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물질 10개 임상진입...한국은 모든 임상단계서 중요한 파트너"
베이진 고형암 의학부문 최고책임자 '마크 라나사' 부사장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 연구자 역량 등 세계적 수준" "한국 제약 기업들에게 우리는 매력적인 파트너"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빅파마 사이에서 설립 약 10여년만에 항암 분야 입지를 빠르게 높여 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 전문기업 베이진이다.
베이진은 항 PD-1 면역항암제 '테빔브라(성분 티슬렐리주맙)'과 BTK 억제제 '브루킨사(성분 자누브루티닙)' 등 고형암 및 혈액암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개발 및 상용화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베이진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당해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2021년부터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2022년 사무실을 개소한 베이진은 약 3년동안 국내에서 37개 이상의 임상을 수행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회사는 지난 8일 서울에서 개최된 '바이오코리아(BIO KOREA) 2024' 행사에 참가해 자사의 R&D 기술력과 주력 파이프라인 그리고 파트너십 추진 현황 등을 공유했다. 또, 발표 이외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파트너십 미팅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히트뉴스는 이날 행사에 참여한 베이진 고형암 의학부문 최고책임자(CMO) '마크 라나사(Mark C. Lanasa)' 부사장을 만나 진행하게 될 파트너십 미팅의 목적과 기대되는 성과 그리고 신속하게 국내 급여 등재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테빔브라의 향후 역할 등 다방면으로 들어봤다.
마크 라나사 베이진 부사장 주요 이력
(2022.2~) 베이진, 고형암 최고 의학 책임자(CMO)
(2019.1~2022.1) 아스트라제네카, 후기 발달 종양학 부문 부사장 겸 글로벌 임상 책임자
(2017.6~2019.4) 아스트라제네카, 면역종양학 글로벌 임상 리드 및 글로벌 개발 리드
(2016.7~2017.6) 이뮤노코어 LLC, 임상개발 수석 이사
신약 개발에 있어, 한국은 어떤 가치를 가진 국가인가요?
"2024년은 베이진의 R&D 파이프라인 상 물질 중 10가지가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베이진이 신약 개발을 이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 법인을 설립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 프로그램이 37개까지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이 우수한 보건의료시스템, 정부의 적극적 지원,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병원 시설 및 서비스의 퀄리티, 연구자들의 역량까지 세계적 수준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베이진은 한국의 의료진들로부터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연구의 디자인부터 실행까지, 상당히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얻고 있습니다.
아울러 동아시아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부 위장관계 또는 식도와 관련된 암을 투병하고 있는 실제 환자들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뛰어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설계하고,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에 대한 풍부한 해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은 베이진이 임상시험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체 사이클에 있어 초기 1상에서부터 후기 3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상당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파트너링을 진행하셨습니다.
베이진은 어떤 기업과 협업하길 원하시나요?
"약 100여 곳의 국내 기업이 이번 파트너링 미팅에 신청했으며, 이 중 11개 기업과 1:1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저분자(small molecule), 항체약물 접합체(ADC), 단일클론항체(mAb), 이중특이성항체(bsAb)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 간 파트너링은 개발 다음 단계, 즉 상업화 단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베이진의 경우엔 오히려 R&D 단계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와 같은 '가치'를 공유할 회사를 찾는 것입니다.
베이진은 이미 뛰어난 파이프라인이 풍부하게 구비돼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외부에서 새로운 파트너링을 찾을 필요가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베이진은 '환자들에게 더욱 유익한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어떤 파이프라인도 현재 수준에서 완벽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베이진은 우수한 의약품의 접근성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접근성 확장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의약품을 우리도 유사하게 만드는 방식의 확장이 아닌, 최고 수준의 혁신성을 달성하는 물질을 개발 및 보급해 접근성을 확장하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혁신적인 수준의 과학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접근성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재적 물질과 제품의 생물학적인 특성, 기전, 사용된 기술적 플랫폼의 유형, 임상데이터의 퀄리티 등을 분석해 물질 또는 제품의 잠재력을 평가합니다.
우리의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와 보완성을 지닌 물질, 타깃, 기전인지도 중요합니다. 병용요법으로 사용하기에 가능성이 높은 물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한 기준에 한정된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관심이 있는 타깃이나 주력 분야와 보완성이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기전이라면 다 관심 대상입니다."
베이진의 주력 고형암 제품으로 '테빔브라'가 있습니다.
기존 경쟁 면역항암제들과의 차별성이 궁금합니다.
"테빔브라는 앞서 등장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나 옵디보(성분 니볼루맙) 대비 항원 결합부 특성 및 반응 속도(kinetic) 등에 차별성을 둬 설계한 약물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식도편평세포암(ESCC) 성인 환자 2차 치료제로 허가된 상태입니다.
테빔브라는 면역관문수용체로 알려진 PD-1에 결합하는 단클론항체(mAb, IgG4)로, 경쟁 제품에 비해 PD-1과 PD-1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30~80배 이상 결합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연구 결과 보고된 바 있습니다.
물론 면역항암제의 공통적인 특성 상 허가 적응증이 겹치는 건 사실입니다만, 테빔브라가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가 탄탄하고, 항암 전문의들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요 허가 임상인 'RATIONALE-302' 연구 데이터를 소개하자면, 일차유효성평가변수인 '전체 생존율(OS)'에서 테빔브라 투여군은 타 세포독성항암제 단독요법군에 비해 약 두 달이 넘는 생존 관련 이득을 확인시켰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유의한 결과였습니다.
이 외에도 환자의 건강 관련 삶의질(HRQOL)도 중요한 평가 지표인데, 대조군에 비해 부작용이 적었던 테빔브라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진행될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테빔브라의 1차 치료제로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RATIONALE-306'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연구 결과가 매우 유의미하게 도출됐기 때문에, 향후 주요 국가 대상으로 허가 신청 및 심사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PDL-1의 발현율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테빔브라와 TIGIT 억제제 '오시펄리맙(Ociperlimab)' 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효과를 알아보는 3상 임상이 환자 등록을 마치고 진행중입니다."
한국은 테빔브라의 전 세계 세 번째 허가국입니다.
허가 추진 국가를 선정함에 어떤 요소들이 고려됐나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글로벌 임상연구 및 제품개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을 갖춘 환경입니다. 실제로 허가 심사 자료를 제출함에 있어, 한국은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ESCC의 유병률이 북미 및 유럽과 비교해서 동아시아 쪽에서 높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실제로 테빔브라는 현재 중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처방된 후 의료진과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 시장의 리더로 자리를 잡은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도 테빔브라가 최선의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허가 추진을 빠르게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 외에 회사의 주력하는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베이진은 특정한 면역항암제를 개발했다고 해서 그것이 종착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력 암종들에서의 사용을 위한 근간을 마련하고, 여러 병용요법을 추가 개발해 나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결국 개발 중인 다른 면역항암제나 ADC(항체약물접합체) 등과의 조합까지 고려해 best-in-class(계열 내 최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혈액암 분야 파이프라인들은 고형암에 비해 조금 더 상업화 단계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BCL2 억제제인 '손로토클락스(Sonrotoclax)'는 전임상 뿐 아니라 초기 임상연구에서도 좋은 효능을 보여 브루킨사처럼 Best-in-class로 접근하고자 하는 물질입니다.
손로토클락스는 브루킨사 병용요법을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1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3상 임상 연구가 진행 중에 있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및 다발골수종을 대상으로도 연구 중입니다.
또, BTK 억제제 사용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BTK-CDAC을 개발 중입니다. CDAC는 타깃 단백질을 유비키틴화(Ubiquitination) 시켜 분해하는데, 다양한 변이가 발생했을 때 그 변이를 극복하는 이상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베이진은 ADC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과 함께 제조와 생산까지 해낼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제약기업 중에서도 몇 안 되는 매우 독특한 특징일 것입니다.
mRNA에도 관심을 가지고 직접 연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파트너십 통한 연구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타깃을 공개하기는 좀 어려운 단계이지만, 내년 정도 즈음 임상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 동안 ADC, 표적 치료제 등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향후 10년을 이끌 넥스트 키워드로 무엇이 떠오를까요?
"앞으로의 항암 연구에선 분해제(degrader) 영역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용 범위도 현재 보다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베이진 또한 관련 연구들을 최대한 앞서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mRNA도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타깃을 공략할 수 있게 도와줄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면역-접합체(immune-conjugate) 또는 T세포 유사 분자(T-cell like molecule)들이 면역세포와 같이 작용하면서, 면역체계 전체 내지는 특정 부위에 세부적으로 자극해 유의미한 치료적 혜택을 얻어내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아직은 이들 분야가 임상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타깃과 기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베이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번 파트너링 세션 및 미팅과 같이 한국의 잠재적 파트너들과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자체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베이진은 혁신성을 가진 기전 및 타깃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 원하며, best-in-class 그리고 first-in-class(계열 내 최초) 의약품을 개발하길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우리는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 후보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베이진은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기여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기업, 그리고 그런 기업을 위해서 베이진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 드리고자 합니다. 또, 주력 제품들을 시의적절하게 개발 및 출시해 한국 시장에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것들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은 인적 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 한국 업계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