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 제네릭 꽃피우자는 학계, 씨앗이 있으면 물도 줘야한다
한국보건사회약료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떠올린 생각 약품비 절감, 조제 오류까지 장점 가득한데, 업계는 ‘글쎄’ 17개 제품 중 INN 제품 수는 ‘0’…제약사의 이유있는 항변? 시범사업 해보자? 업계서도 ‘제네릭 진흥책 같이 줘야’ 지적도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 이름의 중요성은 제품 판매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차지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꽤, 크게'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때문에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유사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은 물론 오리지널 역시 자사 품목의 유사 명칭을 각 분류별로 등록해가며 방어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지난 31일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시장 현황과 국제일반명(INN)’이라는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히트뉴스>는 학계가 주장하는 ‘INN 제네릭’과 업계의 관점을 짚어보며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내본다.
‘INN 들어간 제네릭, 참 좋은데’
약품비 절감에 조제 오류까지 막는다?
김동숙 국립공주대 교수는 먼저 국내 제네릭의 현황을 통해 제네릭 산업을 키우는 것이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제약회사의 기업별 품목 수는 2017년 약 70.68개에서 2022년에는 83.78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고작 10개 정도에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약업을 영위하지 않음에도 제약사로 등록돼 있는 경우 등을 추가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같은 추이는 2016년 약제 목록을 정비하는 시점, 2020년 약가 제도의 개편 전후로 체감할 수 있는데, 2021년 MSD의 ‘아토젯’ 제네릭이 201개 급여등재하는 등 소위 '블록버스터 약물'의 특허만료 및 제네릭 출시와 결을 같이 한다. 특히 만성질환 치료제의 증가 추이가 매우 높았고, 이는 국내 제네릭을 통해 우리 나라 환자들이 제네릭으로 약품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지만 정작 2022년 제네릭의 사용률은 57.7% 수준에 그쳤다.
이에 김 교수는 "의사의 잦은 처방변경과 약가 인하로 인한 반품 등 사회적 비효율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영업대행조직(CSO) 신고제 등 제네릭을 둘러싼 여러 이슈 사이에서 질좋은 낮은 가격의 제네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경 차의과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INN 제네릭이 도입될 경우 △유사 의약품 명칭으로 인한 메디케이션 에러의 위험성, △불순물 이슈 발생 당시 상품명 중심의 환경으로 환자의 인지 및 회수 지연, △환자의 성분 인지 미비로 상호 작용 등 약물 관련 문제, △의약품 성분 확인 제고로 인한 환자 복용의약품 관리에 이르는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결과로 내놓은 것은 올해 5월 3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20~60대 일반인 남녀 1000명을 대상의 설문 결과다. 예로, 엘로톤(협심증 용제)과 엘로틴(기침약)의 경우 실제 혼동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지만 ‘현대이소르르비드’와 ‘동구바이오에르도스테인’이라고 했을 때는 혼동 가능성이 26%로 떨어졌다.
이를 통해 복용빈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명에 INN을 활용할 경우 의약품 5점 만점 기준으로 의약품 성분 파악 용이, 유사제품명으로 인한 혼란 방지, 동일성분 중복 처방 및 구입 방지, 복용 오류 예방에서 매일 복용자는 전 항목이 4점 이상을 기록할 만큼 그 효과가 높다는 것이 박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국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INN을 사용하면 의약품의 성분 파악 이 쉽고 비슷한 이름으로 인한 투약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응답해 INN 도입에 대해 긍정적임을 보여줬다"며 "제네릭 의약품의 수가 특히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 제품명에 INN 사용을 활성화한다면 의약 품 사용의 안전성과 관리의 효율성 제고로 인한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의무화 안해도 INN 하던데…
해외 시장 제네릭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들의 주장은 이매 해외 시장에서 INN 제네릭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약 물질 또는 의약품 활성 성분을 위한 물질 고유의 이름을 짓는 국제일반명, 즉 INN은 1993년 WHO의 권고로 제네릭 의약품에 상표명보다 제약사명과 INN 사용을 권장하는 권고가 나오면서 점차 많은 국가에서 쓰이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INN+제약사명 등으로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권고인 만큼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정은 다르지만 상당수가 INN을 활용한 제품 이름을 짓고 있다. 일본은 단일 유효성분 제제에 '유효 성분의 일반명칭(성분명) + 제형 + 함량 + 회사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했고 미국,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은 모두 상표명과 INN 사용을 혼용하고 있지만 INN 사용의 비율이 압도적으론 높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품명 비중이 높다. 업계에서는 국내 영업 환경에서는 상품명이든 INN 기반의 성분명이든 임상의의 처방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품명을 굳이 붙여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분석된다.
해외에서 INN 제네릭을 도입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가의 약제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험 체계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운영을 위해 제네릭을 장려하고 일본 역시 제네릭 사용 비중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고령화에 따른 약제비 부담을 크게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INN 제네릭 형태를, 단일제제이지만 의무화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네릭 약가가 기준요건 충족과 계단식 적용으로 53.55% 수준에서 정해지고 오리지널의 약가까지 인하된다. 굳이 INN을 써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배경 중 하나다.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투약선택권을 강화하고, 정보 제공의 목적을 높이는 방안으로써 도입을 검토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이유는 결국 제약사의 약가 문제와 INN을 쉬이 연결지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엑스포지·카듀엣 제네릭, 국내 INN은 ‘0’
떨어지는 오리지널 연상, 변하지 않는 영업 관행, 교체 비용 등에 ‘글쎄'
INN 활용하고 있는 고혈압 복합제인 ‘엑스포지’와 ‘카듀엣’ 사례를 보면, 한국은 두 제품에서 INN이 사용된 품목은 0개다. 엑스포지의 경우 미국, 영국 등은 100%가 INN을 활용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15개 품목 중 13개 즉 86%가 INN 이름을 붙였다. 일본은 '암로발+제약사' 식으로 제품명이 모두 동일한 공통적인 일반명을 사용하고 있다. 카듀엣 역시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은 INN를 사용한 품목 비율이 100%에 달한다.
국내는 오리지널과 유사한 작명으로 처방을 유도하는 인식도 INN 활용의 장애물이다. 특허 분쟁이 치열한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이미 최대한 유사성을 강조한 제품명의 상표권이 20여건 이상 출원돼 있다. 앞서서는 수년 전 베링거인겔하임이 자사의 대표품목 중 하나인 ‘트라젠타’와 유사한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한 일부 회사에 상표권 취소 심판을 제기했을 만큼 제약사의 제품명 이름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성분명이 복잡한 제품의 경우는 문제가 커진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 치료제 ‘레일라정’의 성분은 '당귀·모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25%에탄올연조엑스(3.5→1)'인데, 이를 줄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INN을 적용하기 어려운경우 오리지널과 유사한 이름으로 제품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내사 관계자는 "INN 문제가 학계에서 논의됐다고 해도 INN 적용이 어렵거나 성분명이 너무 긴 경우에는 오리지널과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오리지널 품목이 많은 특정 제약사라고 해도 제네릭이 있다면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릭 비중이 높은 국내 중견제약 관계자 역시 "제네릭 캐시카우로 성장하고 있는 제약사는 성분명을 적용하면 영업 환경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학회에 참석한 이상원 성균관약대 교수는 편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를 함부로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제약사가 발사르탄 성분 품목을 'ㅇㅇ정'으로 판매를 해오다가 '(회사)발사르탄정'으로 변경할 경우 인지도 문제, 포장 교체 등 회사 입장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학회에서는 INN 제네릭과 함께 '적정 약가'를 보상할 수 있는 기전까지 마련돼야만 한다는 의견이다.
김동숙 교수는 국내 제네릭 산업의 정책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히며 “제네릭 약가 정책은 연구개발의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신약개발 선순환 등의 혁신성장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공급과 제약사 간 공정 경쟁 유도로 건전한 의약품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작 약을 만드는 제약사가 납득할 만큼의 보상책과 대의 명분은 향후 INN 제네릭이라는 목표를 시행하기 위한 과제로 보이며 해당 논의를 향후 어떻게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 예상된다.
여기에 이미 몇 년 전 시도했으나 결국 관련 정책이 빠진 데다가 성분명 처방 관련성을 주장하며 반발하던 의료계 일각의 문제 등까지 남아있다는 상태에서 향후 이 논의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