로세스의 전반을 확실히 파악하고 관리했다고 한다.

경남 거창이 고향으로 대웅제약 역대 최연소 영업본부장 기록을 세웠던 이희구 회장은 더 큰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도매업에 투신해 한국의약품 도매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의약품 유통일원화를 이끌어 내는 등 의약품 도매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최초 사명 엑손팜은 이후 지오영으로 바뀌었다. 지오영 '지구' '세상'을 의미하는 'Geo' 에다가 의약품 공급 최초 사명 엑손팜은 이후 지오영으로 바뀌었다. 지오영 '지구' '세상'을 의미하는 'Geo' 에다가 의약품 공급을 통해 인류 를 '영화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영화로울 榮'의 영문인 'Young'을 합성한 것인데 이는 조 회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조 회장과 마주 앉아 5분만 이야기해보면 가볍게 던지는 듯한 그의 말에서도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 일에 대한 열정, 강력한 추진력이 물씬 드러난다. 그의 말은 쉽고 간결하고 단호한 편이다. 획일적이고 고착화된 관행을 벗어나 박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며, 확신이 서면 직접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천안에 콜드체인 설비를 갖춘 의약품 물류센터를 착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요?"라고 물었더니 "생물의약품이 늘어나니 먼저 움직이면 그만큼 기회가 있잖아요"라고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생물의약품이 늘어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다 알지만, 이를 사업기회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과 행동하는 결단은 기업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조 회장은 의약품 물류업계를 위한 각종 규제 철폐에도 앞장서며 업게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도매 마진 법제화'다.

기존의 그릇된 관행으로 업계 공정거래 확립의 걸림돌이었던 프로(%), 뒷 마진 등의 철폐에 앞장서는 한편, 입법부를 상대로 적극적 의견을 개진해 법정 수수료율 지정 등 법제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제 살 뜯기'식 과잉경쟁을 방지하고 이른바 '복마전'이란 오명으로 불리던 의약품 유통시장을 안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지오영의 주력 사업들

지오영 그룹은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전국 3차병원의 96%에 의약품 및 진료재료, 방사성의약품, IT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① 의약품 유통 및 3PL/4PL 사업 = 지오영은 55개 배송센터 기반의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사다. 전국 2만4000여 약국 중 80% 이상, 전국 3차 상급종합병원(47개)의 약 40%와 거래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3자 물류(3PL) 및 4자 물류(4PL) 부문 사업 역시 지속 강화하고 있다. 지오영은 임상용의약품과 희귀필수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동물백신 등 다양한 고객사 및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② 병원GPO(케어캠프) = 지오영 자회사 케어캠프는 대형종합병원 대상 구매대행 및 물류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료재료 및 진단시약, 의약품 통합물류 및 구매대행 업무와 함께 병원에 최적화된 헬스케어 통합 물류시스템을 제공한다. 

8만여종에 달하는 의료기기 및 진료 장비 등에 대한 구매 역량 제고에 주력하고 있으며,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확고히 다지면 제품 공급을 더욱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③ 약국IT(크레소티) = 약국 헬스케어IT 자회사 크레소티는 약국 결제시장에서 약 5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업계 1위 업체다. 약국 내방고객의 처방전 접수 단계부터 약제비 결제 및 복약지도까지, 약국 경영에 필요한 모든 IT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약국통합결제시스템인 팜페이, 일반의약품 POS 시스템인 캣포스, 처방전 스캔 및 입력을 돕는 이지스캐너 등이 있다. 크레소티는 올해도 약국결제시스템 1위 팜페이 서비스를 앞세워 약국 경영활성화 지원을 통한 매출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

④ 병원IT(포씨게이트, 엔에스스마트) = 병원 헬스케어IT 자회사로는 포씨게이트와 엔에스스마트가 있다. 스마트 병원(Smart Hospital) 구축을 위한 병원 진료 자동화시스템을 국내 주요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3차 상급종합병원 기준 약 9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병원 원무자동화 솔루션 업계 1위라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⑤ 방사성의약품(듀켐바이오) = 방사성 의약품 제조 부문에서는 듀켐바이오가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FDG(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59.7% 시장점유율 차지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FP-CIT(파킨슨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는 56.8%의 점유율을, 치료제 개발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알츠하이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도 93.4%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중이다.(22년,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기준)

국내 최다인 12개 제조시설에서의 안정적인 생산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개발 방사성 의약품 해외 수출 성공, 국내 최다 방사성 의약품 신약 및 파이프라인 보유, 국내 유일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개발 등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