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분기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3900억 조달 '빅뱅' 시작됐다

HIT CHECK | 2024 바이오 투자 시장 ⑩ 헬스케어, R&D 바이오 앞지르는 새로운 트렌드 "백신 펀드 등 성장 모멘텀 지탱할 호재도 나란히"

2024-04-07     강인효 기자

2024년 1분기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 4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이다. 5개월 연속 섹터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점을 통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회복된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침체와 반등의 대격변 속에서 신약 연구개발(R&D)에 치중하는 바이오 벤처가 아닌 헬스케어가 자금 조달 우위를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전체 자금 조달 흐름은 최고조를 기록했던 작년 11월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수술용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하는 메디테크 휴톰이 지난 1분기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며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으로 자리 잡았다.

7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54곳이 올해 1분기(주금 납입일 기준) 총 388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라운드별로 살펴보면 시리즈 A(1491억원) 라운드에서 바이오텍들의 자금 조달 성과가 가장 돋보였다. 이어 후기 투자의 길목인 시리즈 B(1457억원), 시드 및 기타 투자(487억원), 시리즈 C(250억원),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200억원)가 뒤를 이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이 발전한다'는 논리로 몸값을 높여만 오던 바이오텍들이 대거 조정을 거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성과를 자금 조달에 의지하는 비상장 바이오텍 섹터 특성상 기업가치 역시 개별 기업의 조달 규모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2023년 1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소치(분기 기준)의 자금 조달 성과(18곳ㆍ1125억원)를 기록했었다. 당장 올해 1분기와 2023년 1분기를 비교하면 자금 조달 기업 수와 조달액 각각 3배, 3배 이상 늘었다.

기업별 자금 조달 성과를 놓고 보면 2024년 1분기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은 시리즈 B에서 400억원을 조달한 '케어링'이다. 2019년 설립 후 무려 75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더불어 2021년 프리시리즈 A 이후 꾸준히 조달 규모를 증액하면서 성장세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케어링의 자금 조달 성과는 그간 역대 바이오ㆍ헬스케어 시리즈 B 가운데서도 순위권에 달한다. 2020년 한 해를 관통하는 톱픽이었던 부광약품 자회사이자 신약 R&D 바이오 벤처인 콘테라파마(510억원), 2021년 500억원을 모은 지아이셀의 뒤를 잇는다. 콘테라파마는 부광약품을 인수한 OCI그룹의 주도하에 '해외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1분기 투자자와 시장의 선택은 '헬스케어'였다. 케어링이 톱픽을 차지한 사례와 함께 초기 투자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기업들도 대부분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영역인 메디테크 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가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230억원을 모으면서 신약 개발 섹터의 체면을 지켰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는 유한양행의 혁신신약 '렉라자' 임상을 주도한 조병철 연세대 암병원 폐암센터장이 구심이 돼 고형암을 타깃하는 항체 및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조달 자금은 기존 폐암 치료제인 'EGFR 변이에 대한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ㆍTKI)'에 내성을 가진 환자를 위한 3차 치료제 후보물질인 'DN-101(개발코드명)' 개발에 쓴다.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의 자금 조달 성과를 월별로 살펴보면 작년 11월부터 5달 연속 월별 조달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역시 작년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오름테라퓨틱으로 시작된 빅딜이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역시 월별 흐름으로 보면 전반적인 자금 조달 추이를 볼 때 최악의 침체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섹터에 25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된 2023년 11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자금 조달 성과가 완만한 내림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및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적잖은 기간 관망세를 유지하며 시장에 투자할 자금이 많이 쌓인 상태"라며 "비상장 시장에 곧바로 유입되지는 않겠지만, K-바이오ㆍ백신 펀드가 조성되며 투자금이 늘어난 것도 선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