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노 퍼즐'은 그림의 떡… "상장 유지 조건에 고통받는 K바이오텍"

제3회 KIMCo TALK서 김석관 "나스닥 바이오 섹터 유지돼" 美 상장된 90% 이상 적자… "국내선 법차손 미충족↑"

2024-06-26     남대열 기자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 사진=남대열 기자

"국내 바이오텍들의 (과거) 글로벌 임상 3상에 실패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한국은 위험 관리가 부족한 바이오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상장 유지 조건 때문에 많은 바이오텍들이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제조업 마인드로는 국내 바이오 산업을 키울 수 없습니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25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재단)이 주최한 제3회 KIMCo TALK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재무 성과가 나쁘고, 자금 조달 수단도 문제가 있지만 바이오 섹터는 유지 되고 있다"며 피사노 퍼즐(Pisano Puzzle)을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개리 피사노(Gary Pisano)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1976년 제넨텍(Genentech)이 설립된 후 30년이 지난 2006년 미국 나스닥 바이오텍들의 수익성과 신약 개발 성과를 조사했다. 피사노 교수는 나스닥 바이오텍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피사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30년 영업이익 합이 암젠(Amgen)을 제외하면 적자를 나타냈다"며 "신약 개발의 생산성도 기존 기업과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에 보통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벤처캐피탈(VC)들의 펀드 결성 기한은 8~10년에 불과하다"며 "바이오텍들의 경우 기업 내부와 외부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피사노 퍼즐(Pisano Puzzle)의 특징

이러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바이오 섹터가 유지되는 현상을 '피사노 퍼즐(Pisano Puzzle)'이라고 부른다. 그는 "피사노 교수는 나스닥 바이오텍들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바이오텍에 맞는 새로운 조직 구조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며 "피사노 교수는 자회사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로슈·제넨텍의 자회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제넨텍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인재와 전략을 공유할 수 있으며,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유사한 국내 모델로는 대웅제약과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 사례를 들 수 있다.

한편 미국 나스닥 바이오 섹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모습과 달리 국내 바이오텍들은 위험 관리, 장기 및 대규모 투자, 주식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신속한 실패의 중요성 등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1000개 중 약 900곳 이상이 적자 상장이었다. 이는 바이오 분야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바이오텍의 90% 이상은 적자 상장이었으며, 매출 중간값은 140만달러(약 19억원)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약 83%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조건 때문에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