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핵심 당사자 '전공의' 빠진 반쪽 청문회

데스크칼럼| 묵묵부답 전공의, 의료현장 돌아올 의지는 있는 것인가

2024-06-27     이현주 기자

의대정원 증원 이슈로 야기된 전공의 파업이 넉달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피해신고지원센터에 813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수술지연 신고가 4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차질 179건, 진료거절 120건, 입원지연 38건 등으로 집계됐다. 

서울대병원과 성모병원, 삼성병원 등 무기한 휴진은 유예됐지만 세브란스병원과 아산병원 등은 휴진 강행을 결정했고, 앞선 병원들도 재휴진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어 환자의 불안과 공포는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신규환자 진료 및 입원,  수술 축소로 병원 재정이 흔들리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유통업체의 자금경색, 제약사 매출감소까지 연쇄불안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더 장기화되는 전공의 사태를 두고 각자 입장만 이야기 할 뿐,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정부와 의료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연 청문회는 어쩌면 전공의 사태의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물꼬가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는 정작 청문회 자리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공방, 복지부와 산하기관의 자료 미제출 등 복지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는 전공의 복귀 방안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청문회 불참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전공의 복귀 여부가 의료대란 매듭에 가장 중요한데, 박 비대위원장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복지부나 의협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럴수록 이런 자리에 나와야 한다.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면 오후에라도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수련병원의 '전공의 의존증'을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 100병상이 넘는 병원의 경우 수익 40%가 인건비로 투입되기 때문에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월급을 적게 주면서 장기간 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전공의들에게 병원은 의존해 왔다는 것, 그리고 수술 및 입원 환자를 24시간 케어하고 응급실 당직을 서는 것은 모두 전공의의 몫이라는 것 등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사라지면 병원은 마비가 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장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한 각종 처분을 거두겠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반면 대전협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사항만 밝힌 채 묵묵부답이다. 

전공의들도 움직여야 한다. 청문회 자리에 부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사실상 국회가 판을 깔아주지 않았나.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입장변화가 있는지, 없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대화 자리에 나와 사태 해결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진료를 못 받고, 수술이 연기돼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환자를 생각해 의료현장에 돌아올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