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 견제?...바이오 USA에 뜬 국가안보실 3차장

대통령실 직속 경제안보 담당 부서장, 바이오 USA 방문 '바이오 1.5 트랙' 관련 미국·인도·일본 등과 논의 가질 예정

2024-06-05     박성수 기자

[미국 샌디에이고=박성수 기자] 2024년 바이오 인터내셔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왕윤종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입니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던 방문 스케줄이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죠. 대통령실 직속 참모기관의 고위급 인사가 직접 방문했다는 데 한 번 놀라고, 그것도 안보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왔다는 데 두 번 놀랐습니다.

왕윤종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사진 중앙)이 박정태 바이오의약품협회 부회장(사진 오른쪽)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국가안보실은 크게 3개 부서로 나뉘어 있습니다. 1차장은 외교안보, 2차장은 국방안보, 3차장은 경제안보를 담당합니다. 이 중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이 바이오 인터내셔널에 왔다는 것은, 글로벌 제약ㆍ바이오 이슈 중 경제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안건을 인지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왕윤종 차장은 한국관에 들러 박정태 바이오의약품협회 부회장과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약 5분 정도의 이야기였지만, 주제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한국의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것이었죠. 대화를 듣고 나니, 왜 대통령실 직속 부서가, 왜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차장이 왔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한국과 미국은 '제1차 한미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에서 '바이오 1.5 트랙 채널' 출범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양국의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프로젝트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심도 있는 회의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2024에서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는 게 여태까지 알려져 있던 사실입니다.

또 해당 회의에는 한국ㆍ미국ㆍ일본ㆍ인도 4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히트뉴스>가 왕 차장에게 직접 질의한 결과 1개국이 추가된 총 5개국이 회의를 가질 것이라 합니다. 왕 차장은 "이번 바이오 인터내셔널 참가 목적이 바이오 1.5트랙 추가 논의가 맞느냐"는 히트뉴스의 질의에 "맞다"면서 "총 5개국이 참여할 예정으로, 최근 미국에서 발의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을 포함해 제약ㆍ바이오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주요 5개국은 중국에 대한 공동 전선을 펼치게 될 것임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의약품 공급망 문제는 총포 없는 전쟁,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에 유통되는 의약품 13%를 중국에서 들여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은 41%를 중국에 의존합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 이렇게 중국에서 공급되던 의약품들은 공급이 중단되고, 국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겁니다. 이것이 바이오 1.5트랙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입니다.

바이오 1.5트랙은 올해 초 생물보안법이 미국 상ㆍ하원에서 발의되며 급물살을 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이 법안은 미국 행정기관이 중국 기업인 BGIㆍ우시앱텍과 일절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합니다. 우시앱텍 산하에 중국 최대 규모의 CDMO인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시바이로직스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던 의약품들은 유통길이 막히게 됩니다. 또 다른 중국 CDMO도 이런 재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법안의 자세한 내용은 <히트뉴스>에서 해설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중국 바이오는 스파이, 제재해야"… BGI·우시에 총구 겨눈 미국

그래서 미국은 세계 제약ㆍ바이오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을 찾아나섰습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자면, 인도는 이미 화합물(Chemical)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강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 기업으로는 썬파마(Sun Pharma)가 거론됩니다. 애초에 인도에는 특허권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허법(The Patents Act)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화합물 의약품 CDMO가 성장하기 매우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있죠.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CDMO 사업이 한창 확대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또 인도와는 다르게 화합물 의약품보다는 생물학적제제(Biologics)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생산이 가능한 모달리티도 다양해서,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에스티팜과 마티카바이오는 유전자치료제 △한미정밀화학은 펩타이드와 mRNA 캡핑(Capping)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런 기업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본은 한국이 바이오 1.5트랙에 들어온 이상 합류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워, 한국이란 생산기지에서 나온 의약품을 유통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는 다케다(Takeda), 오츠카(Otsuka), 아스텔라스(Astellas),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에자이(Eisai) 등 빅파마(Big pharma)들이 즐비합니다. 신약개발ㆍ상업화 능력이 갖춰진 국가라, 이번 공동전선에선 빼놓을 수 없는 동맹입니다.

왕 차장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 현지시각 5일자로 이 공동전선의 상세한 행동 계획이 세워질 겁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던 화합물 의약품 생산분은 인도로, 생물학적제제 의약품 생산분은 한국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한국의 CDMO들은 이 회의의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하겠죠. 이상 샌디에고에서 <히트뉴스>가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