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돈줄이 말랐으면"...바이오심사역 사모펀드진출 해법까지

한앤컴퍼니, 미용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사이노슈어' 인수 베인캐피탈, 이루다·클래시스 인수…MBK파트너스, 메디트 인수 "PEF 와도 신약개발 투자 어려울 것"

2024-05-31     남대열 기자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지난 몇 년간 미용 의료기기 및 덴탈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바이오 투자심사역들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진출해 신약 개발 바이오텍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바이오텍 투자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이 제이시스메디칼 인수를 검토 중이다.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루트로닉 인수가 불발되면서 이번 제이시스메디칼 인수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시스메디칼은 지난 2000년 설립된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비침습 고주파(RF), 마이크로니들 고주파, 레이저 등 다양한 에너지원 기반의 장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용 의료기기 기업인 루트로닉을 인수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지난 1월 미국 업체 사이노슈어(Cynosure)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루트로닉과 사이노슈어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사명을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으로 변경했으며, 이르면 연내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9월 미용 의료기기 기업 이루다의 지분 18%를 총 405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베인캐피탈은 2022년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의 지분 약 61%를 6669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구강 스캐너 기업인 메디트의 최대주주인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로부터 지분 99.6%를 약 2조420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미용 의료기기 및 덴탈 기업들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뚜렷한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가 없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경우 사모투자펀드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펀딩을 받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오텍들의 상황이 개선되려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바이오 투자심사역들은 "바이오 심사역들이 국내 주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로 진출해야 한다"며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기회가 생긴다면 바이오 산업의 판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투자 심사역들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진출해도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PE사업팀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는 뚜렷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비상장 바이오텍들은 상장 이후의 실적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바이오텍 대비 의료기기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은 회수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이오 업종의 경우 일반적으로 적자가 발생해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며 "투자 이후 상장 전까지 후속 투자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 제약바이오 컨설팅 업체 대표는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들이 역량 미달 및 관련 인력 부족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며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 중 신약 개발 바이오텍 인수에 있어 자금 조달 및 경영 관리, 인수합병(M&A) 능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